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회계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지난 1월 공인회계사법이 개정되면서 법인·개인(감사반)·합동회계사무소(이하 합동) 등 3축 가운데합동회계사무소를 폐지시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계시장은 법인이나 개인, 2가지 형태의 사업주체만이 가능하게 됐으며 현재 회계법인의 신설이 잇따르고 있는 추세다.◆ 거래업체 그대로, 법인 전환 따른 부담 커개정안은 합동을 폐지하는 대신 법인으로의 설립 조건을 완화했다.이러한 조치의 배경에는 회계정보의 신뢰도와 감사정보의 부가가치제고라는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또한 최근 몇년새 점증하고 있는 외부감사 관련 소송도 법인화를 촉진시켰다. 수억원대의 배상금액을 지불해야 하는 소송을 무한책임사원으로 구성된 합동으로는대응하기 힘들었다. 물론 내년부터 외국업체에 문호가 개방되는것도 법인설립 움직임에 가속도를 붙였다.정부는 법인설립조건의 완화로 합동의 법인 전환을 유도했다. 법인설립에 필요한 회계사수를 30명에서 20명으로 줄였다. 자본금은10억원. 손해배상책임도 무한책임에서 유한책임으로 바꿨다. 또 손해배상기금을 적립하도록 했다. 회계사가 1백인이 넘으면 기본적립금은 2억5천만원, 1백인 미만인 경우에는 5천만원을 적립하도록 했다. 다만, 올해에 한해서 10명 이상, 자본금 5억원 이상도 법인설립이 가능케 해줬다. 이같은 예외 규정에 따라 남일 경신 서원 부일 등 23개 법인이 새롭게 탄생됐다. 서우회계법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는 기존 25개 합동들이 전환한 것이다.회계법인간 과당경쟁 부실감사로 이어진다삼일 안건 청운 삼덕 등 기존 대형회계법인들은 합동에서 전환한이들 신설법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합동시절에도확연히 구분된 시장을 갖고 있던 터라 이들의 법인전환에 별다른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 연고주의가 강한 국내감사시장에서 거래업체가 갑작스레 떨어져 나가는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감사 이외의 재무서비스를 개발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설법인보다는 내년부터 국내에 들어오는 외국의 대형회계법인을 의식한 조치다.합동에서 전환한 신설법인의 회계사들도 일정부분 이를 인정하고있다. 「울며 겨자먹기식」이라는 말이 이들의 심정을 잘 나타난다. 혼자서 중소업체에 감사나 회계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법인이란조직체에 묶여 행동에 제약을 받고 있어서다. 법인으로 전환했다고갑자기 거래업체가 급증하는 것도 아닌데 회사설립에 따른 부담이다가온다. 이들 신설회계법인의 회계사중 상당수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과 공인회계사법의 개정으로 부득불 법인소속이돼야만 했다. 회계법인이 신설되면서 회계사들의 인력이동도 빈발했다. 합동에 근무하고 있던 3백50여명 회계사들간의 이합집산도활발했다. 「헤쳐 모여」가 진행됐다. 또한 이들만으로는 5백여명에 가까운 법인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 부족한 인원은 대형 회계법인 출신자들로 충원됐다.현행법상 외부감사 대상업체는 7천9백여개. 자산규모가 60억원이넘으면 모두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들 업체들이 회계법인에지불하는 총비용은 연간 1천2백억원(95년)으로 추산된다. 94년의1천여억원에 비해서 23% 정도 증가한 액수다.이들 시장을 놓고 34개의 법인과 2백4개의 감사반이 경쟁하고 있다. 감사반이란 자산규모 3백억원 미만의 회사를 감사하기 위해 개인사무소를 운영하는 회계사 3명이 모인 것. 회계법인이 수주할수 있는 업체의 자산 규모는 고용하고 있는 회계사수에 달려있다.가령 회계사가 1백명이 넘으면 수주에 제한이 없다. 1백인 미만의법인은 8천억원까지 수주할 수 있다. 감사반인 경우는 3백억원까지만 가능하다.◆ 감사시장에 대한 의존도, 매출액의 70% 넘어이들 법인과 감사반 또는 기업체 정부기관에서 근무하는 공인회계사는 4월말 현재 3천9백여명. 인구 1만 2천5백여명에 회계사 한명꼴이다. 호주(1백80여명) 영국(3백30명) 미국(8백여명)일본(9천6백여명)과 비교해 볼 때 회계사의 숫자가 적은 편이다.매년 회계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 선발인원을 늘리고 있다. 2백80여명을 선발하다가 지난해 3백50여명을 뽑았다. 올해는4백50여명을 뽑을 예정.국내 감사시장은 연고주의가 뿌리깊어 신규업체가 타업체의 거래처를 가져오기 힘든 실정이다. 동남 회계법인의 윤상수 회계사(40)는『거래처를 빼앗아 오는 것은 회계사 업계의 상윤리에 어긋난다』면서 『신설 회계법인들의 주거래처는 합동회계사무소 시절의 기업들』이라고 설명했다.그럼에도 법인들간의 물밑경쟁은 치열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동부그룹 경영조정본부 재무관리팀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신설법인들의 대표들이 인사하러 찾아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기존 거래업체보다 싼 가격을 제시한다거나 감사 이외의 부대서비스 제공을 제안한다』고 들려줬다.이같은 회계법인간 과잉경쟁은 자칫 부실감사로 이어질 수 있어 감사정보의 공익성을 보장하는 장치들이 마련되고 있다. 정부는 지금까지 1년마다 체결되던 감사계약기간을 3년으로 연장시켰다. 회계법인을 고용한 기업측의 일반적인 계약종결을 막자는 취지다. 또회사가 외부감사인을 자기 구미에 맞는 업체만 선정하지 못하도록재무제표, 감사인평가등급, 감리결과 조치 받은 사항, 손해배상 능력 등을 공고하도록 하고 있다.그러나 이같은 제도적 장치보다도 감사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회계법인의 외부감사시장에 대한 의존도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전체 매출액의 70%가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위 6대 회계법인의 49%와 비해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외국업체들은 경영컨설팅이나 재무전략 국제투자 M&A를 통해 수입선을 다양화했기 때문이다.이를 의식해서 국내회계법인들도 회계감사 위주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신설법인의 경우 컨설팅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서우회계법인의 박상원 회계사는 『감사와 세무시장은 대부분 회계법인과 회사가 혈연 학연 지연 등으로 얽혀 있어 신규업체가 들어가기 힘들다』고 인정한 뒤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이나국내진출 해외기업에 대한 조언, 이들 기업들의 재무나 인사 조직전략을 기획·제안하는 경영컨설팅에 승부를 걸겠다』고 밝혔다.박회계사의 말대로 대형 회계법인들은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고 국내진출 다국적 기업의 회계감사를 수주하기 위해 해외업체와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쿠퍼스 앤 라이브랜드, 안건은 딜로이트 토치, 삼덕은 넥시아, 산동은 케피엠지, 신한은 도우디 로빈슨 그리고 안진은 아더 앤더슨 등이다. 내년부터 외국계 현지법인의 직접투자가 가능해져 국내회계시장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이밖에도 대형회계법인과 신규법인간의 양극화와 대형 법인 사이의선두경쟁도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투명경영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어 고의적 실수는 말할 것도 없고 한치의방심도 허용치 않는다. 한순간의 실수가 고객을 빼앗길 수 있다.대형회계법인의 두터운 벽을 실감하는 신규법인은 틈새시장 공략에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가립회계법인의 한 윤 회계사는 앞으로 컨설팅 분야에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회계사의 주업무를 크게 감사 세무 경영컨설팅 교육이라고 봤을 때 감사시장은 안정됐지만 성장속도가 느린게 단점이다. 세무분야도 개발할 여지가 많지만아무래도 컨설팅이 제일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