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계' 지식 대혁명…과학·경제·경영 새틀짜기

Complex System(복잡계)이 붐을 이루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각국의 사회 전반에 걸쳐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고있다. 특히 날이 갈수록 복잡계에 대한 연구의 깊이가 깊어지고 저변도 넓어지는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21세기를 열 가장 확실한 과학의 분야로 꼽기도 한다. 복잡계과학이라는 새로운 용어마저 등장했다. 경제계 역시 이에 대한 연구가 한창이고 경영활동에 적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기존의 판도를 크게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지식의 대혁명 앞에 경제계를 포함한 사회 각 분야가 직접 이용하거나 구체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하며 지켜보고 있는 모습이다.◆ 연구의 핵심=사회 여러 이상현상 밝히기복잡계를 한마디로 설명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학자들 사이에 다소 이견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공통적인 요소는 여럿 보인다.먼저 가장 기본적으로 Simple System(단순계)이 아닌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정의할 수 있다. 이를 확대해 잘게 분석해도 단순하게 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수도 있다. 여러 가지 복잡한 요소가얽혀 있어 아무리 세분화해도 본질적인 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운 것을 뜻한다는 의미다.그런가 하면 좀더 현실적인 측면에서 접근해 설명할 수도 있다. 요즘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기존의 과학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이 부지기수다. 예를 들어 경제 분야의 경우 환율이 예상과는 달리갑자기 크게 오르거나 내리는 일이 있다. 그러나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현실적으로 힘든 면이 있다. 누구 하나 속시원히 풀어내는 이가 없는 것이다. 환율시스템 자체가 항상 변하고 진화해가므로 예측이 제대로 안되는 까닭이다. 이렇듯 설명이 안되고 예측이 불가능한 시스템이 바로 복잡계이다. 그런 면에서 환율시스템도 복잡계의 하나라고 할수 있다.그리고 기존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시스템과 관련, 여기에 공통적인 원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고이를 풀기 위해 새로운 차원에서 연구하는 것을 복잡계과학이라 한다.여기서는 연구대상의 각 요소를 개별적으로 파악해 원리를 유추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통합한 다음 뽑아낸다. 복잡계의 영역은 아주 넓다. 사회를 구성하는 전체 분야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진화와 뇌의 움직임 등 생명현상은 물론이고 기상이나 별의 탄생 등 자연과학이 두루 포함된다. 여기에다 경제현상등 사회과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기업경영을 하면서 풀지 못했던 미스터리 같은 현상을 복잡계과학으로 해석해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의경제부처에서 이를 활용해 경제문제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나타나고있고 상당수의 기업들 역시 경영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많이 도입하고 있다는 후문이다.쓰임새가 많다보니 복잡계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특히 미국과일본 등 선진국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각 분야의 학자들 역시 거부할 수 없는 큰 물줄기가 되고 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연구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다 전문 연구소도 속속 생겨나고 있는것이다.우선 미국 쪽을 보면 복잡계 연구의 본산인 산타페연구소를 중심으로 많은 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이 연구소는 지난84년 복잡계 전문연구소로 설립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연구 메카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지금도 소장인 골드버그 박사(전 뉴멕시코대 면역학 교수)를 중심으로 90여명의 연구원들이 새로운 이론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연구하는 학자조차 없는 실정일본의 학자들도 만만치 않다. 게이오대 교수들이 복잡계연구회를설립, 연구를 활발히 진행중이다. 또 정부와 기업의 공동연구기관인 ATR(인간정보통신연구소)도 이 분야에 대한 전문연구팀을 만들어 가동중이다. 여기에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지난 3월 진화경제학회라는 모임을 발족시켜 경제학과 복잡계과학의 융합을 모색하고있다. 이들 경제학자들은 지금의 경제는 전통적인 균형의 경제학으로는 충분히 설명할 수 없어 학회를 출범시켰다고 밝히고 있다.최근 한창 진행중인 복잡계 연구의 핵심은 비균형과 불안정으로 대표되는 각 분야의 이상 현상을 밝히는 것이다. 복잡계이란 명제를다각도로 분석하는 것도 이런 특수성에서 연유한다. 특히 경제 분야와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 이는 복잡계의 컨셉트인 항상 진화하고 변모하는 시스템이란 경제 그 자체이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또 하나 경제학의 경우 균형론이라는 조용한 세계에서 복잡성을 분석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가는 것도 이런점을 분명히 한다고 할 수 있다.복잡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시작된지 불과 10여년남짓밖에 안된 까닭도 있으나 본질적으로는 워낙 방대한 분야를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분명 생명현상에서 경제현상, 물리현상까지 모든 분야를 포괄하는 하나의 통일적인 원리가 있다는점만큼은 확신한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이런 복잡계과학이 낯설다. 연구소는 물론이고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도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세계적인 조류에 한발 뒤처지고 있다는느낌도 지울 수 없는 대목이다. 일본 기업들이 복잡계의 원리를 기업경영에 적극 활용,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