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조선맥주에 유난히 인상깊은 해다. 올 상반기에 조선맥주는 OB맥주를 누르고 맥주업계 1위에 등극했다. 30년만의 일이다. 조선맥주의올 상반기 매출액은 5천5백67억원. 4천8백2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OB맥주를 7백47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시장점유율은 42.78%. OB맥주는41.22%였다. 감격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선맥주에 이러한 감격을 안겨다준 일등공신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93년에 출시된 하이트맥주다.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하이트라기보다 물이다. 「맥주의 90%는 물.1백50m 천연암반수로 만든 맥주 하이트」는 소비자들에게 충격이었다.그 때까지 아무도 맥주를 마시며 물을 고민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차례의 수돗물 파동을 겪으며 사람들은 언제나 있는 흔한 물, 모두 똑같은물이 아니라 깨끗하고 특별한 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정수기 시장이 1천억원대로 진입하고 생수시장이 5백억원 규모를 넘어선 것도 하이트맥주가 붐을 일으키기 시작한 93년이었다. 이 시기가 본격적인 물 마케팅이 시작된 원년으로 꼽히는 것도 그래서다.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감에 따라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마시는 맹물만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 만들 때 사용하는 모든 물을 걱정하게 됐다. 맹물만 생수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음료나 주류 빵 장류 등 각종 식음료도 생수로 만들어진 것을 우선적으로 찾는다.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굳이 무공해 유기농법 농산물을 사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건강과 무공해가 이 시대 「화두」 중의 하나로 등장하면서 「좋은 물」은 식음료를 제조할 때 사용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사항이 아니라「필수사항」으로 부상한 것이다.◆ 하이트맥주 93년 ‘물 마케팅’ 도입주류가 대표적인 예다. 하이트맥주 이후 천연 생수로 술을 만드는 것은기본이 됐다. 진로쿠어스맥주는 카스맥주를 계열사인 진로종합식품의 청원공장에서 생산된 생수로 제조하고 있다. 맥주뿐만이 아니다. 소주 역시전체의 75%는 물이다. 올초 「김삿갓」을 선보이며 프리미엄 소주 바람을 일으킨 보해양조는 전남 장성의 무공해 지역 지하 2백50m에서 뽑아올린 암반수로 김삿갓을 만들고 있다.진로나 두산경월에서 나오는 소주도 마찬가지다. 진로의 프리미엄 소주「참나무통 맑은 소주」는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 생수로 만들어지고 두산경월의 「청산리 벽계수」는 강원도 대관령 지역의 청정수로 제조된다. 불과 3년전만해도 하이트의 예에서와 같이 좋은 물로 만들어졌다 하면 크게 히트칠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좋은 물은 그야말로 「기본안주」인 셈이다.술만큼이나 물이 많이 쓰이는 음료업계도 물에 대한 입장은 같다. 미국의 비치, 프랑스의 샤스뎅과 함께 세계 3대 광천수의 하나로 잘 알려진충북 청원군 초정리 초정약수는 오래전부터 각종 음료에 사용돼 왔다.귀에 익은 초정리 광천수 사이다가 대표적이다.무공해 식품을 내세우는 식품회사들도 식품 제조에 쓰이는 물에 대해서는 주류회사나 음료회사만큼 신경쓴다. 풀무원은 콩나물이나 순두부, 각종 장류 등을 만들 때 생수를 이용하고 있다. 「무공해」를 내세우는만큼 기본 재료인 물부터 깨끗한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삼양식품도 생콩간장 등 장류를 만들 때 지하 2백m에서 끌어올린 천연생수를사용하고 있다.지하수가 식품이나 주류 음료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지하수 이용 실태에서도 드러난다. 우리나라 지하수 전체 이용량은25억7천만톤. 이 중 46.3%에 해당하는 11억3천9백만톤이 농업용수에 이용되고 26%인 9억5천만톤은 생활용수에, 16.7%인 4억8천만톤은 공업용수에 사용되고 있다. 이 중 생활용수에 사용되는 지하수 중 일부가 생수나 주류, 음료 제조에 쓰인다. 생활용수의 대부분인 9억3천4백만톤(98.3%)은 급수로 이용되고 있으며 0.9%에 해당하는 8백50만톤은 온천용수에 이용된다.그 다음으로 지하수가 많이 쓰이는 곳이 주류제조와 청량음료제조다. 주류제조에는 생활용수의 0.37%에 해당하는 3백50만톤이 쓰이고 청량음료제조에는 0.34%인 3백20만톤이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생수에 사용되는지하수가 생활용수 전체량의 0.08%에 해당되는 80만톤이다. 주류나 청량음료에 쓰이는 지하수의 양이 생수에 쓰이는 지하수 양보다 8배 이상 많은 셈이다.◆ 기능수, 우유나 주스보다도 3~5배 비싸각종 주류와 식음료에 지하수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서 「육각수(六角水)」「기(氣)를 불어넣은 물」「게르마늄수(水)」 등 인체의 질병치유력을 높인다는 이른바 「기능수(水)」까지 등장, 상품화되고 있다. 기능수를 판매하는 업체들은 기능수가 보통물과는 다른 분자구조를 가졌거나기(氣)를 함유했다 해서 고혈압 당뇨 등 각종 성인병에 대한 자연치유력을 높인다고 주장한다. 그런만큼 일반생수는 말할 것도 없고 우유나 주스보다도 3∼5배 이상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대표적인 것이 육각수다. 이 물은 물분자가 화합한 고리구조가 육각형이라해서 육각수라 불리는데 독특한 건강증진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되고 있다. 이 물은 지난해초 LG전자의 신제품 냉장고 이름에도 붙여졌다. 당시 LG전자는 이 냉장고에 물을 넣어두면 물이 몸에 좋은 육각수형태의 분자구조로 바뀐다고 광고했다. 이에 뒤질세라 삼성전자와 대우전자도 잇달아 자사 냉장고도 물을 육각수로 바꾸는 기능이 있다고 광고, 한 때 육각수가 냉장고 판촉의 핵심전략으로 떠오르기도 했다.최근에는 육각수가 음료로 상품화됐는데 지하수에서 채취한 암반수에 파동을 일으키는 특수한 돌로 처리해 만든 씨-스텝사의 「레민다」가 대표적이다. 씨-스텝사는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에게 물을 공급한다해서화제를 모았던 회사. 이 회사는 레민다를 탄산음료 제품으로 허가받아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2백40㎖ 한 캔에 1천3백50원, 5백㎖ 페트병에 2천7백원으로 일반 생수보다 5배 이상 비싸다.동영산업이 만들어 파는 삼익탕(三益湯)은 기(氣)를 담고 있다는 특수한물이다. 이 회사는 삼익탕에 기와 녹용 약재 등이 들어가 건강증진 효과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목천식품이 지난해말부터 판매하고 있는 게르마늄수는 차령산맥의 지하 2백m 암석층에서 용출되는 지하수로 만들어진 기능수. 이 회사의 게르마늄수는 우유 한 팩보다도 작은 용량인 1백60㎖ 한 봉에 1천6백원이다.이외에 은천게르마늄연구소라는 곳에서는 「대금산게르마늄약수」라는물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기능수는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건강의 기본인 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틈을 타 소비자층을넓혀 가고 있다. 흔하디 흔한 물이 각종 상품에 이용돼 가격을 올리는부가가치 요인으로 등장한 것이다. 물을 이용한 마케팅이 성행한다는 것은 결국 깨끗하고 맑은 물이 더 이상은 흔하지 않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물이 희소해질수록 물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더욱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생수업계 수질개선부담금에 반발판매액 20%는 과다, 법원에 소송생수업계(먹는 샘물 업계)가 수질개선부담금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수질개선부담금이란 수질을 개선, 보전하기 위해 지하수를 끌어올려 생수로만들어 판매하는 생수업체에 생수 판매액의 20%를 세금으로 내도록한제도다. 생수시판이 허용된 지난해 5월부터 올 6월까지 생수업체들이 환경부에 낸 수질개선부담금은 약 1백20억원이었다.생수업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형평성의 원리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생수로 사용되는 지하수 양은 80만톤. 전체 이용량 25억7천만톤의 0.03%에 불과하다. 주류(3백50만톤)나 청량음료(3백20만톤)에 사용되는 지하수보다도 적은 양이다. 그런데도 수질개선부담금은 생수업체만 내고 있다. 게다가 지하수법에 의해 신고된 지하수 개발용 관정 6천6백18개 중 생수업체가 개발한 관정은 4백10개로 전체의 0.6%에 불과하다.두 번째 불만은 수질개선부담금이 지하수로 만들어진 생수에만 부과되는것이 아니라 용기나 포장박스, 운반비에도 부과된다는 것이다. 매출액의20%로 책정하다보니 생수 원재료뿐만이 아니라 용기나 운반비 등에도부과되고 있어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생수업계 관계자는 『주류나 청량음료에 이미 주세라든가 특별소비세 등다른 명목의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지하수로 무엇을만드느냐에 따라 부과하는 세금이 차별적이라는 것은 문제』라며 『한부처에서 형평성에 맞게 통일적으로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최근 30여개 생수업체가 수질개선부담금 1백여억원의 부과처분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법원에 냄으로써 수질개선부담금 문제는 정식으로 형평성과 합리성을 심판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