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오후 2시 서울역사에 위치한 한화문고.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유통에서 운영하는 이 서점에서 부산으로 출장가는 김모씨가 <핫윈드 designtimesp=4944>라는 성인잡지를 사 갔다. 5시간의 여행길을 무료하지 않게 보내기 위해 3천8백원짜리 잡지를 구매한 것.한화문고 강수미 조장은 『성인잡지의 주고객은 휴가나온 군인이거나 지방출장 가는 직장인들』이라며 『40대후반의 남자들까지도 성인잡지를 사 간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한달에 <핫윈드 designtimesp=4945>가 10권정도 들어오며 모두 매진된다고 덧붙였다. 강조장의 설명처럼 국내성인잡지의 주구매층은 20대에서 40대후반의 남성들. 대부분 여행 때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구매하는 편이다.◆ 구매층 20대~40대후반의 남성들국내에는 이같은 수요를 바탕으로 <스파크 designtimesp=4950> <임팩트 designtimesp=4951> <빅맨 designtimesp=4952> <커플 designtimesp=4953> <사건실화 designtimesp=4954> <충격비화 designtimesp=4955> <부부 designtimesp=4956> 등 수십여종의 성인잡지가 시판되고 있다. 성인대상의 기사와 사진으로 지면을 메우고 잡지를 비닐로 포장, 내용을 밀봉하면 성인잡지를 발간할 수 있어 업체가 난립하고 있다. 잡지발행이 신고제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추산하는성인잡지 판매 부수는 월 10만부. 권당 가격이 5천원이므로 평균거래금액은 5억여원이다. 연간 60여억원의 성인잡지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이들 성인잡지들의 유통망은 크게 3가지. 서울과 지방의 대형서점들은 이미지를 악화시킨다며 책을 받지 않아 중소형 서점(85%) 편의점(10%) 가판대(5%) 등을 통해 판매한다. 최근에는 잡지가 난립하면서 유통질서가 문란해져 업체간 제살깎아먹기 경쟁이 치열하다. <스파크 designtimesp=4959>의 오규정 발행인(45)은『최근 창간된 잡지가 판매가격의 70%선에서 중간상들에게 넘기는 관행을 깨고 40∼50% 수준에서 내놓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자체 경쟁못지 않게 인터넷과 CD의 대량보급과 외국성인잡지도 국내 성인잡지의 유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성인잡지의 주구독자인 20∼30대가 인터넷에 올라온 누드를 보게 되면서 성인잡지 신장속도가 주춤거리는 추세다. 또한 국내 잡지보다 노골적인 체위나신체부위를 드러낸 외국의 성인잡지들이 음성적으로 유통되는 것도국내업체를 긴장시킨다. 국내보다 규제 정도가 느슨하고 가격도 저렴해 경쟁하기 힘들다고 하소연한다.치열한 가격경쟁과 업체의 난립 속에서도 최대 판매 부수를 기록하는 성인 잡지는 <스파크 designtimesp=4964>. 지난해 2월 창간됐으며 25세에서 39세까지의 성인남자를 대상으로 월 3만부 정도 찍어낸다.이 잡지는 미국 <펜트하우스 designtimesp=4965>지의 사진과 기사를 독점 게재하고있다. 발행인 오씨는 지난 94년 2월 미국 <펜트하우스 designtimesp=4966>지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일찍부터 성인잡지 발행에 관심을 보였다. 오씨는 <펜트하우스 designtimesp=4967>모델의 경우 보통 3백 컷에서 1천 컷까지사진을 찍는데 이중에서 국내 문화와 도덕수준에 맞춰 사진을 게재한다고 소개했다.<펜트하우스 designtimesp=4970>지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모델과 사진작가에 따라 천차만별. 적게는 일이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을 지불한다고 밝혔다.하지만 <스파크 designtimesp=4971>와 <핫윈드 designtimesp=4972>를 제외한 대부분의 성인잡지들은 로얄티를 지불하고 사진을 사용하기 보다는 일본이나 미국잡지를 무단으로 게재한다. 고속(시외)터미널이나 기차역 부근에서 판매되는성인잡지들은 대부분 일본잡지의 내용을 그대로 실어 「성인잡지=퇴폐, 저질」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그러나 무엇보다 정부의 성인잡지에 대한 기준이 명료하지 않은 것이 이들의 최대 고민. 사회적 분위기나 여론에 따라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심의기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독자적인 성인잡지 성격을 만들어 가기 힘들다고 말한다. 오발행인도 성인잡지에 대한 수요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만큼 제작업자들이 준수할 수 있는 명백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주장했다.가령 『성기는 가능하나 삽입은 안된다』(미국) 『음모는 가능, 성기 노출은 금지』(일본) 『음모는 안되나 유두 노출은가능하다』(태국) 등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풍양속을 해쳐서는 안된다』라는 애매 모호한 기준으로는 성인잡지의수준을 한단계 높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핫윈드의 이동수 편집팀장도 『동일한 만화나 사진에 대해서도 사후심의기준이 들쭉날쭉』이라며 『건전한 성인잡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지침이 없지만 제작업자들은 자체 규제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음모가 보이거나 노골적인 성행위 묘사는 금지하고 있다고 자체 규정을 설명했다.이들의 주장에 대해 공보처 잡지과의 강석환 사무관은 『점진적으로 개방화되는 성문화를 반영해야겠지만 사회적으로 용납되는 수준에서 노출정도가 결정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성인남자들을 겨냥한 또 다른 출판물로는 성인만화를 들수 있다.최근 나온 대표적인 단행본 성인만화로는 도서출판 해냄의 <천국의신화 designtimesp=4977>(이현세)가 있다. 지금까지 모두 5권이 출간됐으며 권당 4만부씩 출간됐다. 해냄측은 거의 대부분 매진됐으며 기존에 발표됐던작품을 단행본으로 묶었던 것과는 달리 순수하게 단행본으로만 기획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들려줬다.◆ 성인독자 개발할 일관된 방침 정해야격주간지 형태로 나오는 만화에는 <미스터 블루 designtimesp=4982>(세주문화) <빅점프 designtimesp=4983>(서울문화사) <트웬티 세븐 designtimesp=4984>(대원) 등이 있다. 이들 성인만화는대부분 8만여부씩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월 50여만부씩 유통되며 연간 시장규모는 1백50여억원으로 추산된다.미스터 블루의 이종현 편집장은 『유가부수가 8만여부 정도 되며광고가 붙지 않아 일반잡지보다 판매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크다』며『중소형 서점과 편의점 그리고 가판점 등을 통해서 판매한다』고설명했다.누드사진집도 성인용 출판물의 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다. 지금까지국내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누드사진집은 3가지 종류가 있다. 지난92년 가수 유연실씨의 누드집 「이브의 초상」과 일본연예인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집「산타 페」가 출간됐으며 최근에는 이승희씨의<버터플라이(Butterfly) designtimesp=4987>가 인기를 끌고 있다.「이브의 초상」과 「산타페」가 『전라에 가까운 선정적인 포즈를담은 사진을 게재한 것은 청소년은 물론 일반성인층의 정상적인 정서를 해칠 가능성이 있다』는 비난을 받고 사실상 판매금지된 반면이승희씨의 3만2천원짜리 누드집 <버터플라이 designtimesp=4988>는 5월 한달 동안1만 3천여권이나 판매됐다. 교보문고 종로서적 을지서적 등 서울시내 주요 서점에서 하루에 5권에서 10권씩 판매되기도 했다. 도서출판 천마는 「버터플라이」를 1만달러의 선인쇄료와 판매량의 5%를로열티로 지불하기로 하고 이 책을 펴냈다. 물론 사진작가 킴 미즈노에게도 2만달러의 계약금과 2만부 이상일 경우 판매금액의 4%를로열티로 지불하기로 했다.성인잡지와 만화 그리고 누드사진집으로 대별되는 성인용 출판물이건전한 성인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려면 「자율은 주되 책임은 묻는」정책이 요구된다고 제작자들은 주장한다.성문화가 급속히 개방되고 「성 문제」가 주요한 이혼사유가 되는현실에서 성인전용 출판물을 더 이상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청소년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두려워해서 각종 제재를 가하는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그는 것」이라고 지적한다.성인독자들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일관된 방침을 정해주면 굳이 청소년들에게까지 암암리에 판매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대신 세금과 벌금을 과중하게 매기면 청소년에 대한 판매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