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수지적자를 이야기 할 때면 관광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말이 있다. 교통불편, 불친절, 불결함, 부족한 볼거리, 비싼 물가, 빈약한 관광안내체계 등 이 관광수지적자요인으로 거론되지만 가장 큰 주범은 바로 호텔이라는 것이다. 호텔비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여행하는 사람들의 기본인 잠자리비용이 비싸니 한국관광을 꺼리고 비슷한 비용에 더 좋은 관광을할수 있는 다른 곳으로 간다는 논리다.D여행사에서 해외영업을 하는 한 관계자는 『비싼 호텔비로 여행상품가격이 올라 가장 큰 고객인 일본인들의 경우 국내에 비해 월등히 싼 동남아 사이판 괌 등으로 여행지를 바꾸거나 자국내 여행으로 행선지를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실례로 얼마 전에 미국의 비즈니스여행지인 「비즈니스 트래블 뉴스」지가 뉴욕에 있는 컨설팅회사인 ORA에서 세계 1백개 대도시를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이용해 밝힌 기사에 따르면 서울의 호텔에서 하루를 지내려면 평균 5백2달러가 필요해 세계에서 6번째로 비싼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가운데 호텔숙박비는 3백1달러로8번째로 비쌌다.◆ 잠자리비용 비싸 한국관광 꺼려비싼 경비만이 아니다. 객실부족도 심각하다. 지난 3월말 현재 전국의 관광호텔과 객실수는 △ 서울 99개 1만7천2백39실 △ 부산57개 5천7백31실로 많은 편. 이밖에 △ 대구 29개 1천8백16실 △인천 10개 7백64실 △ 광주 10개 6백33실 △ 대전 26개 1천6백66실△ 경기 34개 1천8백49실 △ 강원 25개 2천1백63실 △ 충북 19개1천2백50실 △ 충남 12개 1천30실 △ 전북 10개 8백88실 △ 전남15개 8백2실 △ 경북 33개 3천3백44실 △ 경남 32개 2천7백85실 △제주 37개 4천6백72실 등이다. 전국에 모두 4백48개 호텔에 4만6천6백32실 규모이다. 그러나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객실부족의 원인은 호텔신축의 정체 때문이다. 한국관광호텔업협회의 황동연부회장은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호텔신축이 활발했지만그후 다시 규제가 이어져 호텔업에 대한 신규투자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호텔관련 규제나 복잡한 행정절차도 한몫했다. 호텔 하나를 신축하는데 35개 법률과 86개 조항을 통과해야 한다는 것이 호텔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게다가 호텔을 「관광산업의 꽃」이라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외국과 달리 호텔을 호화·사치업종으로 보는 시각도 호텔업에 대한 투자를 가로막았다. 그 결과 86년부터 관광객은 2.6배나 늘었으나 호텔객실은 1.6배 증가에 그쳤으며90년대 들어 객실부족현상이 심화됐다.재경원자료에 따르면 관광객 1만명당 객실수는 한국이 1백18실. 관광 선진국인 미국(6백83실) 일본(6백65실) 홍콩(3백68실) 영국(3백22실) 이탈리아(3백22실) 호주(3백45실) 등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신흥관광국으로 떠오른 말레이시아(2백45실)보다도 적다. 아시아 유럽정상회의(ASEM)가 열리는 2000년에는 약 1만2천여실이, 월드컵이 열리는 2002년에는 약 2만여실의 객실이 부족하다는 것이문체부측의 전망이다. 이는 신라호텔(5백실 규모)만한 호텔이 약24∼40개나 더 있어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정부에서도 대형행사를 앞두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아 특별법을제정하고 행정지원 등을 다짐하는 등 긴급처방을 내리고 있지만 약효가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다. 지난 88 서울올림픽을 전후로 이뤄진 정부의 호텔정책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호텔의 객실부족은 정부가 내건 각종 관광목표가 허황된 말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경고이기도 하다.『2002년 월드컵기간에만 약 35만명이 국내에 관광차 입국한다는정부측 예상이 있었다. 그러나 호텔이 부족해 외국관광객들이 지척에 있는 공동개최국인 일본의 호텔에 머무르며 당일치기로 한국관광을 할 확률이 높다. 결국 숙식 쇼핑 등에 관광객들이 뿌리는 돈은 모두 일본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 L호텔 관계자의 우려다.객실부족은 비싼 호텔비의 원인이 된다. 호텔가격결정이 호텔측의임의대로 가능하기 때문이다.특히 호텔업종의 경우 인건비 비중이 40%나 될 정도로 중요해 객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지 않을 호텔은 없다. 결국 객실부족 - 호텔비 상승 - 관광객 감소 - 관광수지적자의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호텔업의 낮은 채산성도 문제다. 지난해 10월말 현재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총매출액은 6천7백34억8천1백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마이너스 4.4%의 성장을 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5백실 규모의호텔 하나를 신축할 때 소요되는 비용은 보통 2천억원 정도. 그러나 5천억원을 들여 서울시내에 특급호텔을 지었을 경우 평균수익률은 약 8.5% 정도이며 그나마 손익균형을 맞추는데 7년이 걸린다는것이 문체부측의 자료다. 은행금리정도의 연간 순수입도 안되는데다 수익을 보기까지 7년이상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경영난으로 업종변경·휴폐업 불사관광호텔업협회의 황부회장은 『비록 특별지원법으로 각종 부담금이 50% 정도 감면됐지만 아직도 호텔경영에서 수지타산을 맞추기는어렵다』며 『지금 영업중인 호텔 가운데 호텔을 팔거나 임대사무실로 바꾸려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종로의 서린호텔, 청량리의 맘모스호텔, 무교동의 샹그리라호텔 등이 호텔간판을 내리고 오피스빌딩이나 백화점으로 다시 태어났다.관광호텔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전국 4백49개 관광호텔 가운데 ? 도산 7개 ? 부도 11개 ? 휴폐업 16개 ? 경매10개 ? 양도양수 11개 ? 법정관리 1개호텔 등 모두 56개의 호텔이 문을 닫았거나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했다.호텔 외적인 여건이 불리한데다 호텔자체내에도 문제가 있다. 관광산업의 「얼굴」인 호텔종사원들의 서비스부족과 낙후된 시설 등이다. 얼마전 서울 중심가에 있는 한 호텔에서는 외국인단체관광객이사전에 예약했음에도 객실단가가 높은 개인여행객에게 방을 내줘외국단체관광객들의 항의를 사기도 했다. 관광산업의 가장 전면에화려하게 나서야 할 호텔이 관광한국에 먹칠을 한 경우다.지난해 관광공사가 조사한 관광불편신고접수현황에 따르면 전체4백57건의 신고 가운데 호텔과 관련한 불편신고가 1백28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한편 관광산업과 관련해 호텔에 대한 각종 규제완화나 세제지원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호텔업계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제기되고 있다.지난해 12월에 열린 「한국관광 96회고와 97전망」이라는 세미나에서 가든호텔(현 호텔 홀리데이인 서울) 이일규 사장은 『호텔내 위락시설의 경우 일반재산세보다 16.7배나 많아 불합리하다』며 『TV냉장고 등 객실내 비품에 대해 부과되는 특소세를 면제해주고 외국인이 이용하는 숙박 식음료 등의 비용에 대한 10%의 부가세적용을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럴 경우 호텔비가 현재에 비해 실질적으로 10% 정도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관광수지적자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호텔의 투전기사업(슬롯머신 또는 카지노)을 허용해 주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각종 규제를 완화해줘야 호텔업의 경쟁력이 살아난다고 말하고 있다. 리츠칼튼호텔의 정모씨는 『전국 13개의 카지노가 벌어들이는 돈은 막대하다. 제주도의 경우 카지노가 있는 곳만 영업이 잘된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올 정도』라며 『마땅한 유흥공간이 없는 호텔에서 카지노는 단기간에 관광수지를 개선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