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버, 미서부 85만9천원- 7일, 92만 9천원-8일」(H관광) 「덴버취항 특선 1백19만원-8일」(L관광).지난 20일 한 중앙일간지에 게재된 패키지상품 광고다. 이들 광고는 대한항공의 덴버 처녀비행보다 3일이나 앞서 나갔다. 여행사들이 덴버 첫취항을 축하하기 위해 패키지상품을 적극적으로 광고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항공사들이 국내 관광객들을 해외로 실어 나르기 위해서는 여행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여행사들은 항공사들의 신규노선에 발맞춰 취항도시를 중심으로 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판매한다. 대신 항공사는 여행사들의 신상품 개발과 광고비를 지원하는 게 오랜 관행이다. L관광의 한 관계자는 이번 광고에도 대한항공의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했다. 지난달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터키의 이스탄불에 취항한 아시아나 항공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처럼 여행사들의 광고비를 지원하거나 취항지역을 소개하는 자료를 만들어 배포한다.이들의 협력적 관계는 관광상품개발과 판매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좌석판매 때도 긴밀한 협조를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항공사는고객에게 직접 티켓을 판매하기 보다는 대리점(여행사)을 통한 간접판매방식을 취한다. 대한항공의 경우 전체의 80%를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며 이 비율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당연히 대리점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여행사도 항공사와 우호적 관계를 맺어야 휴가철이나 방학시즌 등성수기에 좌석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성수기에는 공급이 달리기 때문에 비수기에 좋은 인상을 심어 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국내항공사는 연초에 여행사별로 좌석을 배당해 준다. 배당기준은 물론 비수기의 티켓판매실적이다. 항공사는 이를 무기로 여행사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여행사 통한 간접판매 방식또한 국내항공사는 여행사의 도움으로 외국항공사의 저가공세에 대응하고 있다. 외국항공사의 저가공세는 국내관광객들을 유혹하기에충분하다. 비수기의 서울↔LA간 국내 항공사의 왕복요금이 80만원대 인데 반해서 외국 항공사들은 37만원에 내놓고 있다. 또 지난2월초에는 영국항공이 런던에서 서울로 들어오는 손님에 한해 기존요금의 절반수준인 60만원에 판매했다.이같은 저가공세에 국내항공사는 다양한 노선제공과 편리한 서비스란 무기로 대응하고 있다. 외국어 구사능력이 떨어지는 관광객들에게 모국어로 서비스하는 승무원은 매력으로 와 닿는다. 또한 해외여행때 취득한 마일리지점수를 국내에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무기는 다양한 노선에 취항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여행사 입장에서 노스웨스트가 미주노선에서 싼 가격으로 유혹하더라도 동남아와 호주노선의 좌석을 배정 받기 위해서는 국내항공사를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국내항공업체가 여행사의 도움을 상대적으로 덜 필요로 하는 부문이 기내면세점 판매. 대한항공은 지난 95년 한해동안 1억1천만달러어치를 판매하여 세계최고를 기록했다. 아시아나는 2천3백만달러.그러나 이들 주구매층은 외국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내국인들. 외국인들이 한국관광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기내면세점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국내항공사들은 여행사들과 긴밀히 협조하여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들의 80%가량을 분담한다. 그렇지만 관광수지 개선과 직접적 관련이 있는 외국인들의 이용률은 높지 않다. 내국인들과 마찬가지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자국기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국내관광지로 보내는 해외 여행업체에 대한 마케팅 활동을 할 여력이 없다. 아시아나 항공의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국내로 들어오는 티켓을 판매하기도 급급하기 때문에 고객유치를 위한 마케팅은 생각도 하기 힘들다』고 인정했다. 그나마 재무구조가 취약해서 가격인하나 마일리지 서비스제공도 쉽지 않다고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