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개방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다. 19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민주화, 개방화가 진행되면서 정치 경제의 각부문이 이에대응하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노사간의 불협화음으로 파업이 잇달았고, 경상수지에 대한 우려와 이에 대비한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누누이 강조되어 왔다. 대외환경의 변화가 곧바로 우리나라의 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고임금, 고금리, 고지가, 고물류비용등 소위 4고와 저효율, 저기술, 저부가가치등의 3저의 구조적 취약점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 여기에다 정부의 각종 규제와 복잡한 행정절차도 기업의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역할을 했다. 경쟁력이 취약해진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초기 해외투자 저임 노동력 활용위해 진출80년대 후반들어 고비용 저효율구조가 심화되면서 경쟁력이 약화된섬유, 신발, 조립금속 등 노동 집약적 산업을 중심으로 해외직접투자가 이루어졌다. 주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현지의 저임노동력을 활용하고, 선진국에 대한 우회 수출기지 확보를 목적으로 진출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그후 90년대들어 해외직접투자가 급속히 전개되면서 자동차, 반도체, 가전 등 성장단계의 주력산업과 첨단산업으로 진출업종이 다양화되었다. 또한 중국, 동남아시아 뿐아니라 미국, 유럽등 선진지역으로의 진출도 크게 늘었다.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진출이 크게 늘어난 원인은 무엇인가?경쟁국의 2∼7배 수준인 금리, 세계 최고 수준의 땅값, 고임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90년을 100으로 보았을 때 96년도한국의 임금은 경쟁국인 대만, 싱가포르 보다 40%, 미국과 일본보다는 80%이상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95년의 시간당 평균임금은한국이 7.4달러, 미국 17.2달러, 일본 23.7달러, 싱가포르 7.3달러, 대만 5.8달러, 홍콩 4.8달러 등이다. 미국과 일본의 1인당GNP가 한국의 3∼4배이며 싱가포르, 대만 홍콩 등이 우리보다1.5∼2배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대상국 중에서 최고수준이다. 각국의 노동생산성으로 나누어 임금 수준을 비교해 보아도 기복은 있지만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이러한 고임금 구조는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를 기피하게 만들고 국내기업들도 사양산업에서 첨단 산업까지 해외로 빠져나가게 하였다. 해외직접투자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던 92∼93년, 중국 현지법인에서 근로자에게 지불하던 임금 수준은 국내 평균임금 수준의1/27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연간 10억원을 인건비로 지불하였다면,중국으로 이전할 경우 9억6천만원의 인건비 절감을 기대할 수 있는것이다. 90년대 초반에 이루어졌던 해외직접투자, 특히 동아시아로의 투자는 임금, 지대 등 요소비용의 절감에 상당한 비중을 두어이루어졌다고 말 할 수 있다.그러나 저임금의 메리트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들어 중국 현지법인들의 평균임금이 매년 평균 30%정도씩 상승하면서 국내 평균임금에 대한 임금격차도 크게 줄고 있다. 이에따라 해외진출 기업도 비용우위보다는 수입장벽 회피를 위한 생산기지 이전과 이들 지역의 잠재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선진국으로의 직접투자도 활발해졌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금액면에서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차후 현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진출형 투자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즉 임금보다는 기술이전이나 원천기술이 개발 가능한 고임금 국가로 투자 방향이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해외직접투자 형태의 변화는 국내에서노동력을 위주로 한 한계기업의 해외 진출 러시가 일단락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무형자산 획득 위한 해외직접투자 필요또한 세계경제체제의 개방화가 진전되면서 선진 각국의 기업들은다국적 기업화되었다. 이들 기업은 저비용과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도처에 투자하고 이들의 무국적 상품으로 세계시장을 공략하는 새로운 지구촌 경제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국내의 경쟁력 있는 기업이나 대기업들도 이에 적응하기위해 해외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해외직접투자도 저임금의 활용 등 비용측면보다 기술이전이나 현지 마케팅역량 강화, 해외진출의 거점확보등 전략적목표 달성을 위한 투자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그 결과 우리나라의 해외직접투자 형태는 동남아시아의 저임금활용을 위한 소규모투자와 유럽, 북미 등의 전략적 목표를 위한 대규모투자 등 이원적 구조를 갖게 되었다.단기간에 걸친 산업화로 원천기술을 축적하지 못한 우리나라 기업들로서는 해외투자를 통해 선진국의 기술을 도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까지도 상당부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그러나 갈수록 첨단기술의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개방화로인하여 기업은 이제 선진 다국적 기업과 함께 국내에서 경쟁해야한다. 정부로부터 받아오던 수출인센티브도 거의 없어졌고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어려워졌다.또 자국상품 애용을 강조할 수도 없어졌다. 기술력 품질 향상된 경영기법 등 비가격 경쟁력을 키워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땅, 노동, 자금의 물적 생산요소에서 이제는 기술과 지식,그리고 정보라는 무형자산으로 그 중요성이 이전되어가는 상황에놓이게 된 것이다.우리 경제는 산업구조가 중화학, 서비스부문으로 고도화되었음에도여전히 「취약한 산업구조」라고 이야기 되는 것은 무형자산이 빈약하기 때문이다.개별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외형확대에 치중되어 자체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국내 경제가 개방되면서 경쟁력있는 선진 거대 기업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다.이제는 가격경쟁력과 비가격경쟁력을 모두 가져야 생존하고 발전할수 있는 완전경쟁 시장이 된 것이다. 완전경쟁 시장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낮추고 무형자산을 보다 많이 확보해야 한다.특히 우리기업은 부족한 무형자산을 적극적으로 쌓는 노력을 경주할 때다. 해외직접투자의 방향도 고비용구조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형자산을 획득하기위한 투자가 본격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