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수요가 폭발적 붐을이루고 있다. 이는 중국이나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고성장 국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 동안 상대적으로 경제발전이낙후되었던 필리핀과 인도차이나 반도의 여러 나라들에서 선발개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이 시작됨에 따라 전 동아시아 지역에서 사상 유래없는 대규모의 투자가 특히 향후 10년동안 요구될 것으로 전망된다.세계은행의 한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95년부터 2004년까지의 10년동안 동아시아 지역에서 약 1조 2천억 내지 1조 5천억 달러에 달하는인프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 약 절반 정도가 중국에 집중될 것이고 그 다음으로 한국(18% 인도네시아(11%),태국(10%) 필리핀(3%) 말레이시아(3%)의 순으로 이어질 전망이다.부문별로는 교통 전력 통신 상하수도의 순으로 투자수요가 발생될것으로 기대된다.1970년대에 동아시아 GDP의 3.6%에 불과하던 인프라 투자는 80년대를 통해서 4.6%까지 증가했고 1994년에는 GDP의 5.5%에 달하였다.특히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인프라 투자의 증가세가 더욱 심화되면서 절대액으로도 90년의 3백80억달러에서 92년에는 5백30억달러,그리고 94년에는 이미 7백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여겨진다.특히 앞으로 수년간 동아시아 경제가 연 7~8%의 고성장을 유지하기위해서는 인프라투자의 대 GDP 비율이 94년의 5.5% 수준에서 7% 이상으로 증가할 필요가 있으므로 인프라에 대한 투자 수요는 계속증대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기구, 민간자본 투자촉진 적극 지원문제는 이렇게 막대한 자금수요를 과연 어떠한 방법으로 충족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프라는 공공부문에 의해 건설되고운영되어 왔다.그러나 이미 동아시아 지역에서의 인프라 수요는 각국 정부의 공급능력을 훨씬 초과하여 계속 증가하여 왔고 이에 각국은 인프라의투자와 운영을 민간부문에 개방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꾸었다.이러한 경향은 중국과 같은 큰 나라에서부터 라오스와 같이 작은나라에 이르기까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공통적으로 발생한 현상이다. 이와 때를 맞추어 선진국의 포트폴리오 투자가들도 지속적으로고도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동아시아지역의 인프라에 대한 장기투자를 활발히 검토하게 되었다.특히 홍콩의 호프웰(Hopewell Holdings) 사가 중국의 광동에 순수민자로 건설한 발전소가 투자지분에 대해 25%이상의 고수익을 올리자 이에 고무된 외국 투자가들이 동아시아 전역을 휩쓸며 고수익저위험의 인프라 투자대상을 찾기에 열을 올렸다.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과 같은 국제기구들에서도 민간자본의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경제규제의 완화와 법률 및 투자제도의 정비를 적극 지원할 뿐아니라 인프라 건설에 있어서 공공차관의 역할을줄이고 민간자본의 역할을 늘리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프로젝트 파이낸스(Project Finance) 기법들을 개발 도입하게 되었다.이러한 변화에 힘입어 실제로 민간자본의 인프라건설 참여도 눈에띄게 증가하였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도로 전력 상하수도 등 다양한부문의 인프라 건설에 민간자본이 참여하였다. 태국에서도 이미 일본스폰서들에 의해 유료고속도로 및 농촌 통신망사업이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으로 건설된 바 있고 앞으로는전력사업에 민간자본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전망이다.중국남부에서는 홍콩자본에 의해 발전소와 고속도로가 건설되었고그 외에도 컨테이너 터미널 도로 전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외국과의 합작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인도네시아에서도 도로부문에서 민간자본의 역할이 눈에 띄고 특히작년에는 민간자본에 의한 대규모 전력 프로젝트가 성사된 바 있다. 그 밖에도 필리핀은 90년대 초 하루 7~8시간에 달하던 심각한전력난을 민자 발전소의 건설을 통해서(2~3년 사이에 20여개의 민자 발전소가 건설되었다) 타개할 수 있었고 현재의 추세로는 98년까지 약 80%의 전력이 민간부문에 의해 생산될 전망이다.그러면 인프라 건설을 위한 민간자본을 어떤 과정을 통해서 조달할것인가. 우선 말레이시아나 태국과 같이 국내 자본시장이 비교적발달된 나라들에서는 외자보다 내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환율변동에 따른 리스크를 피하고 국내의 복잡한 정경유착관계에 따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인프라 건설에 국내자본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생각된다.실제로 말레이시아에서는 94년 루무트 발전소의 건설에 소요되는약 12억달러의 자금을 국내 금융기관들이 성공적으로 동원한 바 있다. 그러나 물론 대부분의 다른 나라들에서는 국내 자본시장의 미약으로 인해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장기융자가 힘든 실정이고 보면외국인의 직접투자나 해외에서 필요한 자금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없는 형편이다.나아가서 덩치가 큰 메가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가능한 한 모든 자금원을 총동원해야하므로 프로젝트 파이낸스는 갈수록 복잡해지고있다.이제는 프로젝트 스폰서의 직접투자이외에 신디케이트 융자, 국내외 자본시장을 통한 기채, 정부보조 및 국제개발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관 및 개런티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자금원들의 짜깁기로 프로젝트 파이낸스가 이루어지게 된다.이러한 대표적인 예로 인도네시아의 페이톤 전력 프로젝트를 들 수있다. 인도네시아 전력부문에서는 처음으로 민간부문에 의해 발주된 이 프로젝트를 미국의 미션 에너지와 GE 캐피탈, 일본의 미쓰이가 스폰서하고 체이스 맨해턴과 일본의 IBJ(Industrial Bank ofJapan)가 파이낸셜 어드바이저로 참가하여 47개 은행으로부터 총18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하였다.◆ 부정부패등으로 민자 인프라건설 10%에 불과그 외에도 체이스 맨해턴과 CS 퍼스트 보스턴이 약 2억5천만달러를미국시장에서 동원하였으며 일본과 미국의 수출입은행들이 약 9억달러를 추가로 제공하였다.민간자본에 의한 인프라 건설이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현실적으로 수용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높은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 민자에 의한 인프라건설은 전체투자액의10%에도 미치지 않는 미미한 수준이고 이미 진행되고 있는 BOT 프로젝트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특히 동아시아 각국들에서의 뿌리 깊은 부정 부패로 인해 공정한딜(deal)의 성사가 어렵고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한 정부와 민간업자간의 동상이몽적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도네시아의 페이톤 전력 프로젝트의 경우 마지막 순간에 주요 당사자인 국영전력회사(PLN)가 절차상의 문제로 프로젝트의 무효를 선언해 버렸다. 물론 이 사태는 인도네시아 고위층의 개입으로 즉시무마되었으나 힘들여 성사된 딜이 언제라도 무산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민자 인프라 건설의 기수로 여겨지는 홍콩의 호프웰의 경우도 광동발전사업의 성공이후 중국정부의 태도 변화로 중국내 다른 프로젝트들의 진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뿐만 아니라 태국 파키스탄인도네시아 등지에서도 이미 합의된 프로젝트들에 대한 정부측의태도 변화로 곤란에 빠졌다.또한 자주 거론되는 예로서 태국에서는 일본기업에 의해 BOT 방식으로 건설된 고속도로를 준공후 태국정부가 강제로 인수해 버리는사태가 발생하였다. 이 밖에도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서는 BOT고속도로의 통행료에 대해 국민들이 크게 반발한 일들이 있다.이러한 예들이 시사하는 바는 프로젝트의 목적에 대한 정부와 민간업자간의 명확한 이해의 결여로 BOT 프로젝트들의 수행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특히 민간업자는 중앙정부 뿐아니라 프로젝트에 관련된 모든 계층의 정부기관을 다 만족시켜야 하는 어려움을안고 있다.따라서 외국 투자가의 경우에는 BOT 프로젝트에 따른 위험과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 먼저 투자수익의 송금을 포함한 법적 및 제도적 장치가 완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한 이후 투자대상국내의 영향력 있는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여겨진다.고무적인 사실은 현재 직면하고 있는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초반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민자 인프라 건설의 주된 방식으로서BOT 투자 방식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심각한 국내 자본의 결핍을 겪고 있는 인도네시아 인도차이나(태국제외) 필리핀 중국 등지에서는 많은 고수익 저위험의 투자 기회들이 외국의 투자가 들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