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떠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곳간을 허물고 갖고 있던주식을 내다판 뒤 한국증시에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기업의형편없는 영업실적과 불투명한 정국으로 증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한보그룹과 삼미그룹 등 안전지대로만여겨졌던 30대 재벌도 부도를 내고 쓰러지면서 한국경제 전체에 대한 공신력마저 떨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대외성적표라고 할 수있는 원화환율마저 오름세를 타고 있다(원화가치하락). 이래저래손실만 커지면서 한국증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외국인의 한국증시 이탈현상은 숫자로 금세 드러난다. 지난 2월중9백64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1월중에 4천38억원어치를 사들였던 것과 크게 대조적이다. 3월 들어선 순매도 물량이 더욱 커지고 있다. 1~25일중 순매도 물량이 2천93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이전체거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월에 7.0%선을 유지했으나 2월에는 5.6%, 3월에는 6.1%로 미미하다.외국인들이 한국증시를 떠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한국경제가구조적 불황을 겪으면서 기업들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12월결산법인들의 지난해 영업실적은 이를 그대로 드러낸다. 매출액은15% 늘었으나 경상이익은 56%, 순이익은 62.5%나 줄어들었다.그나마 엄청난 환차손과 주식평가손을 합할 경우 적자를 면치 못하는 기업이 수두룩했다. 겉만 번지르르한 속빈 강정이었던 셈이다.기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니 주가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한국증시의매력은 그만큼 줄어들게 마련이다.여기에 한보·삼미그룹을 필두로 한 부도도미노가 악재로 가세했다. 「앞으로 부도날 기업이 더 있다」는 정지택 상업은행장 발언이후 「멀쩡한」 중견그룹주들이 하한가 세례를 받았다. 『보유주식이 40`~50% 하락했더라도 내일을 기약하며 갖고 있었으나 부도난다는 소문에는 더이상 갖고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 펀드수익률이낮은 것은 종합주가지수가 떨어진 것으로 변명할 수 있지만 부도예측을 못했다는 것에 대해선 어떤 이유도 통하지 않는다.』(외국증권 관계자)◆ 외국인 매도 파괴력 커 ‘휘청’올들어 외국인들이 집중 매도하고 있는 종목들이 부도기업의 주거래은행이거나 부도위험성이 높다고 여겨지던 것이라는 점은 이를잘 나타낸다.지난 1~3월중 외국인 순매도 상위 10개종목중 6개가 금융주(은행5개, 증권 1개)였으며 한보부도(1월23일) 유탄을 맞고 컴퓨터유통업체가 연쇄부도로 쓰러지면서 이와관련이 있던 극동도시가스도 매물세례를 받았다.이들 종목들은 같은기간 주가가 23.7%나 폭락, 종합주가지수 하락률(2.3%)를 크게 웃돌았다. 외국인 매도의 파괴력이 얼마인지를여실히 보여준 셈이다.특히 삼미부도(3월18일) 이후엔 상업 서울 한일 제일 외환 등 은행주 매도가 집중되며 제일 서울은행 주가는 2천원대로 추락했다.『주가수준으로만 볼 때는 부도난 것과 진배없다(D증권 관계자)』는 수모를 받은 것은 당연했다.엎친데 덮친 격으로 원화환율이 급격한 상승커브를 타고 있다. 1월말만해도 달러당 8백61원에 머물던 환율은 2월말에도 8백64원으로안정세를 보였다. 그러던 것이 3월27일 현재 8백89원을 넘어섰다.지난 25일엔 원화로 달러를 살 때 적용되는 환율이 9백원을 뛰어넘었다.한보·삼미부도후 한국경제에 대한 신인도가 떨어지고 한보청문회등으로 정국이 불안해 외국돈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달러사재기가 일어난 탓이다. 이를 반영하듯 거주자 외화예금은 지난해말만 해도 14억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현재 50억달러에 육박하고있다.환율이 오르면 외국인들은 앉아서 손해를 입게 된다. 그래도 한국증시가 활황을 보여 주식투자에서 이익을 얻으면 환차손을 감수할수 있으나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손해는 두배로 부풀어진다.재정경제원은 떠나는 외국인들의 발길을 돌리고 새로운 손님을 받아들이기 위해 외국인투자한도확대 방안을 「흘리고」 있다. 그러나 악재로 점철된 한국증시에 한도가 늘어난다고 해서 얼마나 자금이 들어올지는 미지수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