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목적으로 93년 프로축구 리그를 설립한다.」일본 축구협회가 J리그를 발족하면서 내건 목표다. 이런 목표를 위해 J리그는 89년부터 치밀하게 준비됐다.일본 축구협회를 도와 J리그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한 숨은 공로자가 광고대행사인 하쿠호도다. 하쿠호도의 스포츠마케팅팀은 J리그의 로고를 만들고 이를 상품화했으며 수시로 축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 이를 언론에 발표함으로써 J리그가 화제의 주인공이 되도록 했다. 하쿠호도의 마케팅 노력으로 J리그는 출범하기도 전에 일본 전역의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을 수 있었다. 인기있는 스포츠 경기는 그 자체가 돈이다. J리그가 엄청난 돈벌이가 됐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소니와 같은 일본 대기업들이 J리그를 광고에 이용하기 위해 큰 돈을 선뜻 내놓았으며 J리그 로고와 마스코트는 캐릭터로 상품화돼 돈을 벌어 들였다.하쿠호도처럼 스포츠에 마케팅 전략을 적용, 스포츠를 사업화하는전문업체는 이제 세계 스포츠계의 감초가 됐다. 세계 최대의 스포츠제전인 올림픽, 월드컵 축구, 미국 프로농구인 NBA와 프로야구인메이저리그 등을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는없다.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경기 뒤에는 이 대회를 연출한 스포츠마케팅 전문가가 있다. 경기뿐만이 아니다. 슈테피 그라프, 안드레아가시, 짐 쿠리어, 그렉 노먼, 닉 팔도 등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를 움직이는 참모도 스포츠마케팅 업체들이다.세계 최초의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는 미국의 IMG(InternationalManagement Group). IMG의 역사는 60년에 당시 골프계의 젊은 스타였던 아놀드 파머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예일대 법학과를 졸업한 마크 마커맥 IMG사장은 스포츠 선수에 대한 매니지먼트가 큰 사업으로 부상할 것으로 판단, 잇달아 닉 팔도, 이언 우즈넘, 선디 라일, 그렉 노먼 등 골프선수와 모니카 셀레스,안드레 아가시, 짐 쿠리어,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등 테니스 선수,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크리티 야마구치 등과 매니저 계약을 체결했다.◆ 미 IMG 세계최초 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세계적인 선수들을 등에 업고 IMG는 각종 스포츠대회 운영에도 손을 대고 있다. 미국 오픈 골프 대회를 비롯, 유럽 PGA투어의 4분의1을 IMG가 운영하거나 관여하고 있다. 세계적인 테니스대회인 윔블던대회도 IMG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IMG는 미국 클리브랜드에 본부를 두고 있으며 뉴욕 홍콩 런던 시드니 등 세계 18개국에 지사를거느린 세계 최대의 스포츠 마케팅 전문업체.83년에 설립된 어드밴티지 인터내셔널도 막강한 선수들을 보유하고있다는 점에서 IMG의 강력한 경쟁자다. 어드밴티지 인터내셔널은슈테피 그라프, 마이클 창, 샘 퍼킨스, 데이비드 로빈슨 등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 2백50명을 관리하고 있으며 기업을 대상으로 스포츠를 이용한 판촉활동에 대한 컨설팅 사업을 벌이고 있다. 어드밴티지 인터내셔널의 고객은 IBM BMW 아메리칸마스터카드 P&G 등 세계적인 기업을 총괄한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가 있으며 애틀랜타취리히 등 세계 10여개 도시에 지사를 두고 있다.월드컵 하면 떠오르는 업체로 ISL을 빼놓을 수 없다. IMG와 어드밴티지 인터내셔널이 선수 매니지먼트로 성장한 업체인데 비해 ISL은올림픽과 월드컵대회 등 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를 발판으로 부상한 스포츠계의 실력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FIFA(국제축구연맹) IAAF(국제아마추어육상연맹) UEFA(유럽축구위원회) FIBA(국제농구연맹) 등 세계 스포츠계의 거물급 단체들이 모두 ISL의 고객이다. 스포츠용품회사인 아디다스와 일본 광고대행사인 덴츠의 합작회사로 82년에 설립됐으며 본부는 스위스 루센에 있다. 도쿄 파리런던 등 세계 8개 도시에 지사가 있다.ISL은 86년에 IOC로부터 올림픽대회 대행에 관한 독점적인 권리를인정받아 세계 스포츠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ISL이 올림픽의 원활한 운영과 자금 조달을 위해 도입한 마케팅 전략이TOP(The Olympic Program). TOP는 각국의 NOC가 갖고 있던 올림픽마크의 상업적 이용권을 IOC에 모두 집중시킴으로써 올림픽의 광고효과를 세계적으로 확대시켰다. 대신 IOC가 TOP를 통해 벌어들인수익금은 각국 NOC에 분배, 전세계 올림픽 운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ISL이 월드컵대회의 마케팅 대행업체라는 사실도 유명하다. 86년 멕시코 월드컵때부터 대회 운영권을 획득, 98년 프랑스월드컵때까지 대행권을 획득했다.세계 최대의 스포츠 이벤트업체인 ISL은 그러나 대내외적으로 많은도전을 받고 있다. 일단 양대 주주사중의 하나인 덴츠가 ISL로부터손을 떼고 있다. 덴츠는 ISL의 각종 사업에 일본 기업들을 스폰서로 끌어들였던 ISL의 자금줄이었다. 설립 당시 49%에 달했던 덴츠의 지분은 현재 경영에 참여하지 못할 정도로 급격히 줄어들었고ISL 이사회에도 덴츠 관계자는 상징적인 의미로 한 명만이 참여할뿐이다.◆ ISL 대내외적 도전으로 입지 흔들대외적인 경쟁도 ISL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 ISL을 세계적인스포츠마케팅 전문업체로 끌어올리는데 일조한 IOC가 올해 애틀랜타 올림픽을 마지막으로 ISL과 결별할 것이라는 사실은 스포츠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마란치 IOC위원은 가까운 스포츠계 인물이 설립한 시그너처탑(가칭)이라는 스포츠마케팅 회사에 올림픽대회 운영권을 넘겨줄 태세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월드컵 운영권도 공개 경쟁을 거쳐야만 따낼 수 있게 됐다. 아벨란제 FIFA회장은 FIFA내에서 자신의 독선적인 행동에대한 비판의 강도가 높아지자 2002년 월드컵때부터는 공개경쟁을통해 대행업체를 선정하겠다는 발언을 공공연히 해왔다. 아벨란제와의 친밀한 관계를 이용, 월드컵 운영권을 자동적으로 독점해왔던ISL로서는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현재 IMG가 이 공개 경쟁에 참여할 뜻을 강력히 비치고 있어 ISL과 IMG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하게 됐다. 물론 모든 상황이 ISL에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올림픽이나 월드컵보다는 못하지만 아시안게임과 인연을 맺게돼 어느 정도 한숨을 돌리고 있는 상태다. 98년 방콕 아시안게임대행권을 따내 처음으로 아시안게임에 본격적인 마케팅 전략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스페인에 본부를 둔 도나는 모터스포츠계의 강자다. 세계 모터사이클 선수권 대회의 독점적인 운영권을 가지고 있으며 스페인의 각종모터스포츠 관련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경기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회전식 광고 간판 시스템을 개발, 90여개국의 2천5백여개의 각종 대회에 판매하는 업체로도 유명하다.미국의 프로서브는 IMG와 함께 긴 역사를 자랑한다. 69년에 설립돼테니스의 스태판 에드베리, 가브리엘라 사바티니, 사이클경기의 그래그 르몬드, 아메리칸 풋볼의 부머 에시어슨을 비롯 미국 농구계스타들의 메니지먼트를 담당할 정도로 성장했다.이들 5개 업체가 세계 주요 경기와 선수들을 장악, 스포츠계를 좌우하는 실세들이다. 각종 스포츠 대회에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의자금을 끌어들이고 스포츠를 통한 기업의 판촉활동 계획을 수립,스포츠의 상업화에 앞장서는 전진 기지들.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의연봉계약을 대신 맺어주고 초상권을 보호하고 광고에 출연시키는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스포츠를 장사로 만들었다는 비난도 받지만스포츠를 부흥시키기 위해서라도 돈은 필요하다는게 이들의 주장.스포츠도 사업이라는 사실을 실증하는 스포츠계의 브레인들로 스포츠 경영 시대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