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랫동안 제조업에서만 근무하시다가 창업투자사장이 되셨는데 어렵지 않습니까.창투사일이 제가 했던 일과 무관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벤처가 금융이라는 일반적인 시각에 상당한 거부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벤처사업은 은행이나 증권등 금융출신들보다 CEO했던 사람이 훨씬 잘할 수 있어요. 아니 금융출신들이 벤처사업을 성공시킬수 없다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금융은 보수적입니다. 그런데 벤처는 리스크가 큰 반면리턴(Return)도 많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제조업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벤처사업을 성공시키는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정통비즈니스맨이 벤처사업을 해야 합니다. 국내 벤처업계에 금융출신들이 많이 포진해 있는 것은 일본을 본딴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가 불황 타개책의 일환으로 벤처산업육성정책을 발표했습니다.과연 이 시책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요.벤처를 활성화시키려는 정책이 나온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중소기업이 탄탄하게 성장하지 못하면 경제가 발전할 수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지요. TV을 조립하기 위해서는1천 2백∼1천3백개의 부품이 들어갑니다. 이런 부품은 대부분 여러중소기업에서 생산되지요. 만약 한두개의 부품에 결함이 있어도TV의 질을 떨어트리게 되지요.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의 발전없이는대기업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잔뿌리가 많으면 나무가 튼튼해질 수 있듯 벤처산업이 꽃피어 경쟁력있는 중소기업이 늘어나면 대기업 의존적인 산업구조도 시정될수 있어요. 지난 85년 제가 미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요. 당시미국경제는 일본에 뒤처질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했어요. 그런데 미국은 벤처비즈니스를 활성화시켜 경제체질을 개선시킬 수 있었습니다. 최근 미국경제가 활황인 것도 벤처산업 활성화와 깊은 연관이있다고 봅니다.▶ 벤처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업의 토양이나 환경도 중요할텐데요.우리나라 기업들은 모험심과 독립성이 강해 벤처가 활성화될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기업을 혼자 소유하려는 경향은 벤처비즈니스가 활성화되는데 걸림돌이 됩니다. 저는 지난해 7월 창투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 외국의 벤처업계를 둘러보기 위해 일본 미국 홍콩 싱가포르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배울게없었습니다. 종신고용이 일반화돼 있고 모험을 즐기지 않아 벤처가활성화될 토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미국은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을 평가하고 투자하려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실리콘 밸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풍토가 조성돼 있고 또한벤처도 제 역할을 제대로 해줬기 때문입니다.▶ 유망한 기업을 발굴해 투자를 결정하실 때 일정한 기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물론이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저희 회사의 경우 경영자의 경영능력과 진실성등 사람에 대한 평가가 70%를 차지합니다.비즈니스는 사람이 하는 것이니까요. 그 다음은 아이디어입니다.구체적으로 말하면 기술적으로 성공가능하냐의 여부를 따집니다.제품을 생산했을 때 시장에서 팔릴 것인가에 대한 냉철한 분석도합니다.▶ 창투사들도 노하우가 있는 분야로 특화하는게 필요하다는 논의가오래전부터 제기돼 왔습니다.아직까지는 특화되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일신창투에서 영화산업유통 외국업체합작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나머지는 별다른 특색이 없는 실정입니다. 그러나 LG창업투자는 몇몇분야에 힘을 모을 계획입니다. 정보통신 반도체 소프트웨어 바이오텍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절대로 취급하지않겠다는 「Don’t list」를 낼 계획입니다.▶ 벤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투자자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하는 것도중요한데요.국내의 투자실적 등을 감안할 경우 투자조합을 결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배당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LG는 필요할 때외국의 싼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일본의 니코사와 얼라이언스계약을 맺었고 홍콩 업체와 계약을 맺기 위해 협의하고 있습니다. 창투사가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으로는 증자 조합결성 은행차입 CB발행등이 있습니다. 그때 그때 환경을 봐가며 자금조달방법을 결정해야합니다. 저희 회사는 내년초 2백억원 정도를 끌어들일 계획입니다.미국의 벤처캐피털 컴퍼니의 경우 자본금이 거의 없고조합(펀드)을 결성하는게 일반적입니다. 실적이 좋았던 사람이 조합을 결성할 때는 투자자들이 많이 모여듭니다. 조합결성자와 투자자들이 이익금을 20대 80 형식으로 나누는 형태이지요. 미국의 벤처사업가들이 저에게 서두르지 말라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처음에는 명성(레퓨테이션)을 쌓는게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지금까지는 창업투자자금이 캐피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지적도 많은 것 같습니다.100%를 그룹 계열사나 관계회사에 투자하는 회사들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 창투사를 맡았을 때 이 부분에 대해 무척 고민했습니다.LG창투는 아직까지 그룹 협력회사에 투자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그룹에 직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업체를 선정한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LG전자에 오랫동안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룹을 위해서 일하는게 당연합니다. 그러나 목적을 거기에 두고 창투사를 운용하면 성공하기 힘듭니다. 본질에 충실히 접근하다 보면부산물로 그룹이 혜택을 얼마든지 볼수 있는 것 아닙니까. 벤처캐피털로 성공하기 위해선 협력회사에 지원해주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좋은 업체를 발굴해 LG전자나 LG화학에 납품토록 하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입니다. 미국에서 벤처가 활성화된 것도 벤처자금이 순수한 쪽(window to technology)에 집중됐기 때문입니다.본질이 중요한 것입니다.▶ 벤처비즈니스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요.창업투자회사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기술금융회사로 넘어갑니다. 그러면 업무영역이 넓어지지요. 그러나 기술금융회사들이 순수한 의미의 벤처캐피털역할을 할수 없다고 봅니다. 투자와 융자업무가 동시에 이뤄져 순수한 의미의 벤처자금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기술금융회사는 금융쪽의 회사로 만들어 뱅킹사이드로 넘기는게 바람직합니다. 그래야 성격이 분명해지지요. 미국에서도 JP 모건등인베스트먼트 뱅킹그룹이 일부 벤처캐피털 기능을 하고 있는데 투자대상이 중견기업쪽에 국한됩니다. 초기단계의 투자는 힘들지요.미국의 실리콘 밸리처럼 순수한 벤처컴퍼니를 양성하는 풍토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기술금융회사를 발판으로 금융업에진출하려는 그룹들도 있어 벤처 고유기능이 떨어진 측면이 있습니다.▶ 일본기업들은 사내기업가제도를 도입, 아이디어를 지닌 사람이 창업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LG그룹도 지난해 사내벤처제도를 도입했지요. 55건중 3건이 채택됐습니다. 반도체 설계실에 근무하던 이들이 밖에서 사업을 해보겠다고 해서 1천만원(자본금의 10%)을 투자했습니다. 성공케이스를 만들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지요. 이들은 3년내 칩을 개발할 것이고LG창투가 음양으로 도움을 주게 될 것입니다. 나중에 칩공급이 달리게 되면 이들이 누구에게 물건을 먼저 주겠습니까. LG반도체에우선적으로 납품할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사내벤처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투자보험제도를 도입해야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저는 기본적으로 정부에서 도와주는 것을 싫어합니다. 도와준다는게 자칫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리스크를 줄일수 있어서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돈의 생리에 따라 자유스럽게 움직일 수 있도록 그냥 놔두는 것도 괜찮다고 봅니다. 그래야 올바른경쟁이 가능하고요.▶ 벤처캐피털은 해외투자도 가능합니까.자기자본금의 30%를 국내에 투자하면 해외에 나갈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나가도 제조업과 동반진출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해외투자를 가록막는 요인이 됩니다. 이 문제는 조만간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쳐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LG창업투자의 경영전략을 들려주시지요.투자회사에 대한 밸류 크리에이션활동을 전개할 방침입니다. 창업투자회사는 자금지원으로 모든게 끝나는게 아닙니다. 마케팅 생산성향상 품질개선 등을 지원, 성공가능성을 높이는 것이지요. 미국실리콘 밸리 창업투자회사들의 경우 투자를 결정할 때까지의 업무로드가 30~40% 정도이고 나머지 60~70%는 공개할 때까지의 업무입니다. LG창투는 후발주자인만큼 이 부분 역량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그룹의 지원을 받으면 유능한 인력(전문가)을 얼마든지 확보할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룹내의 경제연구원, 전자기술원 등 관련부문의 정보 채널을 갖춰 고객지원체제를 구축할 방침입니다. 문제는어드바이스를 경영자가 순수하게 받아들일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회계나 마케팅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엔지니어라면 도움을받아야 합니다. 고객에게 간섭으로 비치지 않게 하기 위해 상호간신뢰를 쌓는것도 중요합니다.▶ 중소기업 전용의 주식 3부시장을 열자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십니까.투자하면 빠져나오는 것도 중요합니다. 출구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코스닥이 제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주들은 안정적인 경영권을 지키려고 주식을 팔지 않고 있습니다. 분산요건을강화하고 등록요건을 완화해 코스닥을 활성화시키는게 중요합니다.정부는 3부시장을 새로 열게 아니라 기존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정책을 펼쳐야 할 것으로 봅니다. 분산요건을 30%이상으로 하는 것도방법이지요. 기업하는 사람들의 마인드도 개선돼야 하고요.▶ 창투사가 잘되려면 우수인력을 많이 확보해야 할텐데요.그렇습니다. 기술평가에서 컨설팅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우수인력을확보하고 있어야 합니다. 97년부터 스톡옵션제를 도입키로 한것도우수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것이지요. 스톡옵션의 대상은 LG창업투자가 투자한 회사의 주식으로 투자주식의 10%범위내에서 전년도 경영실적 및 목표를 감안해 분배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