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구조를 자세히 들여다 볼수 있는 돋보기는 여러 가지가있다. 그중에서도 주식투자자들에게 눈길을 끄는 지표가 바로 자기자본이익률(ROE). 이는 당기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백분율로나타낸 잣대다.말이 쉬워 당기순이익과 자기자본을 비교한 것이라지만 이를 다른각도에서 다시 뜯어볼 필요가 있다. 매출액순이익률에 총자산회전율을 곱하고 자기자본비율로 나누는 다소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도똑같은 ROE지표가 산출된다. 결국 ROE는 이들 3가지 요소의 3박자로 구성됐다고 할수 있다. 매출액순이익률이나 총자산회전율이 높으면 ROE도 높아지고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ROE는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기업-매출액 순이익률미래산업, 수익성 높은 다크호스먼저 매출액순이익률은 당기순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수치다. 한마디로 얼마를 팔아 얼마나 벌었는가를 나타내는 수익성지표로 제품가격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매출액순이익률이 높은 회사들은 업황호전 등으로 대부분 부채비율이 낮고 이자부담이 낮은 회사들로 포진해 있으며 때로는 특별이익을 많이 낸 경우도 있다. 특별이익이란 영업과 직간접적인 관계없이 보유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을 처분한 결과 얻게된 시세차익이다.지난해 매출액순이익률이 높았던 회사들은 어떤 곳일까. 상장기업중에서 작년에 물건을 열심히 팔아 매출액에 비해 가장 많이 이익을 남긴 회사는 반도체장비를 생산하는 미래산업.지난해 11월 새로증시에 상장돼 매출액순이익률 1위를 기록한 다크호스다.이 회사는 메모리테스트 핸들러, 리드프레임 등을 국내독점생산함에 따라 매년 높은 외형성장세를 과시하고 있다. 작년에도 매출액이 4백54억원으로 한해전보다 42.5%나 늘어났다.특히 원가율이 낮고 비용부담이 적어 특별이익이 전혀 없었지만 1백3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매출액순이익률이 29.3%에 달했다.2위는 신화실업으로 28.6%를 기록했다.물건을 팔아 이익을 낸 것이아니라 특별이익으로 매출액순이익률을 끌어올린 대표적인 케이스다. 제관용 주석도금강판을 전문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해 시화공장으로 옮겨가면서 기존의 개봉동 공장부지를 팔아 1백70억원의 특별이익을 냈던 것이다. 경상이익면에선 오히려 33억원의 경상적자로 돌아섰다. 시화공장 등의 감가상각비를 한해전의 3억원에서27억원으로 크게 늘려 잡은데다 이자부담도 늘어난 결과였다.이어 한국카프로락탐(15.1%)과 동아타이어(13.4%)는 원자재가격 안정에 힘입어 3위와 5위를 차지했으며 이자부담이 적은퍼시스(13.6%)가 4위를 기록했다.한국카프로락탐은 나일론의 원료인 카프로락탐을 국내 독점공급하는 회사로 내수물량의 30%를 대고 있다. 판매단가를 인상해 매출액도 10%이상 늘어났지만 유화경기가 침체한데다 주요 원재료인 사이크로핵산 가격이 공급과잉으로 인해 큰폭으로 떨어져 수익성이 호전됐다. 주요주주인 효성과 코오롱 고합그룹사이에 이 회사를 독차지하려는 지분경쟁으로 인해 주가도 뜀박질했던 종목이다.자동차용 튜브와 재생타이어를 생산하는 동아타이어는 튜브가격이오르고 원자재가격이 안정됨에 따라 높은 수익성을 거두었다. 또이러한 수익을 바탕으로한 내부자금을 예금으로 돌려 짭짤한 이자수입을 거둔 것도 당기순이익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사무용 가구를 만드는 퍼시스는 지난해 12월 증시에 상장돼 미래산업과 함께 신규 상장종목으로 두각을 나타낸 종목이다. 매출액에서차지하는 금융비용의 비중인 금융비용부담률이 0.5%에 그치는등 재무구조가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한국은행에서 최근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에 나타난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경상이익률은 0.1%에 그쳤다. 매출액순이익률은 이보다 더 낮았을 터이다. 이에 비해 10%가 넘는 이들 기업의 매출액순이익률은 상당히 높은 수익성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있다.순이익률 상위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률은 특별이익을 많이 낸 신화실업(9.7%)을 제외하면 모두 낮은 수준이다. 퍼시스의 0.5%를 비롯해 미래산업과 동아타이어가 각각1.2%였고 한국카프로락탐도1.7%에 불과했다.총자산회전율은 매출액을 총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이 쓸수 있는 모든 재원인 총자산이 매출로 몇번이나 굴렀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기업의 역동성을 반영하는 잣대다.지난 95년도에 이어 작년에도 국내 굴지의 종합상사들이 이 분야를휩쓸었다.이들 종합상사들은 영업특성상 제조업체의 제품에 대한수출입업무를 대행하는만큼 매출로 잡히는 수치가 크게 나타나게마련이다.◆ 기업-총자산회전률현대종합상사, 44.62회나 굴려 1위총자산회전률 상위5개사의 면면도 한해전의 기업들 그대로다.다만4위와 5위의 순위만 살짝 바뀌었을 뿐이다.현대종합상사는 한해전의 44.81회에 이어 지난해에도 44.62회를 기록해 이 방면에선 타의 추월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1위를마크했다.매출액이 한해전보다 22.7%나 늘어난 20조5천5백28억원에달한 덕분이었다. 현대그룹의 무역창구로서 계열사들이 만든 자동차나 선박 플랜트 반도체 등의 수출입을 도맡아 대행했다. 그 결과지난해 경기불황에 따른 반도체 수출이 저조했음에도 불구하고 1백50억달러어치를 수출해 수출실적 1위를 차지했다.2위인 쌍용은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등 중공업제품의 수출입업무를주력으로 삼는 매출액순위 5위의 종합상사다. 3년연속 40%를 웃도는 매출액증가율에 힘입어 총자산회전률도 14.96회를 기록했다. 한해전의 12.71회보다 나아졌다.LG그룹의 무역창구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LG상사도 한해전의8.36회에서 10.11회로 호전되면서 부동의 3위자리를 지켰다. 이 회사는 지난 95년에 계열사 수출입창구 일원화조치로 94.8%의 외형성장을 보인데 이어 지난해에도 34.3%의 매출증가를 나타냈다. 특히작년에 칠레동광을 매각한데 힘입어 2백6억원의 특별이익을 거두기도 했다.한해전에 4.25회로 5위를 기록했던 선경이 4.34회로 4위로 한자리뛰어올랐고 효성물산은 4.89회에서 4.17회로 총자산회전율이 낮아지면서 5위로 밀렸다. 선경은 그룹의 모체로서 철강 금속 등의 중화학제품 수출과 원유 목재 등을 수입하면서 꾸준한 매출증가를 보였다. 계열사인 유공의 원유수입을 대행하는데 따른 자금조달효과도 가세해 상사로서의 자금회전이 빠르고 자금조달원이 다양하다는강점을 지니고 있다.유공(13.9%) 유공해운(24.6%) 등 우량 계열사지분도 상당량 갖고 있다.효성그룹의 모기업인 효성물산은 그룹의 특성을 따라 철강 섬유 타이어부문의 수출입을 주로 한다. 지난해 수출환경 악화에 따른 수출증가세 둔화를 내수판매 확대로 극복해 8.3%의 매출증가를 나타냈다. 올해1월1일을 기준일로 서울 본사와 인천공장 부지 등에 대한 자산재평가를 실시한다는 재료를 안고 있으며 재평가차익은약5백82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2월 오만 부카유전개발사업의 지분도 10% 확보했다.이들 종합상사는 종합상사 대행비중이 높은데다 금융기관의 외상금융을 많이 활용하고 있어 현금흐름도 원활한 편이다. 금융비용부담률을 보더라도 현대종합상사가 0.1%에 그쳤고 나머지 회사들도2%미만이다.◆ 기업-자기자본비율현대종합목재·쌍용자동차순으로 낮아ROE를 분석할 때 카멜레온같은 존재가 바로 자기자본비율이다. 자기자본을 총자산으로 나눈 값이란 점은 분명하다. 자기자본은 바로자본금에다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 등을 합친 것. 여기서 약간이나마 이익잉여금을 낸 상태라면 문제가 안된다.다만 조금이라도 결손을 내 자본금을 까먹은 부분적이나마 자본잠식된 상태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뭔가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자본금을 잠식당한 결과 자기자본 수치가낮아져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고 ROE가 높아질 수 있다는 말이다.이같은 자기자본비율은 대표적인 안정성지표다.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회사는 업황이 어려울 때 상대적으로 재무위험이 적어 안정성이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반면 활황일 경우에는 적극적인 경영을 가로막는 제약요소가 되기도 한다. 이 비율이 낮은 회사는 그반대다.어쨌든 ROE에 관한한 이 비율이 낮을수록 유리하다. 자본금이 완전히 잠식된 회사와 금융업종을 제외하고 지난해 자기자본비율이 가장 낮은 회사는 현대종합목재로 0.81%였다.이 회사는 원목조달에서 가구제조까지 수직적 계열화를 이룬 국내최대의 종합목재회사. 인테리어와 주방 및 사무용 가구에서 큰폭의매출신장을 보였지만 원목과 판재류의 매출감소로 매출신장률이0.8%에 그쳤다. 용인공장을 중심으로 원가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이자부담이 많아 적자를 면치 못해 결손금이 불어나 자본금을 상당부분 까먹었다.현대종합목재를 비롯해 하위 5사는 모두 부분 자본잠식상태를 보이고 있다.자기자본비율 하위 2위는 0.94%의 쌍용자동차.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특장차부문의 판매는 부진했지만 지프와 승합차 등 신차판매에서 호조를 보여 매출액이 38.7%나 늘어났다. 문제는 생산설비 증설과 관련한 이자부담이 늘어나 적자가 불어났다는 점이다. 그 결과자기자본규모도 한해전의 2천5백95억원에서 3백55억원으로 줄어들었다.하위 3~5위는 동해펄프 기아특수강 아남전자가 차례로 랭크됐다.동해펄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인쇄 필기용지와 백판지의 원료인표백 화학펄프를 전문생산하는 업체. 지난해 국제펄프값 하락으로매출규모가 42.7%나 줄어든데다 판매단가가 떨어져 고전했다. 한해전에 3백억원을 넘었던 흑자에서 4백71억원의 적자로 돌아서는 비운을 맞았다. 작년말 현재 이 회사지분 26%와 20%를 각각 보유한무림그룹과 한국제지에서 공동으로 경영하고 있는 상태다.기아특수강은 20만t규모의 군산공장 3단계공사를 끝내 연간 조강생산능력이 72만t으로 늘어났다. 이같은 설비확충에 힘입어 외형은13.6% 증가했지만 이자부담에 시달리며 경상적자를 지속하고 당기순이익도 2년연속 쓰라린 적자를 맛보았다.아남전자는 TV 오디오 부문에 특화된 가전 전문업체로 대기업의 가격인하 공세로 인해 매출이 11.4% 줄어들었다. 덩달아 경상적자와당기순손실이 모두 늘어났다. 그룹차원의 통신기기 사업을 강화해경영난을 타개하는 방안을 모색중이며 홍콩현지법인을 설립해 중국내 오디오사업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이들 5개사는 지난해 차입금이 크게 늘어나 부채비율도 한해전보다큰폭으로 높아졌다.또 자본금이 전혀 잠식되지 않은 기업중에선 범양식품(4.09%) 한화에너지(6.31%)세신(7.06%) 롯데칠성(7.16%) 대우자판(7.63%) 등이낮은 자기자본비율을 기록했다.반면 자기자본비율이 높은 회사들을 보면 신도리코가 79.31%로 가장 높았고 청호컴퓨터(79.14%) 성보화학(78.82%) 보락(77.71%) 새한정기(77.15%) 등의 순이었다.이처럼 기업의 수익성과 역동성 안정성 지표를 함께 살피면서ROE잣대를 더듬어 본다면 더욱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은행-수정 ROE주택은행 국민은행 순ROE와 관련된 부문별 지표를 따질 때 은행에 관한한 딴소리가 되고만다. 은행들의 경우엔 제품을 얼마나 팔았는가 하는 개념과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예컨대 총자산을 얼마나 굴려 상품을 얼마나 팔았나 하는 총자산회전율이 일반 제조업체와 같이 비교할 수는없다.때문에 이번 부문별 지표분석에선 은행을 제외하고 분석한 것이다.그러면 과연 은행들의 지난해 수정ROE는 어떠했을까.은행권의 선두주자는 한국주택은행으로 28.90%를 기록했다. 2위는국민은행(26.69%)이었고 이어 부산은행(23.36%) 경남은행(18.50%)대구은행(17.97%)이 뒤를 이었다.지난해 3월 증시에 상장된 주택은행은 주택은행법에 따라 설립된특수은행. 국민주택기금이나 주택금융 신용보증기금을 전담해 수탁관리하고 주택채권을 발행하고 있어 자금조달 차원에서 일반은행에 비해 한결 수월한 입장이다.국민은행은 소매금융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특수은행으로 출발해 지난 94년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서 증시에 상장됐다. 국내은행중 점포수가 가장 많고 부실여신은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 강점이다.이들 은행의 높은 수정ROE는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5월16일 현재 주택은행은 1만3천6백원을 나타내고 국민은행도1만2천원으로 은행주중 대표적인 외국인선호종목으로 꼽힌다.시중은행을 제치고 지방은행들이 두각을 나타낸 점도 돋보인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이자수익이 늘어났고 경남은행은 증시침체에 따른평가손발생을 최소화해 높은 당기순이익을 거두었다는 평가다. 대구은행은 대출규모를 크게 늘려 영업수익과 당기순이익이 꾸준한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여타 시중은행들의 수정ROE도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기존의5대 시중은행을 보면 상업은행이 16.42%로 26개 상장은행중 6위였고 조흥은행이 15.0%로 8위에 랭크됐다. 또 한일은행(11.59%)이11위였고 제일은행(7.54%)과 서울은행(마이너스3.64%)이 각각 23위와 26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