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박물관은 대체로 법인형태로 운영된다. 기업이나 오너가 출연한 자금을 바탕으로 설립돼 운영된다. 운영비나 유물구입비도 마찬가지다. 직원들 역시 다른 계열사에서 파견나온 형식으로 근무한다. 박물관 자체 수입이 없는만큼 현실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대부분 관장은 설립자나 임원이 맡고 있다. 그 밑으로부장이나 과장급이 부관장이나 학예실장으로 있다. 실무진으로는주로 대리나 평사원이 맡는 학예사가 있다. 규모가 큰 기업박물관의 경우는 관장을 포함해 대략 5~10명의 직원이 일을 맡고 있으나규모가 작은 경우에는 2~3명으로 꾸려가기도 한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업박물관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설립자·전문인 등 출신 다양먼저 박물관의 실질적인 총수격인 관장은 그 출신성분이 아주 다양하다. 설립자가 관장으로 있는가 하면 전문경영인인 사장이 맡고있는 곳도 있다. 물론 가장 흔한 것은 그 분야의 전문가로 박물관에 영입돼 관장자리를 지키는 경우다. 또 외부인사가 관장으로 있는 경우도 있다. 설립자가 관장으로 있는 경우로는 삼성출판사가운영하는 삼성출판박물관의 김종규 관장이 대표적이다. 삼성출판사회장으로 국내 출판계의 대부격인 김관장은 지난 90년 서울 당산동에 출판전문 박물관을 설립한 이래 아주 성공적으로 이끌어 오고있다. 삼성출판사 전무와 부사장을 차례로 거쳐 89년 사장 자리에오른 김관장은 특히 출판 관련 유물에 대한 애착이 남달리 강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64년부터 유물을 수집, 24년만에 평생소원인박물관건립의 꿈을 이루었을 정도다. 요즘도 김회장은 자신이 직접인사동 등을 돌아다니며 옛 선조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고서를 모으고 있다. 김회장은 또 대외활동도 활발해 문화재전문위원, 한일문화협회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한국현대의상박물관을 이끌고 있는 신혜순 관장도 설립자가 직접관장으로 있는 케이스다. 신관장은 국내 굴지의 패션디자이너 양성기관인 국제복장학원 원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이화여대 가정학과출신으로 뉴욕FIT대에서 패션디자인학과를 전공하고 국내에 들어와디자인 일을 하면서 업계에서는 여장부로 통한다. 재미한국디자이너협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섬유산업연합회 패션디자인 전문위원으로 있다. 박물관은 지난 93년부터 준비해 95년 문을 열었고 자신이직접 소장품을 구하기 위해 국내외 패션 관련 행사가 있을 때마다현장을 누빈다.신세계상업사박물관의 권국주 관장은 전문경영인으로 일하면서 박물관을 이끌고 있다. 그는 신세계백화점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현장을 누비고 있다. 자연 박물관을 자주 찾지는 못한다. 그러나박물관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 못지 않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설명이다. 특히 박물관 운영의 핵심인 유물구입과 관련해 필요한것은 아무리 비싸더라도 돈 걱정하지 말고 사라고 직원들을 격려한다.전문가 출신 관장도 여럿 있다. 이들은 대부분 대학에서 박물관 운영과 연관이 깊은 학문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도 줄곧 박물관 쪽에근무해온 베테랑들이다. 일부 관장들은 책도 여러권 냈을 정도로대외적인 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박물관의 살아있는 산증인들이다. 대표적인 인물이 태평양박물관의 전완길 관장이다. 성균관대 대학원 사학과를 졸업한 전관장은 대학강사를 거쳐박물관장 자리를 맡고 있다. 한국박물관협회 감사이자 세계박물관협회 회원이기도 한 전관장은 저서도 적잖아 지금까지 10여권의 단행본을 출간했다. <한국화장문화사 designtimesp=4768>, <멋 5000년 designtimesp=4769>, <한국의 여속 designtimesp=4770>등이 대표작으로 꼽힌다.풀무원이 설립한 김치박물관의 장지현 관장과 한독의약박물관의 김쾌정 관장도 기업박물관 관계자들이 인정해주는 전문가다. 서울대농학박사로 서울시립대와 성심여자대학(현 가톨릭대) 교수를 지낸장관장은 국내 김치연구의 권위자로 통한다. 적지 않은나이(70세)에도 불구하고 김치 관련 연구에 아주 열성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김치연구회 회장도 겸하고 있다.고려대 대학원 사학과 출신의 한독의약박물관 김쾌정관장은 올해로24년째 박물관을 지키고 있다. 젊은 시절 한때 대학강사로도 활약했던 김관장은 지난 73년 한독에 입사한 이후 국내 최초의 기업박물관인 한독의약박물관을 반석 위에 올려놓았다는 평을 듣는다. 박물관협회 상임이사를 지내면서 협회의 기틀을 다지는데 기여하기도했다. 이밖에 한국마사회가 운영하고 있는 마사박물관의 최공호관장도 전문가 그룹에 속한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한국미술사를 전공한 최관장은 서울대와 홍익대 강사를 지냈고 홍익대박물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많게는 5~10명, 작게는 2~3명이 살림롯데월드민속박물관 민균기 관장과 삼성어린이박물관 주원상 부관장은 다른 업무를 보면서 박물관을 챙기고 있다. 롯데월드 민관장은 지난 74년 롯데그룹에 입사했고 지금은 롯데월드 개발담당 상무로 있다. 박물관장을 맡은지는 1년여쯤 된다. 삼성의 주부관장은중앙일보 파리특파원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삼성문화재단 이사로 재직하면서 박물관 일을 보고 있다. 이밖에 정시화 서울디자인박물관장은 국민대 조형대 교수로 있으면서 관장직을 겸하고 있다.각 박물관의 실무를 총괄하는 학예실장 또는 연구실장 가운데 두드러진 활약을 펼치는 이로는 신세계상업사박물관의 배봉균학예실장을 들수 있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사학을 전공한 배실장은 한때 전시기획 전문인 한집디자인연구소 소장으로 일한 경력이 있는 등 박물관 전시분야의 전문가다. 지난 95년 신세계로 옮겨 박물관 설립단계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또 세종대 가정학 석사 출신의김치박물관 김경미 연구실장도 지난 94년 김치박물관으로 옮겨온이후 다양한 김치이벤트를 진행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미니 인터뷰 /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 관장박물관은 재교육기관, 다다익선출판박물관을 설립한 동기는.우리 민족은 금속활자를 처음 발명했을만큼 인쇄문화에 뛰어났다.그래서 평소 이를 널리 알리고 우리 출판문화의 현주소를 보여주고싶었다. 그러다가 90년 용기를 내어 당산동에 문을 열었다.▶ 어려운 점은 없는지.모든 것이 다 어렵다.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박물관을 꾸려가려니힘에 부치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렇지만 어려운만큼 보람도 많다. 여러 사람들이 와서 박물관을 보고가면서 고맙다는 말을전할 때는 정말 큰 보람을 느낀다.▶ 박물관을 운영하시면서 느끼는 점이 있다면.우리의 역사를 후세에게 보여주는 게 바로 박물관이라고 본다. 또사회의 공기로서 재교육 기관으로도 아주 유용하다는 점을 느꼈다.여러 기업들이 박물관을 많이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런이유에서다.▶ 유물은 어떻게 수집하는가.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하는데 주로 인사동을 많이 간다. 또요즘에는 내가 출판박물관을 한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져서 그런지좋은 출판물이 있다며 구입의사를 묻는 전화도 많이 걸려온다.▶ 앞으로의 계획은.관람객들 곁으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계획이다. 새로운 자료를 꾸준히 수집하는 것은 물론이고 특별기획전과 문화강좌도 자주 열 생각이다.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