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새 재무지표의 하나로서 ROE(자기자본 또는 주주자본이익률)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비슷한 현상은 몇년 앞서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차대전이후 40년이상 재무지표로서 관심의대상이 되지 못했던 ROE가 90년대 들어서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가장 권위있는 투자정보지인 「회사4계보」에도 91년부터 ROE에 대한 기사가 게재되기 시작했다. 최근들어서는 ROE가 유행어처럼 되어 「ROE혁명」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많은 상장기업들은 결산기자회견 또는 주주총회에서신사업연도의 ROE 목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미국에서는 이미 70년대부터 가장 중요한 재무지표의 하나로 여겨져 왔던 ROE가 왜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최근에 들어서야 갑자기 주목되기 시작했는가. 한마디로 최근 몇 년간 두나라 기업들의 ROE수준이 급격히 떨어졌고 투자자와 금융기관이 이를 문제삼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볼수 있다.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한국 일본의 상장기업 모두 80년대까지만해도 8∼9%수준을 보여오던 ROE가 최근 들어 2%대로 떨어졌다. 일본의 경우는 금리수준이 낮기 때문에 ROE가 금리수준을 밑돌게 된것은 90년대 들어서이지만 고금리하에 있는 한국의 경우는 80년대이후 한번도 평균 ROE가 금리수준을 넘어선 적이 없다. 주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은행에 넣고 안전하게 이자를 받는 편이 훨씬 나을텐데 손해보는 사업을 일시적으로도 아니고 장기간 해오고 있는 것이다.물론 미국에서는 ROE수준이 문제시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60년대까지의 고도성장기에 미국의 대기업은 과감한 장기투자를 선택했고 투자 효율을 감시하는 지표인 자본이익률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않았다. 오직 단기운영비(Running Cost)에만 신경을 쓰면 됐다.예를 들어 과감한 투자로 거부가 된 철강왕 카네기는 『내가 필요로 하는 회계정보는 공장내의 공정별로 직접 재료비와 가공비에 대한 주단위 보고 뿐이다. 나머지는 신념과 직관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말할 정도였다.경제성장률이 10%에 가깝고 10년새 경제규모가 2배이상으로 커지던시대에서는 투자에 대한 면밀한 조사보다는 스피드가 중요했고 대담하게 거액의 투자를 결정하는 결단성이 필요했다. 그리고 운영비의 개선에 노력하면 투하자본은 언젠가는 시장의 확대에 따른 매출액의 확대가 흡수해준다고 여겼다. 적극적인 투자에 대한 암묵적인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 급속히 확대되는 시장에서의 점유율주의가 성장기업의 전략이었던 것이다.이같은 황금의 60년대를 지나 70년대의 저성장기에 들어서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3% 안팎으로 성장하는 시장은 10년새 50%정도밖에 확대되지 않는다. 이러한 경제시대에서는 투자에 대한 면밀한체크가 경영의 요체가 된다.◆ 일본, 전문경영인 회사성장등 외형적인면 치중그런데 70년대 이후 미국기업의 경영전략 수정이 성공할 수 있었던것은 기업의 통치(Corporate Governance)기능이 제대로 작용됐기때문이다. 도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미국 상장기업의 주주구성을보면 개인과 기관투자가의 투자비중이 90%이상을 차지한다.이들 주주는 자산운용을 목적으로 주주가 되는 것이지 다른 어떤정책적인 목적으로 주식을 보유하는게 아니다. 따라서 주주의 이해와 직결되는 기업의 자금조달 및 투자행위에 대하여 끊임없이 체크해야 한다. 기업이 주식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투자가가만족할 만한 수준의 ROE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안된다.일본의 경우는 어떠했는가. 70년대 전반까지의 고도성장기에는 과거 미국 기업이 했던 것과 같은 과감한 확대경영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ROE도 10%대를 유지해 미국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그런데 70년대 후반이후 저성장기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싹 바뀌었다. 저성장기에 맞게 투자에 대한 면밀한 체크가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과거와 다름이 없는 점유율 위주의 방만한 투자가 계속됐다. 특히 80년대 중반이후 대기업들은 높은 주가를 이용하여대량의 주식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을 했고 이 자금을 확대경영에 사용했다. 그런데 미국과는 달리 일본의 경우는 이런 방만한 투자를체크하는 기능이 작용하지 않았다. 이 후유증으로 나타난 90년대이후의 불황을 「기업통치부재의 불황」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일본기업의 경우 개인의 주식보유비율은 23∼24%에 지나지 않고 금융기관 및 사업법인이 65%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이들 금융기관및 사업법인들은 다른 회사와 주식을 서로 바꾸어 보유하고 있다.이른바 상호보유(정책보유)형식이다. 순수한 투자가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이 거의 없으며 실제적으로 기업을 지배하는 것은 각사의 전문경영인이다. 그런데 문제는 기업을 지배하는 전문경영인이 경영의 목표로 주주의 이익보다는 회사의 성장이나 회사의 명성과 같은 외형적인 면을 더 중시하여 이를 위해서라면 ROE수준이 낮아지는 사실을 외면하기 예사였다. 이것이 미국 기업과 다른 것이다.◆ 투자가 입장서 보면 대기업 부도 막을 수 있다이제는 한국 기업의 실정을 살펴보자. 우선 주식소유구조를 보면개인이 34.3%를 보유하고 있고 외국인 투신 등의 보유비율을 합치면 순수한 투자가의 비율이 일본보다는 높은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실제는 그렇지 않다. 개인 비율의 절반가량이 대주주이기때문이다. 이들 대주주들은 개인지분과 계열사 또는 금융기관의 주식을 합하여 기업을 지배하고 있다. 전문경영인이 지배하는 일본과달리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빼고는 개인 오너 지배하에 있는 것이다. 이른바 소유자 지배로서 오너의 이해관계도 일본기업을 지배하는 전문경영인과는 다르다.그런데도 왜 금리수준을 훨씬 밑도는 이익률밖에 안 나오는 경영을장기간 계속해오는 것일까. 70∼80년대와 같은 고도성장이 앞으로도 장기간 계속 되리라는 예상하에 출혈을 각오하고 선행투자를 하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낮은 이익률 때문에 배당은 받지 못하더라도오너에게는 기업을 지배하는데서 오는 다른 이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 어느 쪽이든 순수한 투자가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점이 많다고볼수 있다. 우선 최근 대기업의 부도사태에서 한국기업들이 투자를할 때 사업성 분석이 얼마나 안이했던가가 증명됐다. 따라서 낮은ROE는 선행투자에서 오는 것이라기 보다 투자에 대한 면밀한 체크가 부족한데서 기인됐다고 분석된다. 또 다른 이유인 낮은 이익률하에서 오너만이 다른 메리트를 얻고 있다면 순수한 투자가가 이를계속 방관할 리가 없다.최근 일본기업에서는 「주주의 반란」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소액주주 또는 외국인주주의 반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이제는 주주들이 자신의 돈이 수익성이 높은 분야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주시하는 시대가 왔다.따라서 오너는 물론 전문경영인들은 기업수익위주의 ROE경영전략을마련하고 이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한다. 자본시장이 성숙될수록 그런 기업들만이 주주로부터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필요할때 직접금융시장에서 코스트가 상대적으로 낮은 자금을 끌어 쓸수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