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국민연금 외에 국내에는 특정 직업에종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제도가 있다. 공무원연금,사립학교교직원연금, 군인연금이 바로 그것이다. 물론 가입자 수는국민연금에 크게 못미친다. 하지만 역사 면에서는 국민연금을 훨씬앞지를 정도로 전통을 자랑한다.이들 3개의 연금제도에 가입해 있는 사람들을 합치면 무려 6백만명이나 될 정도로 무시 못한다. 전국민의 15%가 소속돼 있는 셈이다.그러나 문제도 많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재정문제다. 지난 95년가입자에게 더 많은 부담을 지우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 재정문제를 일부 개선했지만 여전히 풀어야 할 난제로 꼽힌다. 연금수급자는 계속해서 증가하지만 가입자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하나 각 연금제도의 도입시기가 다르고 독자의 길을 걸어온까닭에 각 연금제도 사이에 형평성의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대체적으로는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다른 부분도 적잖은 것이다.◆ 공무원 연금공무원연금제도는 국내 공적연금제도의 맏형이다. 지난 60년 발족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37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입대상으로는 우선 국가공무원 및 지방공무원법에 의한 공무원이 포함된다. 또 지방자치단체에 근무하는 청원경찰 등도 대상자다. 이에 따라 각부처 장관, 교육공무원, 법관, 검사, 경찰, 소방공무원 등이가입대상에 속한다. 그러나 군인과 사립학교교원은 각각 별도의 연금이 있어 제외된다. 또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등 선거에 의해취임하는 공무원도 공무원연금 혜택을 받지 못한다.공무원연금은 오랜 역사만큼이나 그 사이 가입자도 많이 늘었다.맨처음 23만7천5백여명으로 출발하여 96년말 현재 97만1천3백명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연금수혜자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해 지난해말기준으로 6만3천7백여명을 기록하고 있다. 20여년전인 지난 75년만해도 4백12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연금가입자에 대한 연금수급자의 비율도 덩달아 올라 지난 75년 0.1%에서 94년에는 7%로 크게높아졌다.공무원연금은 그동안 순조로운 길을 걸어왔다고 할수 있다. 해마다갹출금수입이 연금지급액을 초과하며 흑자행진을 계속해왔다. 이에힘입어 누적적립기금도 지난 95년 사상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하는등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각에서 공무원연금제도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 아니냐며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있다. 시간이 지나 제도가 완전히 제자리를 잡아가면서 연금수급자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으로 치면 지출이 빠른 속도로늘어 재정상태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자칫 올해나 내년쯤 지난 90년대 초반에 이어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주장도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전체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볼 때 적자폭이 커지면서 적립기금이 바닥을 드러내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설득력 있게 거론되고 있다.그러나 이에 대해 공무원연금관리공단 관계자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재정문제만큼은 믿어도 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 95년 공무원연금법이 바뀌면서 재정상태가 크게 나아지고 있고앞으로도 이런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낙관하는 분위기다. 지난해9백억원대의 흑자를 낸 것이 이를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공단측은앞으로도 경제사회의 변화에 부응해 지금의 연금제도를 지속적으로개선해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사립학교교직원연금교육에서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유치원부터 특수학교까지 기관수만도 2천6백76개나 되고, 여기에 근무하는 교직원도 19만여명에 육박한다. 하나의 거대한 교육집단을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5년 사립학교교직원연금이 첫 발을 내디딘 것도이들의 파워와 무관치 않다. 가입대상은 사립학교의 교직원과 대학원 설치 연구기관의 교수 연구요원 등이다. 가입자의 추이를 살펴보면 75년 4만여명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8만여명으로 크게 늘어났다. 해마다 평균8%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한가지 눈여겨볼 점은 재원조달이나 연금급여구조나 가입대상자의 연령구조가 공무원연금과 아주 흡사해 서로 닮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정상황도 상당히 유사하다.사립학교교원연금 역시 공무원연금과 마찬가지로 아직은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입액이 연평균 30%씩 증가하는데비해 지출액은 거의 2배에 가까운 49%씩 늘어나고 있다. 비록 흑자는 내고 있지만 그 폭이 상당히 좁혀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보험료에 대한 연금급여비율이 날로 확대되고 있어 관계자들의 가슴을 졸이게 하고 있다. 10년전만 해도 50%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에는 90%대까지 올라섰다. 하지만 구조상 이런 흐름은 거스르기가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적자로 돌아서고 적립기금도 점점 고갈될 것이라는 전망이다.그렇다고 연금을 관리하는 사립학교교원연금공단이 팔장만 끼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연금재정의 안정화라는 최대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분위기다. 그 일환으로 지난95년 연금액수를 약간 상향조정했고 요즘도 활로를 찾기 위해 다양하게 제도를 연구검토중이다. 또 효율적인 자산의 운용으로 기금증식의 극대화를 꾀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이다.◆ 군인연금군인연금제도는 처음에는 공무원연금제도와 같이 60년부터 실시되었다. 그러다가 3년후인 63년 분리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가입대상은 장기하사관과 장교가 중심을 이루고 있고 약 15만명쯤 된다. 운영방식은 공무원연금과 마찬가지로 국가와 본인이 부담하여기금이 조성된다. 퇴직 장해 유족연금은 보수비례연금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군대의 특성상 조기에 퇴직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전투기간을 3배로 가산하기 때문에 20년 이상의 연금수급자가많고 일시금보다 연금선택률이 다른 연금제도보다 높다.군인연금제도는 사실 다른 연금제도와 달리 시작 단계에서부터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첫해부터 연금수급권자가 발생하였고 그후로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75년 1만4천명이었던 것이 85년에는 3만1천명으로 늘었고 이어 91년 4만명으로 증가했다. 군인의 수가 거의 일정한 상태에서 수급권자가 자꾸만 늘어간 까닭에 도저히흑자를 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자연 재정상태가 그다지 여유롭지못했다. 오히려 적자가 적잖이 발생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아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그 액수가 매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95년의 경우를 보면 전체 수입의 70% 이상인 6천5백억원을 적자보전금으로 지원받았다. 또 연금제도의 재정건실성을 나태내는보험료수입에 대한 급여지출비율을 보면 이미 72년에 1백%를 달성했다. 80년에 2백52%, 85년 2백83% 등 해가 갈수록 비중이 높아졌고 90년 이후에는 3백%대를 유지하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3배 이상 큰 상태임을 알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