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2월 20일. 주요 일간지에 실린 한 광고가 장안의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인기 개그맨으로 활동하다 좋은사람들이란 내의회사를설립, 사업가로 변신한 주병진사장이 「보디가드의 부탁으로 2월21일 옷을 벗겠습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와이셔츠 앞 단추를 푸는광고였다. 그 다음날 주사장은 정말 팬티 바람으로 나타났다.◆ 5개의 속옷 브랜드로 빅3에 도전그런데 주사장의 팬티 바람보다 더 「기가 찰 일」이 있었다. 「보디가드의 부탁으로 2월 24일 모두 벗겠습니다」라고 씌어진 광고문구였다. 「24일」과 「모두」 사이에는 작은 글씨로 「정면으로」라는 글자까지 삽입돼 있었다. 모두 벗겠다고 한 뒤 뒷모습만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은 설마 진짜 앞을 다 드러내놓고 발가벗지는 못하겠지 하면서도 주사장이 공개적으로 한 약속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궁금해했다. 주사장의 예상 행동에 대해 내기를 거는 사람도 있었다.그리고 24일. 주사장은 발가벗고 찍은 자신의 갓난아기 때 사진을공개했다. 비록 아기때 모습이긴 하지만 모두 벗겠다는 약속을 지키긴 지킨 셈이다. 광고 한쪽에는 「보디가드의 부탁 저는 지켰습니다」라는 글이 있었다. 주사장의 재기발랄한 재치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세상의 호기심을 유발시켜 단기간에 「보디가드」란 이름을 널리 알리는데 성공한 이 광고 사례에서 보듯 좋은사람들은 재치와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회사다. 이 광고가 좋은사람들의 새로운 브랜드인 「보디가드」의 출발을 알리기 위한 것이었음은 말할필요도 없다.올해로 창립 7년을 맞는 좋은사람들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창의적인 상품 기획과 톡톡튀는 광고전략, 차별화된 이미지로 급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내의업계의 「무서운 아이」다. 세상에 모습을드러낸지 7년만에 몇십년 역사를 자랑하는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하며 내의업계의 지각변동을 주도하는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8백60억원. 91년의 23억원에 비해 37배이상 증가한 규모다. 올해는 매출액 순으로 업계 3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세워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진의류시장에도 진출, 속옷시장에서 일으킨 바람을 겉옷으로까지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좋은사람들이 BYC 쌍방울 태창 등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속옷시장의 80%이상을 점하고 있는 빅3에 도전, 내의시장에서 확고하게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새로운 시장 창출」이라는지극히 원론적인 마케팅 이론을 그대로 실천한데 있다. 주사장이제임스딘이란 패션내의를 처음 선보인게 90년이었다. 당시에는 여성용 란제리를 제외하고는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온가족이 입을 수 있는 내의가 일반적이었다. 색상도 대부분이 하얀색으로 천편일률적이었고 디자인도 거기에서 거기였다.주사장이 90년에 내놓은 제임스딘은 이런 온가족 내의에 대한 관념을 바꿔 놓은 획기적인 상품이었다. 우선 주 소비자층을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로 좁혔다. 주 공략대상이 젊은 신세대인 만큼 디자인과 색상, 매장 분위기, 광고 등도 감각적으로 접근했다. 기존 내의가 「편안함과 무난함」을 무기로 내세웠다면 제임스딘은 「톡톡 튀는 멋과 개성」을 앞세웠다. 패션화 개성화 감각화 바람을 겉옷에서 속옷으로까지 확산시킨 제임스딘은 선풍적인인기를 누렸다. 기존 내의업체들이 간과하고 있던 「패션내의」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 성공을 거둔 셈이다.시기도 적절히 맞아떨어졌다. 신세대라는 용어가 한창 유행하고 있었던 터라 신세대 내의를 내세우는 제임스딘은 화제가 될 수밖에없었다. 게다가 패션내의는 한번 유행으로 끝나는 일회적인 상품이아니라 내의시장의 잠재된 「황금어장」이었다. 말하자면 좋은사람들은 내의업계의 금광을 가장 먼저 발견, 선점함으로써 급성장의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체제정비로 제2의 도약기 준비좋은사람들은 현재 5개의 속옷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나온 제임스딘과 비.지, 95년에 내놓은 보디가드, 96년에 시작한돈앤돈스와 돌체&가바나 등이다. 이 중 돌체&가바나만 수입 제품이고 나머지는 모두 자체 개발한 순수 국산 브랜드다. 그나마돌체&가바나는 외제를 선호하는 풍토 탓에 구색용으로 소량씩 판매하고 있을 뿐이다.좋은사람들의 브랜드들은 철저하게 세분화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좋은사람들의 첫번째 브랜드인 제임스딘은 현재 제임스딘 프레지던트라는 이름으로 변경돼 세련되고 젊은 감각의 고급 내의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보디가드는 온 가족 패션내의를 지향한다. 모든연령층이 입을 수 있는 대중성과 감각적인 패션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이 특징. 주 소비자층도 「감각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미시족 중심의 신가족」이다.돈앤돈스의 경우 좋은사람들이 일반 속옷 소매점과 재래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브랜드다. 중고가 속옷 시장뿐만이 아니라 중저가 시장도 포괄하기 위해 기획된 브랜드인 셈이다. 비.지는 도매상들에게 넘기는 도매 전문 상품.유통경로별, 제품특징별로 브랜드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좋은사람들의 앞서가는 점으로 꼽힌다. 이들 브랜드는 유통망도 철저히 구분돼 있다. 제임스딘 프레지던트와 돌체&가바나는 제임스딘이란 전문점에서, 보디가드는 보디가드 전문점에서 판매된다. 돈앤돈스는 일반 소매점과 편의점 시장 등에서 유통되고 있다. 각각의브랜드들이 서로 겹치는 부분없이 세분화된 시장을 차별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셈이다. 좋은사람들이 지난해 제임스딘이란 브랜드로진의류 시장에 진출한 것도 속옷 브랜드로는 내의시장 전 영역을포괄할 수 있게돼 내의시장에서는 더 이상 차별화된 브랜드 개발이어려웠기 때문이다.올해는 좋은사람들에게 하나의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의류시장 진출이 성공작인지가 결정나는 해이자 회사 규모에 걸맞는 조직 및 경영체계를 본격적으로 갖춰나가는 해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좋은사람들은 주사장의 개인적인 아이디어와 감각, 리더십에 의존해 성장해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4백50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매출액 1천억원대를 바라보고 있는 회사가 언제까지나 한개인의 카리스마에만 의존해서 움직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주사장이 올초 관리 기획 영업 분야를 정비하기로 하고 이 부문을전담할 임원 3명과 다수의 부·과장급을 채용한 것도 커진 몸집에걸맞는 조직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대부분의 직원이 20∼30대로 회사 자체가 젊은 것도 좋지만 이제는 나이든 사람의 「노련함」과「경험」도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좋은사람들은 이제 젊은 감각에다 늙은이의 지혜까지 겸비했다. 새로운 모습으로 제 2의 도약기를 마련하고 있는 좋은사람들의 활약이 자못 기대된다.★ 미니 인터뷰 / 주병진 (주)좋은사람들 사장"깨끗하게 돈벌어 밝은 사회 만들겠다"▶ 인기 개그맨으로 잘 나가다가 갑자기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어렸을 때부터 사업을 하고 싶었다. 사업다운 사업을 하고 싶어 제조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나의 끼를 살리기 위해서는 패션부문이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원래는 겉옷 사업을 하고 싶었는데 돈이없어 속옷부터 시작하게 됐다.▶ 회사 이름과 브랜드 이름이 독특한데 어떤 의미라도 있는가.브랜드는 제품 성격에 맞는 것으로 고른 것이고 별다른 의미는 없다. 회사 이름은 진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선택했다. 깨끗하게돈벌고 투자해서 밝은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는 좋은 사람들이 되자는 뜻이다.▶ 경영전략이 있다면.올바르다고 하는 길로만 가는 것이다. 너무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거나 사업 이외의 것에 몰두하다 보면 기업이 휘청하기 마련이라고생각한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회사를 운영하려 한다. 사실 회사에서 번 돈은 물론 방송활동하며 번 돈도 다시 사업을 늘리는데투자했고 땅이니 사옥이니 해서 부동산 같은데도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교과서대로 정석대로 하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사업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처음에 5천만원 들고 직원 2명 데리고 사업을 시작했다. 맨 바닥에서 시작한 셈이다. 초기에는 직원들 월급도 못 주고 쩔쩔매던 때도많았다. 그래도 나는 밤무대에 서서 돈을 벌수 있어 그게 큰 힘이됐다. 사업 이외의 분야에서 돈벌어 투자하고 하는 식이었다.▶ 앞으로 목표는.매출액이 얼마라든지 하는 외형적인 성장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하는 경영 자체로 인정받고 싶다. 사업을 계속하다 보니꿈은 사라지고 그저 회사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 남는 것 같다. 물론 기존 빅3 내의업체에 도전하는 한편 새로운 유행을 제안하는 패션회사로 확고한 발판을 다져나간다는 일차적인 목표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질로써 차별화되는 회사를 만들고 싶고 거기에 걸맞는 뛰어난 경영자로 평가받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