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학문분야 공통붐노 확신…학제위주·연구자위한 환경조성

복잡계과학의 진원지인 산타페는 미국 뉴멕시코주 로키산맥남단에자리하고 있다. 해발 2천1백m로 주변의 산에는 대개 미처 녹지못한눈들이 쌓여있는 곳이다. 산타페의 외각에 위치한산타페연구소(SFI)는 과학에 있어서 「새로운 통합」을 믿는 몇명의 과학자들이 1984년 법인화한 비영리조직(NPO)이다. 연구소의 구상을 최초로 주창한 사람은 산타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있었다. 바로 로스알라모스국립연구소의 존 코완이란 화학자가 그주인공이었다. 로스알라모스연구소의 몇명의 수석연구원들이 코완의 의견에 동조, 결국 쿼크물리학의 창시자인 마레 겔만교수, 경제학의 중진학자인 케네스 아로교수, 고체물리학자인 필립 앤더슨교수 등이 함께 했다.이들은 한결같이 노벨상 수상자들로 자신들의 학문분야에서는 당대의 석학들이었다. 그러나 말이 법인일 뿐 처음에는 정해진 사무실도 석학들을 도와줄 스태프들도 전혀 없었다. 여기에 「새로운 통합」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이처럼 믿을 바가 없는 상황에서 연구소 창립에 뛰어든 그들을 떠받든것은 현재 많은 학문분야에서 공유할 수 있는 실제현상들이 부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것들은 공통의 이론적 틀에서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직관적인 신념이었다.이들은 경제 사회 역사 생물 물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최일선을 달리는 연구자들을 불러모아 워크숍을 열어 개별 학문분야의 문제에공통되는 뭔가가 있다는 인식을 확신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결국 창립멤버와 워크숍에 참석한 연구자들은 구체적인 키워드(핵심주제어)를 공유하게 된다. 그것은 「복잡성(complexity)」 「복잡계(complex system)」로 표현됐다.SFI는 불안한 시작을 했지만 세월이 경과할수록 개념적으로나 조직재정적인 측면에서도 견고한 곳이 됐다. 91년까지 복잡성이란 것이정말 학제적인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인가, 정말 연구할 가치가 있는개념인가를 두고 특히 경제학자와 물리학자간에 싸움으로 비쳐질정도의 분분한 논의가 있었다. 그러나 논의와 워크숍을 통해 학제지향적인 우수한 학자 연구자들을 관찰, 이들에 대해서는 상근 비상근교수단으로 조직화시키는 치밀한 전략도 펴고 있었다.◆ ‘전체는 요소의 총합보다 크다’학제적 연구소로 유명한 곳은 세계적으로 몇군데가 있으나 단지 연구자가 하나의 건물을 사용할 뿐 이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 이름뿐인 연구소가 대부분이다. SFI는 복잡성을 기본적인 틀로한 본연의 학제적인 연구소를 지향했으며 그것은 효과를 발휘할 수있었다. 기금이 늘어나고 SFI란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SFI의 운영과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사장 브루스 에이벨에 따르면 SFI의 자금은 매년 약 20%정도씩 증가하고 있다(96년 5백만달러). 당연히 자금의 증가와 비례하듯 연구자도 늘어났다. 그러나연구자가 너무 늘어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주 짧은 기간동안 연구소에 체류한다해도 여러분야의 연구자들이 만나서 자극을받을 수 있다는 것이 SFI의 장점이다. 연구자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최적의 규모라는 것이 있으며 대략 50~60명으로 판단하고있다 . 에이벨 부사장의 설명은 SFI가 연구자를 위한 환경조성에운영의 역점을 두고 있다는 의미다.그럼 과연 이들이 키워드로 삼는 복잡계란 무엇을 말하는가. 복잡한 것 모두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예를들어 자동차처럼 단순히 관계되는 요소(부품)가 많기 때문에 복잡한 시스템은 복잡계가 아니다. 이것은 단지 「전체는 요소의 총합」인 단순한 관계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복잡계에서는 「전체는 요소의 종합보다 크다」고 주장한다. 분석적 수법의 과학이 힘을 발휘해온 직선적 인과관계로 구성되는 예측가능한 시스템과는 다른 시스템이 복잡계에 해당된다. 좀더 구체적으로 보면 인과관계는 분명하다해도 초기값의 민감성(예를 들어기상현상을 기술하는 방정식에 약간 다른 수치의 초기데이터를 집어넣으면 이후 기상현상의 추이는 크게 변하게 된다. 이를 시스템에서 초기값의 민감성으로 표현한다)으로 인해 장래의 현상예측이본질적으로 불가능해지게 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또 무수한 가능성중에서 역사적 우연에 의해 하나의 현실을 선택하도록 운명지어진경로의존성(Path dependence)을 갖는 시스템, 단순한 규칙에 지배되면서도 끊임없는 변화나 진화를 수행해가는 자기조직적인 시스템, 이런 것들이 SFI가 밝히려드는 복잡계의 시스템이다.SFI의 상근교수진은 지난해말 현재 6명이었다. 특히 수확체증의 이론을 주장한 브라이언 아더 교수(Arthur, W. Brian)는 87년 8월SFI가 주최한 경제회의를 계기로 이 연구소와 인연을 맺게 된다.회의는 열흘간에 걸쳐 10명의 경제학자와 10명의 물리학자가 초빙된 가운데 열렸다. 과연 복잡계와 학제성을 주축으로 삼고 있는SFI의 방향이 옳바른 것인지를 다시 한번 검증하고자 하는 자리였다. 물론 아더 교수가 초빙된 가장 중요한 이유도 수확체증의 경제학이란 흥미있는 주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79년 제3세계인구문제의 연구자로서 하와이 동서인구연구소에 있으면서 한권의책과 만난다. 「분자생물학의 여명」(호레스 재드슨 저)이란 책으로 여기서 생물학과 새롭게 접한 그는 현실의 경제가 수확체감이아니라 수확체증이란 포지티브 피드백으로 지배되는 생물적인 시스템을 갖는 것은 아닐까하는 영감을 얻는다. 아더 교수는 이날의 경제회의로 인해 SFI의 교수가 된다.한편 열흘간의 회의를 거쳤다곤 하지만 물리학자와 경제학자간에는서로 의견의 상이함이 여전히 존재한다. 신고전파경제학이 물리학과 친화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처럼 복잡적응계로서의 경제이론은 일견 생물학과 친화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SFI의 창립자들은 일찍이 「과학의 대통합」을 주창했다. 과연 복잡계란 개념에 의해 학문분야가 억지로 재봉한 흔적없이 통합될 수있을까. 복잡계는 정말 복잡하기만 하고 SFI는 지금도 계속 통합을시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