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이론 바탕, 생체리듬·뇌 움직임·복제·인공생명 등 연구

봄을 알리는 휘파람새는 미묘한 음색의 울움소리를 낸다. 이 새의울음소리는 암컷들의 울움소리를 흉내내면서 이루어진 합창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암컷 새는 수컷을 꾀기 위해 울어댄다. 아름다운울음소리를 들으면 수컷들이 모두 이를 흉내내려고 노력한다. 한편음색이 좋은 암컷새는 경쟁자들이 흉내낼 수 없는 노랫소리를 연구해 돋보이는 가수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 이러한 노래열전이 대대로 이어진 결과 미묘한 차이점을 지닌 여러가지 노랫소리가탄생했다는 것이다. 생존경쟁을 반복하는 이같은 생물의 사회가 복잡계의 한 예라 한다.본질을 구명하고자 하는 의식이 높아지면서 「복잡계 과학」이 조용히 붐을 이루고 있다. 현재 복잡계 과학은 자연과학에서부터 사회과학 인문과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대상으로 삼고있는만큼 앞으로 여러 분야에 이러한 사고가 침투될 것으로 예상된다.복잡계 과학은 데카르트 뉴턴 애덤 스미스에서 시작된 근대사상과과학에 대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세기에 어울리는 새로운 과학분야이지만 아직 초기단계여서 연구 분석해야할 과제는 거의 무한대에 가깝다고 할수 있다.◆ 예상할 수 없는 상황 대처하는 로봇 만들자근대과학은 삼라만상을 보다 작은 단위로 분해해 분석하는 수법을기본으로 삼아왔다. 예를 들면 생물을 알기 위해 세포를, 세포를알기 위해 세포내의 분자를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이같은 태도와는달리 복잡계 과학은 「복잡한 것을 복잡한 그대로 본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입장이 요소환원론의 한계를 넘을 수 있는지는 여전히논의의 여지가 남지만 근대과학의 패러다임 시프트(기본틀의변화)로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복잡계 과학은 진화와 뇌의 움직임 등 생명현상은 물론 경제현상과기상 및 별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온갖 복잡한 현상을 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통일적인 원리로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이러한 복잡계를 설명하는데 주요한 단어가 「자기조직화」이다.복잡해서 아무렇게나 보이는 현상 가운데서도 질서를 세우는 움직임이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계의 특징은 보통 예상할 수 없는 변화를 노리는 다이내미즘을 들수 있다. 이제까지 과학은 생물의 세계와 경제를 질서있는 안정된 체계로 보려는 경향이강했으나 생체와 경제는 불안정한 요동이 지속돼 예측하기 쉽지않다.그러나 아무리 무질서해도 법칙성이 없는 세계는 결코 없다고 한다. 복잡하게 얽힌 세계도 질서와 구조가 자연스럽게 생겨난다고한다. 이것을 「자기조직화」라 일컫는다. 자기조직화는 복잡한 세계를 일목요연하게 조망할 수 있는 열쇠가 되는 셈이다.예를 들면 원시상태의 지구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생존경쟁이 반복되는 중에 다양한 여러 생물들이 생겨난 것도 복잡계 과학인 자기조직화의 작용으로 설명할 수 있다. 휘파람새의 울음소리가 바로대표적인 예로 자기조직화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진화와 성장 등 생명현상을 시뮬레이션하는 연구를 인공생명이라 한다. 인공생명도 이런 의미에서 복잡계 과학의한 분야다.컴퓨터 바이러스처럼 생물이 어디론가 이동하거나 자기복제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인공생명체에 비유해 컴퓨터 내에서 진화와 생존경쟁의 모의실험을 시키는 연구분야를 인공생명이라고 볼수 있다. 현실적으로는 대단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진화등의 현상을 가속적으로 볼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실험이 정확히 현실과 맞아떨어지는지는 확실히 알수 없다.이러한 연구가 급진전해온 배경에는 컴퓨터의 고성능화가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많은 요소가 뒤엉키는 현상을 조사하는 시뮬레이션은옛날에는 거의 불가능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복잡계의 과학은 컴퓨터 시대에 생겨난 우수한 현대적 과학이랄 수 있다.한걸음 더 나아가 복잡계 과학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도구일 뿐아니라 새로운 공학기술에 대한 응용가능성도 간직하고 있다고 볼수 있다. 신경세포가 학습 등을 통해 결합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프로세스도 자기조직화의 한 예다. 일부 연구소에서는 뇌신경회로의 형성과정에서 힌트를 얻어 소자가 스스로 회로를 연장해 상호결합하는 인공뇌의 실현을 노린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기존의 컴퓨터와는 다른 스스로 학습을 계속하는 기계가 탄생할지도 모른다.심장의 고동 등 생물의 몸체가 살아 움직이는 리듬은 기계가 움직이는 정확한 주기와는 다르다. 여러 종류의 세포와 조직이 협력해작용하는 동요를 반복한다. 이것도 복잡계의 하나다.◆ 삼라만상, 새 접근방식으로 분석해 의미 부여로봇의 개발에도 복잡계의 사고방식이 도입되고 있다. 노인의 몸체가 균형을 잃고 변하는 것처럼 최고속의 계산기를 사용해 로봇을만들수 있다는 생각이다. 인간과 함께 리듬을 맞춰 걷고 이 리듬이깨지는 것을 일찍 알아차려 손을 내뻗을 수 있는 로봇을 연구하고있다.생물의 리듬이라는 애매한 속성의 요소는 대부분 이제까지의 공학기술로는 취급하기 어려웠으나 복잡계의 사고방식으로 규명될 가능성이 엿보이고 있다.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개호용 로봇에 한정하지 않고 광범위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상회화를 이해하는 로봇이 한 예다. 인간이대화할 때 문법적으로 정확히 말하는 것은 드물고 화제가 자유로이비약하기도 한다. 자연스러운 대화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말하는 리듬 등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통역기 등 신시대의 정보처리 기술의 싹이 복잡계의 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하는연구원들이 많은 것도 이때문이다.복잡계 과학은 카오스 이론에 기반을 두고 발전됐다. 카오스는 기후와 같이 복잡하게 예측하여야 하는 현상을 가리키는데 60년대부터 카오스를 대상으로 과학이 탄생, 복잡계의 과학을 생성시키는토양을 마련하였다. 카오스 연구는 로스아라모스국립연구소가 그중심지 중 하나였다. 카오스도 복잡계도 복잡한 현상을 다룬다는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카오스이론을 도입한 대표적인 것이 생물학에 있어서 세포의 적응이다. 세포에는 내부의 다이내믹스와 증식의 다이내믹스가 있어 비선형의 상호작용을 생성시킨다. 최초의 유닛이 각 집단에 나뉘어져시간과 함께 변화해간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 안정성을 얻게된다. 이에 대한 연구가 컴퓨터를 이용해 행해지고 있다. 즉 최초의유닛은 다양성을 낳고 다음에는 종의 질서가 탄생한다는 것이다.최초의 다이내믹스와는 다른 다이내믹스가 생긴다. 이것은 생태계의 안정성의 문제와 세포의 연구로 연결되고 있다.생물학에서는 일정한 법칙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다른 예가 나오면 예외규정과 같은 것을 만들어 낸다. 법칙은 사후에 발생하고 예외는 내장된다고 한다.복잡계 과학의 발상지는 미국의 산타페 연구소다. 여기에 근무하는연구원들은 복잡계라는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삼라만상을 분석해 과학의 혁신을 지향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복잡계연구회를 조직, 학문적 연구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산업계 공동연구기관인 ATR인간정보통신연구소도 일찍부터 이 분야의 연구팀을 조직해 운영하고있다.특히 생물의 죽음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보려는 시도가 이들 기관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자기복제를 남긴 후에 자기해체를실시하는 프로그램과 결코 죽지않고 증식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을만들어 컴퓨터의 메모리 속에 번식시키는 연구가 행해지고 있다.죽지않는 프로그램의 세계에서는 자손으로 생겨난 신종의 프로그램이 점차 증가해 제1세대가 존재할 수 없었던 환경 속에서도 적응,생식범위를 확대시킬 수 있다.신세대의 생명이 번영하기 위해서는 옛 세대가 소멸해야만 한다.지구상에 다양한 생명이 넘치는 것은 죽지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결국 복잡계 과학은 상식을 넘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죽음과 진화의관계에 새로운 방향을 추구할 수 있는 대안이 될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