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용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품목이 점점 다양해지는데다 일부특정인을 겨냥한 제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치매와 중풍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면서 여기에 적합한 상품이 붐을이루기도 한다. 노인전용 휴양시설의 빠른 증가세도 실버용품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요즘 거래되는 실버용품은 그 종류가 아주 다양하다. 생활보조용품을 비롯해 목욕용품, 침대용품, 배변보조용품, 보행보조용품, 재활용품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상품수로 치면 국내에 들어와 있는것만도 3백여 가지가 넘는다. 대부분 힘이 없고 질병에 시달리는노인들의 일상사를 돕는 것들이다. 이 가운데 주종을 이루는 것은역시 노인들의 불완전한 신체적 기능을 보조해주는 생활보조용품으로 최근 들어 다양한 아이디어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시장서 팔리는 실버용품 대부분이 외제우선 눈여겨볼 것은 노인용 특수양말이다. 나이가 들어 하체가 약해지는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양말 바닥이 고무로특수처리돼 있어 미끄러짐을 막아준다. 매끈매끈한 장판이 깔려 있어도 절대 넘어질 염려가 없다는 것이 판매원들의 설명이다. 게다가 모양도 일자형이어서 발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신을 수 있다는장점을 갖고 있다.노인 전용 신발도 돋보이는 아이디어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금강제화가 시판중인 바이오소프의 경우 바닥재료로 특수고무재질인 우레탄을 사용, 발이 아주 편안하다. 게다가 외피를 부드러운소가죽으로 처리해 신발이 아주 견고한데다 날아갈듯 가볍다. 또다른 생활보조용품인 치매노인 무단외출 방지기도 눈여겨 볼만하다. 전파를 내뿜는 송신기를 노인에게 채운 다음 집안에 설치된 수신기로 무단외출 여부를 알아내는 이 방지기는 정신없이 여기저기왔다갔다 하는 치매환자에게 아주 적합하다. 특히 노인이 식구들에게 알리지 않고 무단으로 외출을 하더라도 곧바로 이를 확인할 수있어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다.목욕용품으로는 노린스바디바스가 노인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목욕을 할 때 물이 전혀 필요하지 않은 이 제품은 그냥 발라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몸을 깨끗이 닦을 수 있다. 목욕을 끝내고 물로헹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찌꺼기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그냥 물 대신 수건으로 몸을 문지르기만 하면 된다. 같은 개념의노린스샴푸 역시 물이 없어도 돼 노인 혼자서도 어렵지 않게 머리를 감을 수 있다. 게다가 샴푸를 한 후 끈적거리지도 않고 빗질도쉽다.침대 관련 용품으로는 침대와 요대부분 높이를 리모컨으로 자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ABS침대가 돋보인다. 특히 몸을 가누기 힘든노약자들에게 적합한 이 침대는 욕조용 비닐매트와 변기가 붙어 있어 환자가 이용할 경우 간병인력을 크게 줄일 수 있다.이밖에 배변보조용품으로는 이동식 변기와 팬티기저귀가 각광을 받고 있고 오줌을 자신도 모르게 실금하는 것을 막아주는 실금팬티도반응이 좋다. 또 보행보조용품의 하나인 전동스쿠터도 등장,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의 나들이를 도와주며 인기상품 대열에 올라있다.그러나 여기서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실버용품 시장이 2~3년 전에비해 전반적으로 크게 성장한 것과 달리 그 저변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점이다.예를 들어 실버용품 전문매장의 경우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실버스핸드 단 한군데밖에 없을 정도로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지방에서는아예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실버스핸드도 상징적인 의미로 매장을 운영할 뿐 실제로는 적잖은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할 정도로 판매실적이 좋지 않다. 다만 매장 관계자들은 실버스핸드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는 적잖은 도움을 줘 양로원등의 대규모 공사에서 사업권을 따는데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필요성 높아지나 가격 비싸 실제 구입자 적어90년대 초반 한때 붐을 이루었던 백화점내 전문매장도 지금은 완전히 철수한 상태다. 당시 실버산업은 유망한 미래산업이라며 앞을다투어 뛰어들었던 롯데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 업체들은 예상을뒤엎고 장사가 잘 안되자 2~3년만에 일제히 발을 뺐다. 이에 대해신세계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노인들이 실버용품 전문매장을 꺼리는 경향이 아주 강해 실패했다』며 『같은 상품을 사더라도 일반매장을 이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고 설명했다. 전문매장에 대한이미지가 아주 부정적이었음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젊은이들이 부모님을 위해 실버용품을 사는 경우도 마찬가지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업계 일부에서는 백화점들이 매장을 너무 고급화하는 바람에 일부 부유층 노인들만이 드나들었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고객을 확보하는데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대두됐었다.국내시장에서 팔리는 실버용품의 대부분이 외제라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용품의 약 90%가 미국산이나 일본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나마 국산은 팬티기저귀 등간단한 것이 전부이고 덩치가 크거나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제품은거의 외제다. 이는 다시 말하면 실버용품을 만드는 국내 업체가 거의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재계 쪽에서 아직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까닭에 감히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 수입업체들이 중심이 돼 실버용품 시장을 이끌어가는형국이 전개되고 있다.수입품이 주류를 이루다보니 수요자들의 불만이 적잖다. 가격이 너무 비싼데다 애프터서비스도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침대등 일부 제품의 경우 수백만원대를 호가하고 욕조 한 세트가 1억원을 넘기도 한다. 특히 일제의 경우 일본 현지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무려 10배나 비싼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산도 현지에서보다 대부분 5배 이상의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수입업자는 수입에 따른 비용이 많이 먹히는데다 주문자의 요구대로 제품의 크기 등을 조절하다보니 많이 비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실버용품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복지시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나서서적극적인 지원을 해줘야 업계 전체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실버용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덩달아 시장규모가 커져 국내에서도 참여하는 업체가 많이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게다가 정부의 도움은 실버용품의 대중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상승할 경우 가격이 많이 떨어져 누구든 별 부담없이 살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미국이나 일본의 실버용품 시장이 아주 활성화된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의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다는 후문이다.실버용품 분야는 분명 가능성 있는 미래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는노인 인구가 점점 느는데다 사회보장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시점이라 더욱 그러하다.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것이다. 그러나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현상황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버스핸드 채혜원 점장은 『실버용품에 대한 필요성은폭발적으로 늘고 있으나 인지도가 낮은데다 가격이 너무 비싸 실제로 구입하는 사람은 적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점장은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살수 있도록 가격대를 낮추고 젊은이들이 관심을갖게 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