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선물트레이더, 증권사 지점장,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의 직업은 금융업 중에서 남성들도 선호하는 인기 직종이었다.80년대 말까지만 해도 여성들이 언감생심 탐할 수 없는 그런 자리였다. 기민한 판단력과 열정 그리고 체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버틸수 있는 어렵고도 중요한 자리였다.그러나 최근들어 「금녀의 땅」에 과감히 입성하는 사례가 급격히늘고 있다. 여성이라고 가파른 산악을 등반하지 말란 법이 없지 않느냐는게 신세대 여성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오히려 섬세한 감각을 갖추고 있는 여성들이 금융부문에서 높은 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다.실제 일부 금융회사들은 이같은 여성들의 주장을 수용, 유능한 여성을 핵심부서에 뽑아쓰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은 지난 95년 사내여직원을 대상으로 펀드매니저 양성과정을 만들었다.그리고 10명을 뽑아 1년동안 자산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모의 투자게임을 통해 이은영씨(25)를 최종 선발했다. 한국 최초의 여성 펀드매니저인 이씨는 현재 외수펀드운용팀에소속돼 있으며 KST 등 3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이씨의 강점은 승부근성이다. 주식내재가치, 자금흐름, 수급동향을꼼꼼히 챙겨 줏대있게 투자를 결정하곤 한다. 아직은 초년병이라선배들의 노하우를 하나라도 더 챙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조만간 여성의 강점을 살려 고객들에게 높은 수익을 안겨줄 자신이 있다고 이씨는 말한다.◆ 강도높은 훈련 통해 ‘최고되기’ 구슬땀대한투신도 공모를 통해 여성펀드매니저인 윤선화씨(27)를 선정하고 현재 강도높은 매니저훈련을 받고 있다. 회사측은 자질이 뛰어나고 업무능력이 탁월해 일정기간 부운용역으로 운용파트에 근무시킨후 펀드운용을 맡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증권사 리서치분야에서도 여성 애널리스트들을 종종 보게 된다. 이들은 자기가 맡고 있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구슬땀을흘리고 있다. 홍일점이란 별칭을 들을 때마다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에 근무하는 박소영씨(34)는 어지간한 증권전문기자들이 금융분야에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전화로문의할 정도로 베테랑 애널리스트로 통한다. 그녀는 지난 86년 대우경제연구소에 입사해 증권조사부에서 일하다 지난 94년부터 금융전문 분석가로 활동하고 있다. 박씨는 자신이 밤새워 만든 보고서가 기관투자가는 물론 보도를 통해 일반투자자의 투자척도로 활용될 때 말못할 짜릿한 감정을 느낀다고 말한다.교보증권의 조윤정대리(29)도 7년째 애널리스트로 근무하고 있다.이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동아증권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딘 조대리는 지난 95년 교보증권에 스카웃돼 리서치센터에서 제약담당 분석업무를 하고 있다. 성격이 쾌활하고 활동적이어서 동료 남성 애널리스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최근들어 선물딜러로 활동하는 여성들도 늘고 있다. 제일은행계열의 한국선물거래에 근무하는 최혜란씨(26). 그는 여성특유의 섬세한 감각과 부지런함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최대의 이익을 돌려주기위해 촌음을 다퉈가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그녀의 주업무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동등 원자재의 선물거래를 대행해 주는 것이다. 영어에 능통한 최씨는 지난 95년 선물회사에 입사, 4개월동안 선물거래를 위한 기초연수를 마치고 곧바로 실전에투입됐다. 세계 원자재 경기흐름을 면밀히 파악하고 해외의 정보망을 풀가동해 순간 순간 매수 매도를 결정해야하는 숨가쁜 업무지만자신의 일에 항상 매력을 느낀다고 최씨는 말한다. 특히 지난해5월 미국선물협회(NFA)가 공인하는 선물중개자격증(AP)을 따내 주위의 관심을 끌었다. 그는 사고의 폭을 넓히고 선물거래에 관련한선진국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해외유학도 꿈꾸고 있는 맹렬 여성이다.물론 금융기관에서 근무하는 여성중 해외근무를 통해 경륜을 쌓은후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기어포드 할부금융의 김행자부사장이 그런 케이스이다. 김부사장은 지난 84년부터 제너럴 모터스 포드 등에서 시장조사 기획업무를 하다 포드의 할부금융 자회사인 포드크레디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국내에서 처음 할부금융시장이 열리면서 부사장으로 발탁된 것도 그의 경력을 높이 평가받은데 따른 것이다.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리노이대에서 석사를, 웨인 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부사장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개발하고 고객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를 차등화해 서비스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