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 올 때 가장 불편했던 점은 교통편입니다. 업무차 한국에들렀다가 휴일을 이용해 경주를 방문하려 했는데 항공표나 기차표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나와 있는 친구가 동행할 수 있다기에 평일을 택해 기차를 타고 여기에 왔습니다. 경주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관광단지로 들어왔는데 택시요금도 미터기요금보다2배이상 요구했습니다. 한국물정에 다소 익숙한 친구의 충고로 항의하지는 않았습니다. 물가도 다른 도시에 비해 비싼 것같습니다.정확히 알수 없지만 호텔숙박비는 다른 아시아국가들보다 확실히비싼 편입니다. 언어소통도 다른 국제관광도시에 비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신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는 영문홍보자료에 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 길거리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 가면서 노래를 부르고 몸을 흔드는 것을 보았습니다. 보통 문화유적지에서는 차분하게 그 곳의 문화를 음미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입니다. 또한 저녁 늦게는 호수가에서 술을 마시는 무리들이있어서 호텔주변만 산책하고 침실에 들었습니다.』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캐나다인 앤디씨가 지난 20일 경주를 찾으면서 느낀 불편한 점들이다. 한국에 나와있는 친구에 이끌려 경주에 내려왔다는 그는 그러나 경주시민들은 대부분 친절해 불편했던 감정이 일시에 사라졌다고 웃으면서 말한다.앤디씨처럼 경주를 방문하기가 쉽지 않은 탓인지 이 곳을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이 몇년 사이에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내국인 관광객수는 다소 늘고 있으나 외국인관광객수는 95년을 고비로 급격히감소하는 추세다.◆ 언어소통 안돼 불편 많아경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를 찾은 전체 관광객수는8백49만명으로 전년의 7백72만명보다 10% 정도 증가했다. 내국인은7백97만8천5백명으로 전년의 7백19만2천4백명보다 11% 정도 늘어났으나 외국인은 51만1천9백명으로 전년의 53만1천4백명보다 4% 정도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외국관광객들의 경주방문이 감소하면서 경주의 관광수입도 줄어들고 있다. 경주를 찾는 내국인들은 늘고있지만 주로 통과관광인 탓에 관광수입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내국인들은 주로 주말을 이용해 가족단위로 경주를 찾는 까닭에 하루를 즐기고 떠나는 반면 외국인 관광객들은 적어도 1박2일이나2박3일동안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외국인관광객들은 하루에 보통 7만5천원에서 10만원을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최근 경주를 찾는 외국인들이 줄어들면서 이들을 상대로 장사하는상점들도 고전을 면치못하고 있다. 국내경기침체로 내국인관광객들의 씀씀이가 크게 줄어든데다 외국인들의 발길이 뜸해졌기 때문이다. 외국인전용 기념품점인 경도관광기념품의 김국남 사장의 푸념섞인 말은 이를 잘 대변해 준다.『지난 96년부터 외국관광객들이 줄어들면서 물건이 더욱 안팔리고있습니다. 상품판매가 부진한 것은 주요 외국관광객인 일본인들의기호가 변하고 있으나 순수 토산품과 기념품이 이들의 기호변화에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여기에다 물건값도 일본보다 비싸 관광객들의 구매액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결국상점들은 형편이 어려워 문을 닫을 지경이지만 대안이 없어 정리를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업체가 난립하는 것도 상점들의 어려움을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업체들은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실정입니다. 물건에 따라서는 50%나 깎아주기도 합니다. 여기에다여행사를 끼고 영업하는 상점들은 여행사와 안내인들에 대한 수수료로 상품값의 20%정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취급상품이 제한될뿐아니라 상품개발도 어려운 실정입니다.』경주주민들은 고도 경주만이 지니고 있는 관광상품의 개발정책이근본적으로 잘못돼있다고 말한다. 문화재를 보존하고 살려야하는경주시가 고도제한과 한옥지역 설정 등 경직된 관광정책을 펼침으로써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줄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옥을 지을 경우 정부에서 제시한 모델만을 지어야 하기 때문에 저마다 독특한취향의 한옥은 지을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재료도 한옥의 멋을살릴 수 있는 나무 대신 시멘트로 지어 급조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말한다. 문화재들조차 시멘트로 전통적 형태를 냈을 뿐 내용이 없다고 한다. 문화재가 많은 경주로서는 시일이 걸리더라도 문헌의고증을 거쳐 원형 그대로 재현하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경주관광협회의 이상우 관리부장은 외국인관광객들이 이처럼 감소하는 것은 국제경기의 하강이란 요인과 함께 경주관광지역내 위락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경주를 찾는 외국인관광객중 가장 많이 차지하는 것이 일본인관광객들인데 지난 수년간 일본의 경기침체로 크게 줄어드는데다 위락시설부족으로 줄어들었다고말한다.『경주는 슬롯머신이나 카지노 등 부대시설등이 절대 부족한 상태입니다. 카지노시설은 경주내에서 코오롱호텔 안에만 있을 정도입니다. 정덕진 사건이후 호텔마다 설치되어 있던 슬롯머신 시설도모두 없앤 상태입니다. 가뜩이나 위락시설이 절대 부족한 경주관광업계로서는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외국인 대상 상점도 고전경주관광산업의 위축은 호텔객실점유율이 평균 55% 수준에 그치고있으며 계절에 따라서는 30%대로 떨어질 정도다. 경주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민자를 적극 유치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감포관광단지와 양남관광지의 조성이 그 대표적이인 예다.감포위락단지는 1백20만평 대지위에 각종 위락시설을 7천3백5억원을 들여 오는 2005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양남관광지는 이미 콘도와 골프장의 착공에 들어간 상태로 오는 2004년을 완공 목표로동해경관과 연결지어 개발할 계획이다. 이 양남관광지는 코오롱개발(주)이 1백10만평의 대지 위에 5천6백79억원을 투자해 노인휴양시설과 관광목장시설 등을 건립할 계획이다. 또한 보문단지 내에경주월드를 설치한데 이어 92년부터는 내국인을 위한 신라촌을 건설중에 있는데 내년에는 완공할 예정이다.현재 관광특구인 경주에는 3백개 이상 객실을 갖춘 특급호텔 5개를비롯, 관광호텔 12개 업체, 가족호텔 1개 업체, 국민호텔 2개업체,콘도미니엄 3개업체 등 총 18개의 관광숙박업체와 한국음식점 3개업체, 관광식당 7개 업체, 관광기념품 12개업체, 종합휴양업 1개업체, 카지노 1개 업체가 들어서 있다.경주시는 단기적인 관광산업진흥책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유럽으로 20여명의 홍보단을 파견, 신라국악을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 연주하고 설명회를 개최한데 이어 내년에도 미주와 유럽지역내에서경주를 알리는 행사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해 경주를 다녀간 외국인관광객들이 줄어드는 속에서도 유럽관광객수가 5만8백93명으로전년보다 5% 증가한 것은 이같은 노력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내년에 개최될 문화엑스포에 대비해 컨벤션센터를 설치, 경주를국제회의도시로 가꾸어나갈 방침입니다. 오는 2005년 고속전철시대를 대비한 경주관광산업의 청사진입니다. 문제는 재정입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절대적으로 재정이 취약한데 중앙에서 지원하는 재정은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한 토지매입비 연간 30억~50억원이 전부입니다. 경주문화재를 개발하는데 드는 전체 비용 3천억~5천억원에는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경주시에 대한 관광특별지원법이라도제정해 경주를 지원하지 않는한 문화고도 경주를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육성하기는 요원할 것입니다.』 경주시청 관광과의 이갑술 계장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