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입사 5년째를 맞고 있는 회사원인 김아무개씨(32). 원하는부서에서 일하는데다 분위기가 좋아 회사일이 즐거웠다. 게다가 입사초부터 월급이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 자부심도 적잖이 느껴왔다. 실제로 그는 요즘도 웬만한 기업체에 다니는 같은 연수의 사람들보다 10~20만원은 더 받는다. 하지만김아무개씨는 최근 아주 놀라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월급날 친구를 만나 술을 마시다가 우연히 친구의 급여명세표를 보게 됐고여기서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던 것. 그날 본 친구의 명세표에는분명 국민연금 명목으로 3만원이 채 안되는 돈만 공제되어 있었다.그동안 국민연금으로 매월 7만원대의 돈을 냈던 자신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고 느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결국 김아무개씨는 나중에 자신이 다니는 회사가 편법을 동원, 월급여에서 정상적인 국민연금의 2배를 뗀다는 사실을 알았다. 더욱화나게 하는 것은 회사측의 무성의한 답변이었다. 처음부터 그런식으로 처리해왔다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 줄이기 위해 가입자 스스로 관심 가져야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매달 적립되는 액수를 회사와가입자(개인)가 3분의 1씩 내고 나머지 3분의 1은 퇴직적립금에서충당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퇴직적립금은 회사의 몫이므로결과적으로는 회사가 3분의 2를 내야 한다.그러나 이런 원칙을 무시한채 회사가 일방적으로 월급여에서 3분의2를 떼 가입자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안기는 사례가 적잖다. 그러면서 퇴직금의 일부를 미리 지급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앞서 말한 김아무개씨도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그러나 이는 엄연히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규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개인에게 적잖은 피해가 돌아가는 까닭이다. 예를 들어 정상적이라면 월 3만원을 낼 사람이 두배인 6만원을 부담한다고 가정해보자. 1년이면 36만원, 10년이면 3백60만원을 추가로 부담하는 셈이 된다. 반대로 기업주는 엄청난 이익을 챙기게 된다.물론 이런 경우 퇴직할 때는 국민연금으로 빠져나간 돈이 전혀 없으므로 원래의 퇴직금을 고스란히 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자신의 급여에서 미리 빠져나간 돈의 이자는 어디가서 받을 수 있겠는가.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기업들의 횡포나 무관심으로 가입자가 피해를 보는 사례는 또 있다.기업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매달 내야 할 돈을 연체하는 경우역시 피해는 가입자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연금관리공단에 연금을찾으러 갔다가 기업이 돈을 제때에 내지 않아 한푼도 못받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일이 이렇게 되면 공단에 아무리 호소해도 소용없다. 애꿎게도 가입자만 피해자로 남는다. 공단입장에서도 사정은 아주 딱하지만 도와줄 방법이 없다. 기업주를 검찰에 고발할 수는 있지만 이마저도규정에 없어 쉽지 않다. 이밖에 법인은 5인이상, 개인사업장은 6인 이상이면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돼 있으나 이를 어기는 곳도 있다. 이런 경우근로자가 일을 하다가 사고가 나도 아무런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그러나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런 기업들의 횡포에 제대로 대응할만한 제도가 전혀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연금관리공단도 기본적인 일만을 처리할 뿐이지 지도감독 업무는 거의 손도 못대고 있다.상황은 대충 파악하고 있지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어쩔 수없다는 설명이다. 연금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규정을 위반해 개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일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가입자 스스로도 자신의 연금에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