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도 전쟁을 치른다. 총과 칼이 아닌 상품을 무기로 싸운다.전쟁에 이기기 위해선 수많은 전투를 치러야 한다. 전투중엔 전세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전투가 있다.삐삐시장에도 무수한 전투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최후의 승자는 가려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우세를 보이고 있는 기업은 모토로라 엠아이텔 팬택이다. 지난해 「삐삐4총사」로 기세를 높이던 텔슨전자와 스탠다드텔레콤은 고속삐삐라는 새로운 전투를 앞두고 다소 주춤한 상태다.엠아이텔(대표 이가형)은 지난 1995년 광역삐삐 「어필」로 삐삐시장에서 성공적으로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어 선발기업을 제치고AGC(광역이득조정장치, 전파장애지역에서의 수신율 개선)회로를 내장한 신무기 「어필아이」를 지난해 7월 최초로 시장에 내놓았다.이 삐삐는 모토로라와 「최초개발」 여부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했다. 엠아이텔은 여세를 몰아 2월에 광역삐삐 생산량 1백만대를돌파했다. 지난 4월엔 국내최초로 고속삐삐 「어필FX」를 상용화해해피텔레콤에 납품함으로써 고속삐삐분야에서도 다른업체들에 선제공격을 가했다.모토로라(대표 최인학)는 엠아이텔 등 국내 삐삐업체들의 적극적인공세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통신기업으로 20세기 후반의 전세계 통신산업을 이끌어 왔다는 자존심이 일거에 구겨졌기 때문이다. 1992년 10개의 지역무선호출사업자들의 등장이후 한국의 중소업체들과의 잇단 전투에서 패배, 시장우위를 내주고 말았던 것이다.◆ 모토로라, 플렉스칩 개발 시장 재탈환노려아무리 세계적인 기업 모토로라였지만 다양하고 작은 디자인에다가저렴한 가격을 무기삼아 집요하게 쳐들어오는 공세에는 당해낼 수없었다. 게다가 1995년 새롭게 나온 광역삐삐서비스를 둘러싼 전투에서도 시장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완전히 뒤처지고 말았다.시장을 이끌던 모토로라가 경쟁사를 뒤따라가는 수모를 당하게 된것이다.그러나 모토로라는 신무기를 마련, 시장 재탈환의 꿈을 꾸고 있다.첫 반격무기는 AGC회로를 내장한 광역삐삐 「리베로」. 개발자체는엠아이텔에 선수를 빼앗겼지만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매달 8만개 가량 판매하면서 그동안의 전투에서 패배한 자존심을 다소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모토로라가 준비중인 비장의 무기는 고속삐삐의 프로토콜인 플렉스방식 그 자체다. 무선통신분야의 기반기술이 탄탄한 모토로라는 자사의 기술로 개발한 고속삐삐 프로토콜인 플렉스를 업계 표준으로삼는데 성공했다. 플렉스방식을 사용하는 고속삐삐는 기존의 폭삭방식에 비해 전송속도가 5배나 되는 차세대삐삐다. 기술의 확장성도 뛰어나 양방향삐삐나 음성삐삐로도 진화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모토로라는 이미 10년전부터 연구개발한 끝에 실용화했다.플렉스방식의 무선호출은 모토로라가 특허를 갖고 있어 핵심부품인칩셋의 물량을 조절할 수 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광역고속삐삐서비스의 개시여부도 모토로라의 칩셋공급여부에 달려있다. 모토로라의 생산능력이 곧 국내 광역고속삐삐의 공급물량과 직결되고 있는셈이다. 모토로라는 플렉스방식보다 전송속도가 2배나 더 빠르고삐삐에서도 데이터를 발신할 수 있는 리플렉스(Reflex)방식의 양방향삐삐와 음성도 전송할 수 있는 인플렉스(Inflex)방식의 음성삐삐도 개발해 놓은 상태다.그러나 모토로라의 독주에 대한 견제도 만만치 않다. 자칫 모토로라가 국내 고속삐삐의 물량을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팬택(대표 박병엽)이 쐐기를 박고 나섰다. 플렉스칩 생산기술과 시설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팬텍은 국내에서 핵심부품개발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몇 안되는 기업이다. 그만큼 신기술 동향에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다. 국내 다른 기업들의 고속삐삐생산은모토로라의 플렉스칩 생산능력에 달려 있지만 자체적으로 칩셋의생산능력이 있는 팬택만은 느긋하다. 플렉스칩을 개발하기 위해3년전부터 40억원을 쏟아 부은 결과다. 팬택은 이 칩을 이용해 국내업체중에선 처음으로 전국 로밍서비스가 가능한 광역삐삐를 개발했다. 비록 모토로라와의 라이선스에 의해 자사 제품용으로만 생산해야 하는 조건에 묶여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 물량조절의 변수역할을 충분히 할수 있는 능력을 갖춘 셈이다.모토로라는 기반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무기를 병기고에 비축해 둔 상태다. 무선호출기사업부의 최성열부사장은 『삐삐는 결국손바닥형 데이터단말기(PDA, 개인휴대통신기기)로 진화할 것』이라며 『PDA는 개인용컴퓨터의 크기를 줄이면서 데이터의 호환성을 강조하는 방향과 삐삐의 기능을 확장해 휴대성을 강조하는 두가지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의 전송량이 많아지면 삐삐 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데이터단말기로 발전하게 되리라 보고 모토로라는 이에 대한 준비를 차근차근 해오고 있다.이미 삐삐전용 운영체제프로그램인 메모스(MemOS)도 개발해 놓은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탱고라는 양방향 문자삐삐를 개발해 놓았다. 탱고에는 자판이 있어 크기만 작을 뿐 외양은 휴대형컴퓨터와비슷하다.또한 테너라는 음성삐삐도 모토로라가 숨겨놓은 비밀병기다. 기존의 음성메시지는 삐삐에 저장되지 않고 서비스업체의 컴퓨터에 저장돼 녹음된 음성을 듣기 위해선 전화를 걸어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음성삐삐는 삐삐에 녹음되기 때문에 별도로 전화를 걸 필요없이삐삐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팬택·엠아이텔, 기민한 시장 대응 주무기모토로라에 비해 규모가 작아 상대적으로 몸놀림이 날렵한 팬택과엠아이텔은 기민한 시장에의 대응을 주무기로 삼고 있다. 이들 기업이 내세우는 장점은 중소기업의 특징인 순발력과 그동안 축적한기술력을 결합,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특히 엠아이텔은 저가형부터 고급형까지 5가지 모델로 라인업을 마친상태다.전장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도 있다. 특히 전화보급률이 낮아 문자삐삐에 대한 수요가 많은 동남아시아시장에서 경쟁은 치열하다.팬택의 박사장은 『공중전화보급률이 낮은 지역은 양방향삐삐나 문자삐삐의 보급이 국내와 달리 활발하다』고 말한다. 팬택은 4년전부터 문자삐삐를 수출하고 있다. 최근엔 태국어를 표시할 수 있는문자삐삐를 개발, 태국에 1백만달러어치 수출했다. 팬택은 이미 베트남어와 러시아어 프랑스어 문자삐삐도 만들어 수출하고 있다. 이회사는 1995년엔 1천5백만달러, 지난해엔 2천2백만달러어치의 삐삐를 수출했고 올해는 4천만달러의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