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청천의 서울시청은 복마전?」매년 서울시민들에게 주어지는 궁금증이 있다. 바로 때만 되면 연례행사로 되풀이되곤 하는 버스요금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요금이산정되며 버스요금 인상이 거론될 때마다 버스운수업자들의 앓는소리는 왜 그렇게 큰지, 또 버스노선은 왜 그렇게 구불구불 불합리하게 이뤄져있는지…. 바로 버스에 관한 의문점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업계에 대한 비리가 터져나왔다.서울시의 운수행정을 담당하는 관제탑인 김동훈 전교통관리실장과조광권 전교통기획관을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뇌물수수혐의로쇠고랑을 찼다. 적자라고 속여 수입을 횡령하고 세금을 포탈하고공무원들에게 뇌물을 대가로 노선조정을 부탁한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유쾌하이사장을 비롯한 버스회사 대표들도 대거 구속됐다.◆ ‘비리의 총체적인 모습’ 여실히 드러나버스운행중단이라는 「채찍」과 공무원들을 상대로 뇌물이라는 「당근」을 이용해 이익만을 추구하던 버스업주들과 민선 조순시장이취임이후 최대역점사업으로 추구하던 교통정책의 실무공무원들의비리합작품이 터져 나온 것이다. 「버스비리」가 터지자 조순시장은 즉각 『(서울시의) 고위공직자들이 비리에 연루돼 민선시장으로서 무거운 죄책감을 느낀다』며 『재연을 방지하는 특단의 조치를강구하겠다』는 내용의 대시민사과성명을 발표했다. 서울시측도 노선실사를 벌여 도심통과노선 축소, 굴곡노선 정비 등 노선정책조정과 버스요금 인하를 고려한다는 등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그게 다는 아니다. 현재 수사가 진행중이지만 이번 「버스비리」는 오랫동안 곪아있던 상처가 터진 것인만큼 그 「냄새」도지독하다. 일부에서는 드러난 것만으로도 「비리의 총체적인 모습」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만큼 시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듯하다. 서울시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시민들의 「발」이라는 버스를 이용해 서울시민을 「봉」으로 삼았다는 사실.경실련 녹색교통운동 시민교통환경센터 YMCA 등 7개 소비자 단체들은 지난 1일 『시민들에게 고통을 분담하자고 촉구했던 서울시 공무원들이 뒤로는 검은 돈을 챙긴 사실에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정모씨(59, 주부, 서울 은평구 구산동)는 『매년 나오는 버스적자때문에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새빨간 거짓말로 밝혀졌다』며 『공무원과 버스업주들의 뒷거래로 시민들만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 힘없고 빽없는 시민들만 당한다』고 말했다. 분노와 함께 허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비단 서울시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버스운수행정은물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자체에 대한 불신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있다. 이를 입증하듯 부산에서도 「버스비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단지 비리뿐만이 아니다. 이번 수사에 임하는 전직공무원들의 태도가 「1도 2부 3빽」(일단 도망, 잡히면 부인, 이것저것 다 안되면 빽을 동원한다는 말)의 구태가 여전해 수사검찰이 진땀을 빼고 있다는 보도에 시민들의 감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게다가 검찰쪽으로 힘있는 사람들의 로비와 청탁이 끊이지 않았다는보도에 개혁이니 사정이니 열심히 외쳐댄지 4년 가까이 돼가지만「역시 공무원들은 어쩔 수 없다」는 극단적인 지적도 나오고 있다.「버스는 교실이다」. 시인 김광섭씨가 쓴 「버스교실」이라는 글에 나오는 내용이다. 대중과 직접 부대끼며 사회상을 직접 확인할수 있는 버스는 곧 사회와 인생을 전해주는 교실이란 뜻이다. 현재서울의 시내버스는 89개회사가 4백46개 노선에서 운행하는8천7백25대. 한 회사당 평균 99대꼴로 하루 연 1천만명이 이용하는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금의 「버스비리」를 보면서 8천7백여대의 버스를 보고 교실이라고 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그것은 전적으로 「오뉴월 생선처럼 썩기 쉽다」는 일부 공무원과돈을 동원해 권력에 붙어 더 큰 이권만을 추구하는 악덕업주들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 포청천」의 책임은 그만큼 크다. 포청천의턱수염아래 썩은 물이 고여 하루에 버스를 이용하는 약 1천만명을상대로 사기를 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