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페」 「씨씨클럽」 「마르조」 등으로 유명한 여성의류업체 대현은 지난 3월중순의 주총에서 주식배당 5%, 현금배당 3%를 결정했다. 지난해 2천억원의 매출과 75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10% 현금배당을 한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 회사는 93년과 94년에도각각 13%와 10%의 현금배당만 실시했는데 불경기로 매출신장세가둔화된 올해 배당률을 소수주주들에게 유리하게 결정했다. 일반적으로 액면가 5천원에 배당률을 곱한 현금배당보다 시가대로 주식을받는 주식배당을 투자가들이 선호하는 편이다.이같은 결정을 내리는 데는 지난해 12월 소수주주 박종옥씨(44)가『대현의 경영전략이 보수성이 강해 미래에 대한 비전제시에 소극적이고 배당성향이 낮아 주식이 관심을 끌지 못한다』며 『경영을잘하기 위한 건설적 모임을 갖자』는 신문광고를 게재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당시 광고가 나오자 대현측은 『회사 주주인지도 확인이 안되지만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며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광고후 1주일만에 소수주주들 1백50여명이 「대현의비전을 추구하는 주주모임」을 결성하자 태도가 급변했다. 소액주주 모임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환경산업과 정보통신 등 신규사업 진출과 배당률에 대해서 의견을 교환했다. 이같은 진통끝에 주식배당률이 결정된 것이다.◆ 회사방문 횟수 늘고 투자 문의 늘어소수주주를 의식하는 대현의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투자관련 정보를 문의할 때보다 친절하고 상세히 알려준다. 자연스럽게소수주주들의 회사방문 횟수도 증가했다. 김남인 관리이사가 일일이 회사사정을 설명한다. 주식관리를 담당하는 한 실무자는 『신문광고전에도 문의가 오면 친절하게 알려줬지만 이후로는 더욱 그러하다』면서 『요즘에는 하루에 평균 5차례 정도 소액투자자들로부터 전화가 걸려 오는데 이들 중에는 투자계획이나 고급정보를 알려달라고 떼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증권거래법 개정과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 등을 통한 소수주주들의제몫 찾기가 활발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대주주나 경영진의 태도가변하고 있다. 경영에 대한 소외감을 달래거나 주가폭락에 따른 불만을 사전에 진정시키기 위해 경영설명회나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등 소수주주들에 대한 배려가 늘고 있다.대한펄프도 지난해 10월 소수주주 8명이 이사선임을 위한 임시주총개최를 법원을 통해 신청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들 소수주주들은 회사측이 정보통신분야에 진출한다고 공시했다가 번복, 손실을입었다고 소송이유를 밝혔다.우여곡절 끝에 이들 소액주주들이 지난 1월 소송을 취하했지만 이사건으로 회사측이 입은 이미지 손상은 컸다. 특히 『정보통신업진출 발표가 회사측에 의한 것이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린 음모세력이 주도했기 때문』에 경영진의 능력과 기업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이에 회사측은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만회하기 위해 상품과 기업이미지 홍보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해를 「기업이익 사회환원원년」으로 정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또한 「비전 21」이라는중장기 발전계획을 선포했다. 지난해 매출액 2천3백억원을 오는2000년까지 6천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게 골자다. 이는 회사를 내실있게 키우는 것이 바로 소수주주를 포함한 전체주주들과 종업원 채권자들의 이익 증진과 직결된다는 최고경영진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소수주주들의 목소리를 의식하는 것은 비단 대주주측만은 아니다.회계감사를 담당하는 공인회계사나 회계법인들도 긴장하고 있다.이미 정부가 소수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외부감사법시행령」등을 개정한 상태다. 이에 따라 분식결산을 눈감아 주거나주요 재무정보를 누락해서 소수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힐 경우 송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졌다.청운회계법인이 문제가 없다고 감사한 한국강관이 94년 11월 부도가 나자 소수주주 16명이 부실감사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며 법원에소송을 제기한 끝에 2억3천만원을 지급받았다.안건 회계법인의 한 회계사는 『앞으로 부실감사에 대한 소송이 빈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회계법인들도 소송에 대비한 기금마련이나 보험가입 등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인정했다.일부회사와 회계법인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이같은 변화는 조만간속도를 더해 갈 것으로 보인다. 소수주주들을 배제한 대주주만의독단적 경영만으로는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생존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소수수주들을 배려하는 것이 종국에는 자신과 회사에도 유리하다는 것을 대주주들이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