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메모리 반도체 전문 설계회사인 (주)서두로직(대표유영욱·51)은 지난 90년 4월 창업 당시만해도 결코 밝은 앞날이예정되어 있지 않았다. 비전보다는 모험성이 훨씬 더 지배적이었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의 싹을 보이고 있다지만 그것은 메모리에만 한정된 얘기일뿐 비메모리 분야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다. 기술수준도 낮았고 숙련된 전문인력도 구하기 쉽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제품의 수요처를 찾기가 힘들었다. 한마디로사업할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았다고 할수 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사장을 비롯한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소)의 연구인력 출신 4명은 한뜻이었다. 『한국에서 누군가는 비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어야하고 그 시기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것이다(강길순 이사). 이들은 한술 더 떠 반도체 회로설계 장비인CAD도 만들기로 했다. 비메모리를 만들뿐 아니라 반도체를 만드는도구까지 제조한다는, 실로 당찬 포부였다.◆ 현재 10여개 창투사로부터 투자 제안 받아예상대로 초기 4∼5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강이사의 표현을 빌리면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고도 미래는 불확실한 세월』이었다고한다. 그러나 국가연구과제와 ETRI 위탁과제를 수행하면서 통신,멀티미디어 분야의 각종 ASIC(주문형 반도체)를 개발해냈고 그 과정에서 하나 둘씩 기술축적이 이뤄졌다. 통신분야의 ASIC으로는 위성통신용 FEC(에러보정장치), 위성통신용 모뎀, 셀룰러 및 PCS 모뎀 등을 개발했고, WLL(무선가입자망) 및 FPLMTS(미래공중이동통신) 칩도 개발중이다. 특히 CDMA를 기초로 한 WLL과 FPLMTS 칩은미국 퀄컴사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분야로서, 국내에서 자체개발할 경우 기술종속을 탈피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서두는 올 연말까지는 개발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멀티미디어 분야에서의 MPEG2 및 음성통신 인코더/디코더, 비디오 폰(H.324)용 영상·음성 압축 해제 칩 등도 개발했고 MPU 및DSP 분야에서도 상당한 수준의 기술 진척이 있었다.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반도체의 회로를 설계하는 도구인 CAD 제조사업이 본격궤도에 올랐다는 사실이다. 「MyCAD」라는 브랜드로 국내 최초 개발된 이 제품은 전자시스템, IC(집적회로), PCB(인쇄회로기판) 등의 설계에 범용으로 사용된다. 현재 2.5판이 나와있는상태로 국내 1만부 이상, 미국 중국 등 해외에 1천부 이상이 팔렸다. 인텔을 비롯한 실리콘 밸리에서도 통용될 정도로 세계적 수준의 제품이라는게 강이사의 설명이다. 올해에는 2.5 개정판을 내놔일본과 대만, 중국, 인도, 유럽 등지에도 진출할 계획이다.서두측은 사실 MyCAD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그에 거는 기대도 적지 않은 듯하다. 종래의 CAD들이 워크 스테이션용인데 반해MyCAD는 PC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큰 특징이다. 즉 PC의 성능이 강력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워크 스테이션용 CAD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으나 앞으로 PC의 성능이 향상될수록 PC용 CAD의 입지는 넓어질것이고 그렇게 되면 기술축적이 가장 잘된 서두가 유리해질 것이라는 판단인 것이다.지난해 서두가 올린 매출액은 37억원. 65명의 전직원이 낸 성과치고는 결코 바람직하다고는 할수 없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까지의 매출(이익)은 사실 전액이 재투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이사는 매출의 50% 이상을 R&D에 투자했다며 『직원중 절반을 연구인력으로 두는 등 회사라기보다는 연구소처럼 운영했던 만큼 어쩔수 없는 결과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의 기술축적이 결실을 맺고 영업활동도 강화할 예정이어서 올해 70억, 내년 1백30억원 등 급신장할 것이 예상된다고 밝혔다.강이사는 단기적으로는 ASIC사업에서 2∼3배 정도의 성장이 기대되지만 장기적으로는 CAD 사업의 전망이 더 밝다며 3∼4년만 지나면PC CAD 시장이 열릴 것으로 내다봤다.이를 대비해 미국 지사인 MyCAD Inc.의 연구개발과 영업인력을 대폭 확충, 현재 3명인 직원수를 20여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서두는향후 2년내에 장외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며 이러한 서두의 성장잠재력은 현재 10여개의 창업투자회사로부터 투자 제안을 받고 있는데서 단적으로 입증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