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왜 갑자기 수확체감의 법칙이 지배하던데서 수확체증 법칙이 지배하는 곳으로 변했을까. 첫째 이유는 기술의 발달로 상품가격에서 제조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자동화의진전으로 생산량이 많아질수록 하나를 생산할 때 드는 비용은 떨어진다. 초기 개발 비용은 크지만 개별 상품 단위당 생산비용이 차지하는 비용은 급속도로 낮아진다.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한계비용은제로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되면 원가절감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된다. 제조원가를 낮춰 이익을 높이는 것보다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하는 신제품 개발이 더 중요해진다.둘째는 부가가치가 중요해짐에 따라 상품의 사용가치보다 소비가치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상품이 가진 기능보다는 「이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소비만족을 얻느냐」가 중요하다. 망치가팔리는 이유는 못을 박기 위해서가 아니라 「못 박는 기쁨」을 얻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상품은 「패션화」의 경향을 보인다. 한상품을 생산하는데 얼마만한 돈이 들어갔느냐 즉 원가가 얼마나 들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상품의 「부가가치」가 중요해졌다.부가가치는 그 상품이 얼마만큼 독창적이고 새로우며 소비자에게만족을 주느냐에 따라 무한대의 이익을 창출한다.예를 들어 하이트맥주가 처음 나왔을 때 하이트맥주는 정통 OB맥주(지금의 OB라거맥주 이전의 OB맥주)보다 비쌌지만 소비자들은 하이트맥주를 찾았다. OB맥주보다 하이트맥주가 소비하는 즐거움을 줬기 때문이다. 하이트맥주가 암반수로 만들어졌다고는 하지만 제조원가가 정통 OB맥주보다 크게 높지는 않았다. 다시 말해 하이트맥주는 OB맥주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인 셈이다. 하이트맥주는 기존의 일반 맥주와 다른 새로운 가치 즉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시장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었다.상품이 패션화되면서 나타나는 특징이 상품의 단명화다. OB맥주와크라운맥주는 40년 가까이 맥주시장의 양대산맥으로 시장을 지배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상황은 어떤가. 93년에 조선맥주가 하이트를 선보인이후 주류시장은 「신제품의 천국」이 됐다. 수없이 많은 신제품이나왔다가 몇몇은 히트쳐 살아남고 대다수는 곧 사라진다. OB맥주의경우 94년초부터 95년말까지 2년간 아이스맥주 넥스 카프리 OB라거등 무려 4가지의 신제품을 내놓았다. 이중 아이스맥주와 넥스맥주는 나온지 1년 남짓밖에 안돼 시장에서 사라졌고 OB라거와 카프리는 아직까지 시장에 버티고 있다. 조선맥주와 진로쿠어스맥주도 올들어 각각 하이트엑스필과 레드락을 내놓았다. 올해는 조선맥주가하이트맥주를 출시한 지 4년째, 진로쿠어스맥주는 맥주시장에 진출한지 3년째 되는 해다. 각각 4년, 3년만에 새로운 상품을 내놓은것이다.소주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김삿갓을 신제품으로 내놓았던 보해소주는 올해 다시 곰바우를 내놓았다. 신제품을 선보인지 1년이안 돼 또 다른 신제품을 내놓은 셈이다. 다른 소주회사들도 지난해프리미엄급 소주라는 이름으로 신제품을 대량으로 선보였다. 이 중살아남은 프리미엄급 소주도 있지만 대다수는 거의 시장에서 사라졌다. 히트하지 못한 신상품은 시장에서 금방 사라져 버린다. 히트쳤다 하더라도 그 히트상품의 시장 지배력은 오래 가지 못한다.초기에 신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했다 해도 다른 신제품이 곧 그 제품을 따라잡고 상황을 역전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신제품 개발을한시라도 소홀히 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보해소주의 김삿갓이 프리미엄급 소주 시장을 새롭게 창조하면서 선점하긴 했지만 채 몇달을 못버티고 뒤이어 나온 진로의 참나무통 맑은소주에 1위 자리를 내놓아야 했다.94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해 양주시장을 프리미엄시장 위주로 바꿔놓았던 프리미엄 위스키의 황제, 임페리얼프리미엄은 이제 두산씨그램의 윈저에 위협당하는 존재가 됐다. 「승승장구 장수하는 브랜드」를 찾기 힘들만큼 시장은 불안정하고 예측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