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비대면 결제 늘어나며 빠르게 확산...삼성전자도 상반기 제품 출시 예정

[비즈니스 포커스]
패스트푸드점부터 사찰까지…넓어진 키오스크의 무대
유통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은 ‘무인 매장’에 꼭 필요한 것은 ‘키오스크’다. 은행이나 공항 등에서 볼 수 있었던 키오스크가 최근엔 백화점, 대형 프랜차이즈, 골목 상권에까지 파고들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점원 대신 키오스크가 주문 받는 점포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키오스크 성장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지고 있다. 일명 ‘키오스크 관련주’가 들썩이는 것과 함께 이 시장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부터 사찰까지…넓어진 키오스크의 무대

중견기업 경쟁에 뛰어든 삼성·CJ
그간 한국의 키오스크 시장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이끌어 왔다. 주요 기업은 한국 키오스크 제조 선두 업체인 씨아이테크와 패스트푸드업계에 키오스크를 가장 많이 공급한 것으로 알려진 비티원 등이다.

중견·중소기업들이 이끌던 키오스크 시장에 최근 ‘삼성전자’가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삼성 키오스크’를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 출시에 앞서 한국 시장에 먼저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서는 파이서브 코리아가 자사 판매 채널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며 월정액으로 임대하는 렌털 서비스도 제공한다. 상반기 내 아시아와 호주 등 해외 시장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 키오스크’는 고성능 SoC(System-on-Chip) 기반으로 별도의 PC 없이 콘텐츠 관리와 결제가 가능하다. 카드 리더기, 영수증 프린터, QR·바코드 스캐너, 근거리 무선통신(NFC), 와이파이 등 키오스크에 필요한 필수 기능을 모두 탑재했다.

또한 다중 계층 보안 솔루션인 삼성 녹스(Knox)를 적용해 해킹 등 외부 위협 요소로부터 하드웨어, 결제 플랫폼, 애플리케이션 등을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 삼성 키오스크 관리자는 매직인포 원격 지원(remote management) 기능을 통해 전국 매장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실시간 관리할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원격 제어를 통해 증상 파악과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어 매장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삼성전자 외에도 대기업 중에선 CJ올리브네트웍스가 IT 사업부를 통해 무인 키오스크 사업을 영위 중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커피 전문점 폴바셋에 스마트 스토어 솔루션 ‘원오더’를 구축한다. 고객의 주문과 결제를 비대면으로 해결할 수 있는 키오스크와 주문 내역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오더 디스플레이 시스템이 적용된다.

전자 결제 기업도 키오스크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9년 6월 KG이니시스는 KG그룹 내 키오스크·POS 제작 업체인 KG ICT의 지분 100%를 취득했다. 밴 서비스와 통합된 온·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최근엔 키오스크에 비접촉 터치 스크린 방식을 도입해 모니터 화면을 터치하지 않아도 동작이 가능하게 하는 등 언택트(비대면) 결제 기술이 고도화하고 있다. KG이니시스 관계자는 “키오스크 자체 솔루션을 탑재해 유지·보수에 대한 안정성을 제공하고 자체 개발팀을 통해 고객사의 니즈에 맞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패스트푸드점부터 사찰까지…넓어진 키오스크의 무대

서비스업의 비대면화로 향후 수요 늘어날 듯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도입된 키오스크가 주목받기 시작한 계기는 2018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부터다. 2018년 정부가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을 내걸고 최저임금을 역대 최고 인상폭인 16.4%를 인상했다. 그 후 최저임금은 2019년 10.9%, 2020년 2.9% 상승했다. 가게 운영 비용에서 큰 폭을 차지하는 인건비가 오르자 키오스크가 점원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키오스크 시장은 이미 뚜렷한 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 기관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대화형 키오스크 시장 규모는 2017년 220억 달러에서 2023년 310억 달러 규모로 연평균 5.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한국의 키오스크 시장은 2006년 600억원, 2013년 1800억원, 2017년 2500억원 규모로 연평균 13.9%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급성장의 기폭제가 된 것은 코로나19다. ‘비대면 결제’가 성행하자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키오스크로 비대면 결제를 도입했다. 많은 사람이 터치하는 만큼 위생 기능도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최근 출시되는 키오스크들은 위생 기능을 한층 강화했다. 삼성 키오스크에 사용된 터치 스크린은 표면에 99.99% 이상의 향균 효과를 내는 특수 코팅을 사용해 위생을 강화했다. 항균 코팅 기술은 식품 포장재에도 사용할 수 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물질인 아연피리치온(ZnP)을 사용해 미국 안전 규격 기관인 UL(Underwriters Laboratories) 인체 독성 평가 시험을 통과했다.

또 삼성 키오스크에 적용한 항균 기술은 시중에서 흔히 사용되는 구리 또는 은을 활용한 필름 형태와 달리 산소나 황 성분에 의해 쉽게 변색되지 않고 90% 이상의 높은 투과율을 지원해 항균력과 선명한 화질을 모두 만족시킨다. 하혜승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전무는 “삼성 키오스크는 위생과 안전을 중요시하는 최근 트렌드에 최적화된 비대면 주문 결제 솔루션”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키오스크 제품을 지속 개발해 미래형 매장을 구축하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서비스업이 비대면화를 지향하는 만큼 키오스크의 보급 속도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월 3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서비스 산업의 비대면과 디지털화를 위해 영세 상점과 중소기업에 스마트 시스템 구축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날 밝힌 ‘서비스 산업 코로나19 대응 및 발전 전략’에 따르면 2023년까지 소상공인에게 키오스크와 디지털 결제 단말기 20만 대를 보급한다. 이는 음식·숙박 및 도소매 등 생활 밀착형 업종에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비대면의 확산으로 메뉴 주문뿐만 아니라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에도 키오스크가 활용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LG유플러스는 지난 1월 전국 주요 30여 개 오프라인 매장에 ‘U+키오스크’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매장 방문 고객이 간단한 본인 확인만으로 유심 개통을 비롯해 요금 조회·납부 등 복잡한 통신 업무를 스스로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종교 활동에도 키오스크가 활용된다. KG이니시스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조계사’에 비대면 보시가 가능한 키오스크를 설치해 비대면 기부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키오스크를 통한 보시는 불교를 포함해 한국 종교계에서는 최초로 진행되는 언택트 종교 활동이다. 기존 보시는 현금으로만 가능했지만 이번에 조계사에 설치된 보시함 키오스크를 이용하면 비대면으로 현금을 포함해 신용카드로도 보시가 가능하다. KG이니시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시대가 빠르게 도래하면서 대면 종교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업계 최초로 비대면 방식으로 보시가 가능한 키오스크를 기획하게 됐다”며 “다른 사찰을 비롯한 종교 단체에도 키오스크 설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