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공적(公的)연금은 구조적으로 걷는 돈보다 내주는 돈이 더많게끔 짜여져 있다. 수입의 원천인 가입자 갹출금(사용자 부담금포함)이 퇴직연금 급여의 지출 수요를 충당하기에 태부족이다. 더구나 공무원 군인 사립학교교직원 등 3개 특수직역연금은 애당초민간기업에 비해 낮은 보수를 연금으로 보상한다는 차원의 배려를깔았다. 「모자르면 정부 일반회계에서 빌려 지급한다」는 복안이었다. 기본적으로 적자를 염두에 두고 출발했다는 말이다.연금이 적자를 낳는 또 하나의 원인은 연금기금에 대한 공공부문강제 전용에 있다. 국민저축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저축으로 간주해저금리의 공공부문에 끌어다 씀으로써 기금 운영에 있어서의 수익성 저하라는 문제를 낳았다. 재원을 잘 굴려 급여지급에 보태써도시원치 않을 판인데, 법(공공자금관리기금법)으로 전용할 수 있게끔 묶어놓고 있어 가입자로서는 저수익성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우선 연금 납부액과 지급받는 급여와의 차이가 발생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표는 KDI가 지난 95년 연금 불입기간, 퇴직 연령, 결혼연령, 연금수급기간, 화폐가치 변동에 따른 실질 이자율, 실질 임금상승률 등의 평균치를 가정해 시뮬레이션한 결과다. 이 표에서 「급여의 현재가치」는 퇴직후 연금으로 받을 돈이 본인 최종 연봉의몇배에 해당하는가를 나타내는 배수다. 예컨대 공무원연금 항목에서 10.93배라는 것은 최종 연봉의 11배 가까이를 퇴직후 생존기간동안 받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갹출금의 현재가치」는 재직중에 납부한 총 갹출금이 최종 연봉의 몇배에 해당하는가를 나타내는 배수다. 따라서 3.8배라는 것은 재직기간동안 낸 총 갹출금이최종 연봉의 3.8배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즉 극단적으로 말하면 퇴직 시점에서 최종 연봉의 3.8배를 갹출금으로 내면 연봉의 10.9배를 연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이 비율을 나타낸 것이 급여/갹출금 비율이다. 표에서 보듯 추정결과에 따르면 특수직역연금의 경우 급여/갹출금 비율이 전반적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보편적인 가입자에게 생존기간 동안 연금 급여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가입자가 불입한 총갹출금의 2배 내지 3배에 달하는 금액을 조달해야 한다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이 차액분이 수익 사업 등을 통해 제도 내부에서 해결되면 다행이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외부, 다시 말해 정부회계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정부보조금 항목에 표시되어 있는수치다. 이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정부보조율이 26∼61%선이고 공무원연금 등은 65%, 군인연금은 가장 심해 80%에 달한다. 공적연금재정자립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대목이다. 군인연금의재정적자 현상이 특히 심한 이유는 조기정년 및 전투기간 3배 가산제, 20년 미만 복무자에 대한 상이연금, 순직자 유족연금 등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군인연금 정부보조율 80%선기대수익률은 총갹출금의 금리를 얼마로 하면 앞으로 받는 연금총액과 같아지는지를 말해주는 연 평균이자율의 개념이다. 기대수익률이 클수록 갹출금에 대한 상대적 연금 혜택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이 결과를 보더라도 군인연금의 이자율이 가장 높음을 알수 있다. 자산의 실질투자 수익률이나 보험의 공정 수익률을 통상5%라고 볼 때 특수직역연금의 기대수익률은 상당히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사회보장제도의 기대수익률은 도입 초기 저소득층이 6%로 가장 높았으나 지금은 3% 수준이며 고소득층은 1%에 불과하다.원래 연금 재정의 안정을 기하기 위해서는 연금 보험률이 최소한10%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러나 실시 초기의 경제상황 및 가입자의 부담능력 등을 고려해 3%의 낮은 수준에서 출발한 것이 현재의 구조적 적자를 낳은 요인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상균교수는 『98년부터 9%로 인상한다고는 하지만 이것으로도 충분치 않다고 본다』면서 『외국의경우 12% 수준인데도 심각한 수지불균형을 겪고 있어 국가재정에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두 번째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저 수익성의 문제는 엄밀히 말하면 적자의 근본적인 문제라기 보다는 적자를 촉진하는 요소라고 할수 있다. 공적연금은 적립 방식에 의한 재원조달을 기본으로 채택하고 있어 적립된 기금의 수익률이 재정상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도록 되어 있다. 즉 연금기금의 이자발생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고이를 기초로 연금지급비를 충당하는 구조다.◆ “98년 연금보험율 9% 인상 충분치 않다”그런데 정부는 91년의 기금관리기본법과 93년의 공공자금관리기금법을 기초로 연금기금의 공공자금예탁을 의무화시키면서 공적연금의 상당부분을 국책사업에 전용해왔다. 국민연금의 경우 95년에는전체 기금운용액의 71%인 10조4천억원이, 96년도에는 67%인14조6천7백억원이 각각 공공자금으로 전용됐다. 사정은 공무원연금도 비슷하다. 공무원기금은 86년 이후 공공부문 투자액이 급증,93년의 경우 전체의 38%인 1조8천여억원이 투입됐다. 이처럼 공공부문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금융부문의 몫은 26%선까지 하락하기도했다.이같은 강제 예탁이 안고 있는 문제는 정부가 돈을 빌려가면서 제도적으로 시중금리보다 싼 값을 적용한다는데 있다. 금리는 법적으로 「시장금리로 발행된 중장기 국채발행금리와 기금중의 금융자산운용수익률을 평균한 값」으로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금리가 늘시중금리보다는 1∼3% 가량 싸다는게 적자구조의 개선을 가로막는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국민연금같은 경우 개인이 정부에 신탁한 돈이기도 하지만공기금적 성격도 일부 지니고 있는 까닭에 이같은 공공부문으로의전용이 아주 불합리하다고만은 할수 없다. 즉 수익성과 안정성을추구하면서도 동시에 공공성의 성격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제도의 초기단계에서는 기금의 수익성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중요한만큼, 공공자금 예탁을 자제하고 수익성 확보사업에 보다 더 많은재원을 배분해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농어촌 지역 연금 실태징수율·소득신고액 낮아 골치지난 95년 7월부터 농어촌 지역연금제가 실시됐고 98년 7월부터는도시자영자에게까지 확대된다. 그러나 농어촌연금은 숱한 문제점을노정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현 제도가 그대로 도시 자영자에 적용될경우 국민연금의 재정위기는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시행 1년반이 지난 현재 농어촌연금은 징수율, 가입자, 소득신고현황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미흡한 결과를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우선 징수율 문제의 경우 전체 고지 2만4천2백건 가운데 징수는1만7천여건에 그쳐 73.7%의 낮은 징수율을 보이고 있으며 특히 도시화 지역의 징수율은 매우 저조한 상태다(경기지역 62.1%). 징수율 저조의 요인은 물론 초기 2년간 보험료 독촉과 체납 처분을 유예해 온 경과조치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지만 오는 7월부터 강제징수가 시행되면 적잖은 충돌이 예상되고 있다.특히 소득 신고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 10월말 현재 소득신고 현황을 보면, 보험료 부과의 기준 자료인 표준소득월액 신고때절반 이상이 10등급 이하로 등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저등급이라고 신고한 계층도 무려 30%에 달한다. 95년의 농가경제통계에 따르면 평균 농가 소득이 1백88만원인 것으로 되어있으나, 국민연금 평균 신고소득은 58만원에 불과하다. 가입자들이 지나치게 소득을 낮게 신고한 결과다. 따라서 가입자들이 추후 연금의 노후 소득 보장혜택을 보지 못함은 물론 연금의 재정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도시 지역 자영자의 경우는 농어촌보다 더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소득형태의 다양성이라든가 빈번한 직장 이동, 거주지 이전, 자산조사상의 애로 등에 있어 도시 지역은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득신고에 의존해 제도를 운영할 경우, 한국 세무당국의 세원포착 역량에 비쳐볼 때 불가불 저소득 편중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