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후 관광이 외화획득산업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한국의 관광산업은 그야말로 쓴맛 단맛을 다 봐왔다. 한때 국가전략산업으로 지정되어 각종 지원과 혜택을 등에 업고 성장가도를 걷다가 어느날 갑자기 관광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설움도 겪었다. 밖으로 드러나는 행사로 생색내기에는 관광이 적격인지 한국방문의 해를 선포해 1년간의 행사를 치러냈지만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그 한국방문의 해가 끝날 무렵 40년전에 교통부 육운국에서 시작된 관광행정조직이 정부조직개편에 따라 경제부처인 교통부에서 비경제부처인 문화체육부로 이관되는 석연치 않은 변화도 경험했다.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정하게 성장에 필요한 양분을 공급받았다기보다는 정부가 관광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관광업계의 희비는 크게 엇갈렸다. 그 결과 관광업계는 자발적으로 자생력을 키우는 일에 둔감해졌다. 언제 또 의기소침해질 일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이었다.그러다보니 수출드라이브 정책등 정부의 산업정책이 특정 산업에대해 갖는 영향력이 막강하던 시절부터 우리나라의 관광업계는 중앙정부의 심기를 파악하기에 급급했다. 그 버릇에서 생겨난 스트레스와 관성때문에 관광업계는 아직까지도 정부에 대한 원망과 실망,그러면서도 정부에 대해 거는 기대가 공존하는 두 얼굴을 지니게되었다.◆ 관광문제 정부 관광조직과 밀접 연관관광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민간부문이 스스로 시장을 선도하고자생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건하에서는 정부에 의해 좌지우지되는데 길들여진 관광산업이 일정 수준으로 완전히 성숙, 안정단계에 도달할 때까지는 정부의 적극적이고도 일관적인 정책적 지원과 조정이 필요하다. 문민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그 어느 때보다도 정부가 관광부문에 대해 보이는 정책적관심과 배려의 제스처가 컸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래관광객의유치가 저조하고 이를 해결하는데 역부족인 관광업계가 아직도 존재하는 불요불급한 정부의 규제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인 것이다.여행수지가 몇 억달러 이상으로 적자가 나고 우리나라를 찾는 외래관광객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이제 국민의 관심을끌기조차도 힘든 기사거리가 되어버렸다.오히려 보신목적으로 외국에서 밀렵을 하다가 발각되어 구속된 한국인들, 인적이 드문 외딴섬에서 골프와 카지노에 매춘용 무명 여배우들을 곁들인 관광을 주선하다 적발된 무허가 여행알선업자들덕택에 오히려 「관광」이라는 말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일이 잦아졌다. 외국 손님을 제대로 유치하지 못한 근본적인 원인 규명을하는 것보다는 우리국민이 해외에 나가서 야기시키는 문제를 지적하고 들춰내는 것에 더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다.굳게 닫혔던 해외여행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외국에 나가려는 내국인의 수가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홍수 때 터진 둑위로 범람하는 물길을 막을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국민의 해외여행이 빠른 속도로 대중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는 들어오는 외국인보다 나가는 내국인의 수가 많을 수 있으며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쓰는 돈보다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에 나가 쓰는 돈의 총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강구하지 않는 채 적게 들어오고 많이 나가는 「출대입소」현상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분개하기만 하는우리의 정서는 심한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1997년의 여행수지 적자 문제가 마치 문체부나 관광공사등 「관광」하면 쉽게 떠오르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전년도에 뭔가 일을 잘못해서 생긴 문제인 양 분기별로 혹은 상·하반기 별로출국자수와 입국자수를 따지고 나가서 쓴돈과 우리가 번 돈을 저울질한다. 지금 한국의 관광산업이 안고 있는 문제는 작년 혹은 그전년도에 뭔가를 잘못해서 결과된 것이 아니다. 이미 10년전 혹은20년전부터 일관성있게 관광발전을 위해 준비해오지 않고 근시안적인 처방, 변화무쌍했던 대처방법에 의존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이런 문제가 발생한 구조적인 원인은 효율적인 관광정책의 수립과집행의 주체가 되는 중앙정부 관광조직의 위상과 밀접히 관련되어있다. 현재 문화체육부 1개 국으로 존재하는 우리나라 중앙정부의관광조직은 수행해야 할 기능에 비해 그 위상이 상대적으로 너무낮다. 관광조직의 위상이 낮다보니 상황변화와 관계없이 관광산업이 정부의 일관된 선도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올림픽같은 행사의뒤치다꺼리를 하는 부문쯤으로 인식되거나 월드컵과 같은 행사개최가 결정되어야만 그 준비를 위해 관심을 받게 되는 분야라는 서글픈 깨달음이 생긴다.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나면서 관광산업에 적용되던 알량한 지원조차갑자기 중단된 것이 그 예이다. 손님이 찾아온다고 하니까 요리조리 달래서 열심히 청소시키더니 손님이 가버리고 나니까 집안 청결에는 전혀 관심없다는 듯 「청소하든 말든 맘대로 하라」는 식이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런 식이라면 역설적으로 2002년 월드컵같이관광산업이 돋보일 수 있는 행사가 꾸준히 우리나라에서 열린다는보장이 없을 때 관광은 그야말로 찬밥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관광수입 5위권 중 3개 국가 전담부처 있어관광은 극히 다양하고 이질적인 요인들에 의해 구성되는 산업이며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관광과 관련된 업무가 주무부처인 문화체육부외의 타부처에도 거미줄처럼 얽혀 분산되어 있다. 관광농원을 다루는 농림수산부, 국립공원을 총괄하는 내무부 등 일일이 나열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다. 이런 상황속에서 관광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어떤 산업보다도 부처간의 의견조정과 통일된 원칙의 적용이필요하게 된다.관광의 특성중 하나가 항공, 숙박, 식음료, 즐길 것, 볼 것, 살 것등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생산자가 다양하다는 것이다.이제 관광진흥법으로 통제되는 생산자들의 범위를 벗어나 문화체육부가 아닌 다른 부처산하의 생산자들이 만들어내는 관광까지 합세하면 한국관광의 질을 높이고 일정수준으로 통제하는 것은 더더욱힘들어진다. 관광은 워낙 다양한 변수들을 통제해야 국가차원에서양질의 관광상품이 생산되는 산업이므로 문체부내의 1개국으로써부처간의 의견조율이나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데에는 역부족이다.국외로 눈을 돌려보면 국제관광수입 5위권 국가 중 3개국가가 독립된 부처로서 관광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관광수입 5위권 국가중 3개 국가가 관광전담부처가 있다는 것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독립된 관광부처는 결국 해당국가의 행정체계상 관광이 차지하는높은 위상과 우선순위를 대변하고 관광부처가 독립되어 있는 경우부처간의 의견조율이나 협력체계구축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EU내에독립된 관광부처를 갖고 있는 국가가 4개국이다. 아시아의 경우에도 필리핀, 태국, 호주 등 3개국이 독립된 관광부처를 통해 관광을지원하고 있다.우리도 마찬가지로 양질의 관광상품을 만들어 내국인에게는 삶의질을 높여주고 외래관광객에게는 만족스런 관광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한 곳으로 집중되어 통일된 원칙하에 관광행정을 수행하는독립된 정부조직이 필요하다. 관광정책 수행의 효율성과 위상을 높이기 위해 각 부처에 분산되어 있는 관광관련업무를 한 곳으로 집중해야 한다. 적정위상을 유지하며 타 부처와의 협력체계를 강화할수 있는 조직, 새로운 관광수요를 창출하고 관광업계의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규조직으로 중앙정부 관광조직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관광부문이 진흥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제도적인 규제를 하는 역할을 버리고 제도적인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역할을 설정해야한다. 관광부문의 진흥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을 하기 위해서는 지원의 주체가 되는 관광행정조직이 지원의 영향력을 발휘할수 있도록 일정수준의 위상을 갖추어야 하므로 관광행정조직을 관광청으로 격상하는 것이 필요하다.「관광의 질」을 높이고 관광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워낙 다양한 구성요인으로 관광분야가 이루어지므로 관광청과 같이 적정수준의 위상을 갖춘 단일화된 정부조직에 의한 조정, 중재, 방향제시가필요한 것이다. 특히 그것이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경우에 관광청으로서의 정부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관광조직이 관광청으로 독립되는 경우 문화체육부의 외청보다는 국무총리 직속기구로서 관광청으로 독립해야 한국관광공사의 역할 재조정 및 독립된 관광청과의 역할분담이 가능하다. 또한 관광행정의종합적 추진과 협조체제 획득, 관광정책 집행기능의 강화, 관광행정의 환경대응력 제고, 제도적으로 관광산업의 지원을 위한 신속한의사결정과정 등 그 효율성을 나타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