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엔 상쾌한 페퍼민트향을, 신혼부부방엔 분위기를 살려주는일랑일랑향을」.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신종사업인 향기마케팅업을 영위하는 씨엔씨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업무로 스트레스가 쌓인 사무실에 페퍼민트향을 뿌려주면 머리를 신선하게 바꿔줘 업무능률이 향상된다는 것. 또 신혼부부방에 일랑일랑향을 뿌려주면 사랑이 더욱 깊어진다고 한다. 또 제과점엔 그윽한 원두커피향을, 아이스크림점엔 달콤한 코코아초콜릿향을 풍기면 고객이안 사먹고는 배길 수 없어 매출신장에 큰 도움을 준다는 게 향기마케팅의 핵심이다.이 회사는 창업한지 3개월만에 전국대리점망을 구축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사업초년도인 올매출을 24억원으로 책정했지만지금의 대리점 개설 추세를 감안할 때 목표를 금방 넘어설 것으로예상하고 있다.씨엔씨의 사업성공은 최영신사장의 치밀한 사업성검토에서 비롯됐다. 남동공단에서 제조업을 하다 남에게 넘기고 뉴질랜드로 훌쩍이민을 떠난 그는 에코미스트라는 향기마케팅업체의 사업에 매혹됐다. 에코미스트는 향기마케팅을 개척한 이 분야의 독보적인 업체.최사장은 회사를 방문해 사업내용을 듣고 한국에서의 사업가능성을타진하기 시작했다.우선 오클랜드를 비롯한 주요도시를 돌며 에코미스트의 향기를 설치한 곳을 미친듯이 돌아다녔다. 빵집 은행 가구점 호텔 등을 다니며 설치한 곳의 반응, 찾는 사람들의 의견을 주의깊게 체크했다.오클랜드 웨스턴호텔에선 지배인을 만나 반응을 물어본 결과 대만족이라는 답을 들었고 에코미스트사에 감사편지까지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서울로 날아온 그는 향기가 든 캔을 수백통 갖고 국내소비자의 반응을 테스트하기 시작했다. 가구점 호텔 의류점 치과의원 등 전국을 누비며 1백여명을 만났다. 반응은 대단히 좋았다. 각종 약품냄새로 골치를 앓던 치과의사는 가장 먼저 주문하겠다고 밝혔고호텔지배인은 VIP룸에 뿌리면 적격이겠다며 구입의사를 밝혔다. 대리점가능자를 대상으로도 시장조사에 나선 뒤 사업에 뛰어들었다.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에게 사업성을 검토하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없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창업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따져보거나아예 사업성 검토없이 감에만 의존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사업성을 따져보지 않고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설계도없이 집을지으려는 것과 같다』고 최사장은 그 무모성을 지적한다.사업성검토는 제품의 시장성과 경쟁관계 검토로 나눠볼 수 있다.이중 특히 제품의 시장성은 사업착수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할수 있다. 자기자신의 주관적인 판단만을 기초로 막연히 잘 팔릴 것이라는 판단을 내려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한 사례는 부지기수이다.그러면 제품의 시장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기초적인 방법으론각종 통계자료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재경원의 광공업통계조사보고서나 관세청의 무역통계월보 등 각종 정부기관 및 협회 조합 등 유관기관의 통계를 통해 해당업종 및 품목의 생산 소비추이를 파악하는 일이다. 그동안의 추세를 보면 어느정도 전망도 할수 있게 된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대상으로한 직접조사이다.샘플을 갖고 직접 반응을 떠보는 것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오는3월부터 팝콘사업에 나서는 J&E의 김재호사장은 캐나다산 팝콘에매료돼 이를 수입, 테스트한 뒤 사업성공에 확신을 갖게 됐다. 이팝콘은 기존의 팝콘과는 전혀 맛과 향이 다른 독특한 제품이다. 캐나다업체가 개발한 특수 첨가제에 바닐라 초콜릿 드롭스 등 50여가지가 넘는 향이 배합돼 구미에 맞는 팝콘을 즐길 수 있다. 테스트대상은 주로 여대생을 택했다. 여대생을 중심으로한 젊은 층이 팝콘의 주요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무료시식회를 갖고 반응을 살핀뒤 좋아하는 향도 체크했다. 대표적으로 찾는 제품을 주종품목으로선택, 올봄부터 본격적인 체인사업에 나설 계획이다.지역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시냐 농촌이냐 부촌이냐 빈촌이냐에 따라 시장성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한 건물내에서도 위치에 따라 시장성이 달라진다. 예컨대 팝콘가게를 지하식당가에 내는 것은 식후 배가 부른 사람에게 팝콘까지 사먹으라는 얘기여서 장소로는 적합치 않다. 게다가 팝콘은 은은한 냄새로 고객을 유인해야 하는 점을 감안할때 음식냄새가 범벅이된 식당가에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전국적인 사업을 할 것인지 아니면 지엽적인 사업을 벌일 것인지도염두에 둬야 한다. 또 전국을 상대로 할 경우 직영체제를 갖출 것인지 아니면 대리점이나 지역총판을 활용할 것인지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 지난 80년대 호황을 누리던 모피업체들이 수출경기 침체로 앞다퉈 내수시장에 참여했으나 무리하게 직영체제를 갖추려다부담이 커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다. 직영체제는 이익을 극대화하고 본사의 의도대로 즉각적인 대응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건물임차료와 관리비 급료 재고 등 중소기업으로선 엄청나게 부담이 가중된다. 따라서 직영점은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최소한으로개설하고 대리점체제를 활용하는게 창업의 요령이라고 할 수 있다.사업성 검토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경쟁업체의 전략이다.기존에 선발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말할것도 없고 최초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에도 앞으로 경쟁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 염두에 둬야 한다.특히 한국인들은 사업이 좀 된다 싶으면 우르르 달려드는 특성이있다. 장례용 리무진서비스도 국내에 상륙한지 1년여만에 수십개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때 곰장어가죽제품의 수출이 잘된다하니까 가죽제품업체들이 무더기로 달려들어 출혈경쟁을 벌이다 대부분 도산한 사례가 있다. 2~3년 전엔 국제 목재가격이 오르자 목재업체들이 물량이 풍부한 뉴질랜드산 원목수입에 앞다퉈 나서 인천 야적장엔 뉴질랜드 소나무가 산을 이뤘다. 건설경기가 하강세로돌아서자 이들 원목은 목재업체들의 연쇄부도를 재촉한 원인이 되었다.또 대기업의 참여가 예상되는 품목은 피하는게 낫다. 대기업들은일단 시장에 참여하면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력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어 중소창업자로선 여간 곤란한게 아니다. 대기업의 참여가능성은 시장규모 제품의 특성 등을 감안해 판단해야 한다.사업에서 성공하는 길은 경쟁업체의 전략을 최대한 파악하고 대응하는 것이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경쟁사를 이길 수 있는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카드는 제품력일 수도 있고디자인 가격 유통망 특허 등일 수도 있다. 이같은 무기도 사업성검토단계에서 치밀하게 준비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