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경제는 계속되는 수출부진과 경기침체, 그리고 올해초부터 이슈가 되어 국가적 혼란을 유발한 노동법 파동과 한보도산 이후 잇따른 대기업들의 부도사태 등 연이은 충격으로 그 어느때 보다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따라 산업구조조정에 관한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구조조정문제는 항상 우리 경제의 주요과제였는데 최근의 여건 변화가 이에 관한 관심을 더욱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현재 우리 경제에 대해 산업구조조정을 촉구해 오고 있는 압력요인은 다음의 세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다.첫째, 우리나라는 작년에 OECD에 가입함으로써 선진국들과 비슷한수준의 각종 경제개방정책과 제도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산업과 기업의 체질을 구조적으로 개선해 외부환경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튼튼한 경쟁력을 갖출수 있도록 산업구조조정과기술혁신이 우선 과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기업들도 과거의구태의연한 경영방식이나 정경유착과 같은 관행에서 탈피하여 국제적인 안목에서 사업구조나 경영구조를 개선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둘째, 장기적 구조적 요인으로서 산업전반에 걸친 고비용·저효율의 문제를 들 수 있다.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등으로 인해 우리경제의 경쟁력은 지속적으로 약화되었으며 생산성에 있어 주요 경쟁국에 비해 상당히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산업구조로는 장기적인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 봉착해 있는것이다.셋째, 경기순환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96년 초부터 경기가 하강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기업에 큰 부담을 주어 왔다. 최근 발표된 1/4분기 경제성장률은 5.4%였으나 그성장률은 교역조건(수출가격 대 수입가격의 비율)의 변동을 제대로반영하지 못한 수치라 할 수 있다. 지난 1년간 교역조건은 18%이상 악화되었는데, 과거 30년간을 통틀어 보더라도 1·2차 석유파동 시기를 제외하고는 가장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한화경제연구원이 최근 교역조건 변동을 조정해 본 결과 1/4분기 성장률은 -1.4%로 나타났다.이 조정된 성장률이야말로 지금의 경제와 기업의 상황을 제대로 설명한다고 볼 수 있다. 공식통계로 나타나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운상황으로 인하여 기업들은 연쇄부도에 직면하게 되었고, 금융시장에서는 금융대란설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들이우리 경제의 산업구조조정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것이다.◆ 고비용·저효율 구조 타파 시급그렇다면 기업들은 현재와 같이 산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시기에어떠한 전략으로 대응해 가야 하는가?첫째, 종전의 고도성장 또는 외형확대위주의 전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임금이나 금융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였으므로 기업들이 외형위주로 성장해 오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다각화하는 것이 기업의 성장이나 거대 그룹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어왔다.그러나 이제는 고비용구조로 여건이 바뀌었다. 경제전반에 걸쳐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기업 내부적으로는 내실 있는경영을 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허세를 위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자발적으로 전문화·내실화를 기하는 쪽으로전략을 짜나가야 한다.둘째, 전문화를 추구하면서도 사업구조내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무차별 다각화는 지양하되 기업내의 주력사업을중심으로 전문화시킨 다음에는 경쟁적으로 우위가 있는 쪽으로의다각화를 시도해 가야 한다.또한 사업구조를 전문화하면서도 이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하겠다. 즉, 자사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핵심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네트워크의 경제(Economies of Network)를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효율적인 기업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생산, 판매와 같은 모든 기능을 자사에서 무리하게모든 비용을 들여 수행하기보다는 자사와 타사의 자원을 결합하는등 전략적 제휴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가 오히려 바람직하다는 것을인식하여야 한다.셋째,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유지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하겠다. 과거에는 기업이 외부차입을 늘려 외형을 키워 놓으면 부실화하더라도 은행이나 정부가 후유증을 고려해 부도를 막아주는게 거의 관례이다시피 되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져서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부실기업에대해서는 더이상 자금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부나 금융기관들의 방침이다. 특히 삼미그룹의 부도는 우리 기업들의 고질적인부채경영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따라서 빚이 많은 기업들은 서둘러 군살빼기에 나서야 할 것이다.부실업종 및 비업무용 자산이나 부동산의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개선을 서둘러야 할 때인 것이다. 재무구조가 좋아지면 그 자체로서 금융비용이 줄어들 뿐 아니라 우대금리의 적용을 받는 추가적인혜택이 뒤따르게 되는 것이다. 자금조달에 있어서도 장·단기 차입금을 적절히 활용하며, 국제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등 다양한 재무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넷째, 패배주의적인 분위기를 쇄신하여야 한다. 사업구조나 조직이재정비되는 구조조정기에는 일반적으로 기업내에 위축된 분위기가조성된다. 기존의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것은 어쩔수 없으나, 한편으로 미래유망사업을 계속 검토하여 사업을 확장하는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산업구조조정, 위험이 아닌 기회다물론 신규사업 투자를 고려할 때는 과거와 같이 남을 따라하거나무리한 방식이 아닌 신중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기술개발, 인재양성 등에도 최대한 힘써야 하며, 투자패턴도 지금까지의 설비확장위주에서 탈피해 자동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신기술개발 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다섯째, 새로운 시각으로 기업의 국제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국내경영여건의 악화로 인해 국제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은 국제화를 통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의 해외투자가 실패로 끝났으며철수해 오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앞으로 기업이 해외투자를 할 때에는 현지시장조사 등 충분한 사전검토를 통해 각종 위험에 대비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를 해야한다. 단순히 현재의 임금수준이나 건설비만을 고려해 해외에 현지공장을 설립하는 것과 같은 근시안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여섯째,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또한 투명한 경영을바탕으로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과의 좋은 관계(IR)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다. 투명하지 않은 기업경영은 결국 각종 루머를양산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부도사태와 같은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는 것이다.마지막으로 기업들은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과 활기있는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과거 국내 기업들은 경제의 고도성장을 전제로 해서 규격화·표준화에 적합한 대량생산적인 조직 그리고 분업형의 관리지향적인 계층별 조직을 추구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기업조직은 개성적이면서도 창조적인 개인의 능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보다 분권화된 조직에 의해 자율적으로 활동할수 있는 「사내분사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환자의 체질에 따라 처방이 달라져야 하듯이 국내 경제의 산업구조조정에 대해 개별기업이 취해야 하는 경영전략은 그 기업이 놓여있는 여건이나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산업구조조정이 국내 기업들에 위기로 다가설 것은 너무나도 명백한 사실이다. 그러나 위기란 말을 풀이해 보면 위험과 기회라는 두가지 뜻을 함께 가지듯이, 기업들은 산업구조조정을 그동안 기업내에 만연해 있던 비효율적인 요인들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는 결단의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