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영 현대건설 동남아사업본부장은 현대건설이 아끼는 해외영업통이다. 외국어대학교를 졸업한 뒤 곧바로 현대건설에 입사한 그는6개월만에 괌지점에 발령받은 뒤 지금까지 25년동안 해외에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국내에서 근무한 기간은 통틀어 2년 정도밖에되지 않는다. 현대건설이 해외에서 시공한 굵직한 프로젝트는 거의그의 손을 거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귀공자풍의 얼굴에 매너가 깔끔한 그는 초대 동남아사업본부장으로부임한 뒤 해외현장에서의 노하우를 살려 활발한 수주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 창립 50주년을 맞아 동남아지역에서 「제2 중동신화」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그를 만나 동남아지역 수주전략과 건설시장전망 등을 들어봤다.▶ 동남아지역 건설경기를 어떻게 보십니까.동남아지역의 건설경기를 주도했던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최근들어 경제성장률이 1~2% 정도 줄어들었고 건설경기 또한 이 영향을받아 약간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단기적인 현상으로 동남아지역 건설경기붐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봅니다. 앞으로 수년간은 역시 동남아가 세계건설시장의 중심지가되지 않을까 합니다. 세계 유명 건설회사들이 앞다퉈 동남아지역에진출하고 있는 것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어떤 업체들이 진출해 있는지요.웬만한 건설회사는 다 진출해 있다고 보면 됩니다. 건축공사와 관련해서는 독일의 필립 홀즈만사, 일본의 다이세이, 구마가이구미,시미즈, 미쓰이, 다케나카, 프랑스 드라가게스 등 7개사가 진출해있고 토목공사분야에서는 일본의 오바야시, 펜타 오션, 도아, 네덜란드의 햄, 발라스트 네담, 드레징 인터내셔널, 보스칼리스, 벨기에의 잔데놀 등이 진출, 수주활동을 활발히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업체들은 독특한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유럽업체의 경우 설계 및 시공방법의 선진기술을 바탕으로, 일본업체들은 공사비 파이낸싱을 일부 떠맡는 조건을 내세워 수주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일본업체와의 경쟁은 버겁지 않습니까.기술적인 면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으나 공사비 파이낸싱 등 소프트한 면에서는 우리 업체가 많이 뒤집니다. 일본업체들은 자국의앞선 금융산업을 무기삼아 2~3%의 저리로 건설금융을 지원받아 싼가격으로 입찰에 응하고 있습니다. 우리 업체들의 경우 국내은행에서 가장 싸게 돈을 빌린다고 해도 금리가 6~7% 정도입니다. 수치상으로만 놓고 볼 때 금리차만큼의 경쟁력을 잃는다고 볼수 있지 않을까요. 특히 다른 지역과는 달리 동남아 지역은 발주업체들은 땅은 있으나 공사비가 부족해 일본업체가 공사비 일부를 떠맡는 조건을 제시할 경우 이를 혼쾌히 받아들입니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일부 동남아국가의 사회간접자본 확충사업에 일본업체가 두드러진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지요. 다행히 현대건설은 외국은행으로부터싼 금리의 자금을 조달해 일본업체와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외국은행들은 대부분 현대건설의 이름을 보고 돈을 빌려줍니다. 취약한 금융산업을 선진화하는데 정부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합니다.▶ 단순한 경쟁입찰방식에 의한 공사수주에서 탈피, 투자개발형공사등 적극적인 전략도 요구되고 있는데요.세계건설시장은 경쟁입찰에 의한 공사수주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설사 공사를 딴다고 해도 이윤은 그리 큰 편이 못됩니다. 이같은 추세에 따라 현대건설은 지난해부터 투자개발실을 본사에 신설해 투자개발형공사수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직접투자를해 건설후 운영하거나 분양하는 방식이지요. 현재 이같은 방식으로싱가포르 부동산개발회사인 CDL과 합작으로 정부입찰을 통해 부지를 구입, 주상복합 빌딩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필리핀에서는 현지회사와 합작으로 시멘트공장건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현지 리뽀그룹과 합작으로 콘도를 건설, 분양을 하고 있습니다.▶ 동남아건설시장 공략을 위해 차별화전략은 어떻게 전개하고 있습니까.성공적인 진출을 위해 현대건설은 조직의 현지화, 현지회사와 협력적 동반자관계 구축, 장비의 효율적 관리 등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지역 국가들은 몇년전부터 공사발주시 현지업체와의합작이나 근로자의 몇 퍼센트를 자국근로자로 고용하라는등 조건이까다로워지고 있습니다. 한건주의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현지업체와 언제라도 접촉을 할수 있는 조직체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지요. 현대건설은 이같은 현지분위기에 발맞춰 동남아지역의 경우 사업본부를 설치, 현지업체와 긴밀한 유대를 항상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일즈 엔지니어가 상주하면서 관련 발주처 및 감독회사들과 수시로 접촉, 관련정보수집과 발주처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56개의 해외지점망을 최대한 활용해 싸고 품질이 좋은 자재를 확보, 경쟁력강화를 꾀하고 있습니다.인원의 현지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남아 사업본부의 경우 전체직원의 3분의 2인 20여명을 현지인으로 채용, 경쟁력을 제고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현지사정에 정통하고 인건비 또한싸 앞으로 현지인의 비율을 높여나갈 계획입니다. 일본회사들의 경우에는 지역본부의 책임자를 현지인으로 임명한 사례도 있는데 우리도 그렇게 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도 해외에서는 국내업체들끼리 과열수주경쟁이 빚어지고 있습니까.과거 중동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이란 자존심 때문에 서로 과당경쟁하는 사례가 많았지요. 자본주의하에서 자유경쟁원칙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는 없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최근들어 국내업체들 사이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조성돼 나가고 있어 과거 중동에서와 같은 출혈경쟁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현대건설과 쌍용이 싱가포르 선텍시티공사입찰시 경쟁을 피해 합작으로 수주한 것이 좋은 사례가 아닌가 합니다.국내업체가 해외진출시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된다고 보십니까.해외시장은 지역마다 특성이 있어 다른 회사가 잘되고 있다고 해서쉽사리 진출을 결정해서는 안됩니다. 우선 현지의 건설관련법규,세제, 인력동원가능성 등을 면밀히 검토한후 진출여부를 결정해야합니다. 일단 진출을 결심하면 큰공사보다는 소규모공사를 통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현지사정을 완벽히 습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해외지역본부 설치이후 수주는 잘됩니까.싱가포르에 동남아지역본부를 설치했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동남아지역에서 수주는 잘되는 편입니다. 96년 한해동안 동남아지역에서 현대건설이 수주한 공사는 모두 19건에 18억달러에 달합니다.그리고 싱가포르 주롱 매립공사, 말레이시아 송전선 및 배전선공사, 인도네시아 바탐공항 추가공사 등 30여건의 공사를 추진하고있습니다. 최근에는 전혀 수주를 기대하지 않았던 2억3천만달러규모의 싱가포르 706공구 전철공사를 수주하는 등 분위기가 좋은 편입니다. 특히 싱가포르 706공구 전철공사는 일본업체가 최저 입찰하였으나 최종계약단계에서 우리가 수주, 이곳의 현대건설에 대한신뢰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된데는한건주의에 만족하지 않고 그동안 공사를 할때마다 성실히 시공해준 것이 커다란 밑거름이 되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