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5년 중반 한국통신 노조사태로 우리나라 전체가 「통신대란」의 위기에 휘말려 시끄러울 때 한국통신기자실에 한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다.국내 최대의 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의 미래는 미국 워싱턴D.C.에있는 스미소니언박물관에 있다는 내용. 이 박물관에 거대한 뼈만전시돼 있는 공룡이 한국통신의 장래 모습이라는 얘기였다.그냥 웃고만 넘어갈 수 없는 뼈있는 의미를 지니는 얘기로 평가되었다.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과 노조사태가 가져온 여러 위기등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었다.그로부터 만2년. 한국통신은 내외적으로 많은 변화를 맞았다. 노조사태가 정점에 이르렀던 시기에 임명돼 사태 해결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대장출신의 이준 사장도 물러나고 정보통신부 차관을 지낸 이계철사장이 새 사령탑이 돼 진두지휘를 하고 있다. 외적으로는 한국통신과 거의 경쟁관계인 통신사업자가 수십개나 생겨났다.6만명의 직원에 연간매출 7조원. 시내 시외 국제전화 등 기본통신을 비롯, CT-2(발신전용휴대전화) 등 무선통신과 전용회선 데이터통신 위성통신 등 유무선을 망라한 통신사업을 수행하는 거대통신사업자 한국통신. 전화가입자 2천만명 돌파로 한국을 세계 9번째통신대국의 위치에 올려놓은 1등공신이기도 하나 비효율적 경영으로 「뒤뚱대는 공룡」으로 비판받기도 하는 한국통신.이 공기업이 최근 안팎의 총체적 위기를 맞아 21세기에도 강건하게살아남기 위한 변신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변신의 촉매제는 올하반기 제정될 것으로 보이는 정부투자기관에서 출자기관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특별법.이 기업의 출자기관화는 한마디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부의 통제를 받아오던 데서 자율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한국통신은 지금까지 경영목표 예산 정원 보수 투자 감사 등 경영전반에 걸쳐 정부의 직접적 규제를 받아와 운신의 여지가 없었다는 말로 대변될 수있다. 이에 따라 출자기관화는 한국통신 임직원들의 숙원으로 꼽혀왔다.◆ 정부투자기관서 출자기관으로 전환출자기관이 되면 정부의 보유지분이 49%이하로 축소되고 동일인 보유지분도 현재 1%에서 더 늘어나게 되며 외국인 지분도 98년 20%,2001년 33%까지 대폭 증가할 수 있게 된다. 주주총회가 최고 의사결정기관으로 부상, 대표이사 회장을 포함한 이사나 감사의 임면과보수를 결정하게 된다.한국통신은 이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효율화를 위한 철저한민간경영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엇보다 스스로 결정하고 결과를 책임지는 자율경영체를 확립하고 의사결정 절차의 개선으로 신속명확한 경영을 통해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이같은 변화를 위한 몸부림은 최근에 단행된 몇가지 개혁 프로그램에서 확연히 실행되고 있다.과거 연공서열에 따라 때가 되면 자동으로 승진하던 인사제도가 달라졌다.일반기업의 이사급에 해당되는 관리급에 대해 3년이라는 임기제가 새로이 도입돼 시행에 들어갔다. 능력이 없으면 도태되도록제도화해 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이와 함께 올초 인사에서 2~3명의 40대 젊은 인재가 발탁돼 관리급으로 승진, 전에 볼수 없었던 서열상의 변화가 나타났다.또 사장과 본부장 자회사 사장 등 부문장이 서로 연간목표를 세우고 계약을 맺어 달성여부에 따라 인사조치와 인센티브를 주는 「경영계약제」가 도입돼 올해 목표에 대한 서명이 지난 5월중 이뤄졌다. 한마디로 책임경영체제 확립을 위한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내년초쯤 새 경영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금년도 사업수행에 대한 결과가 평가돼 각 부문별로 「희비」가 교차될 전망이다.통신전문가들은 한국통신의 이같은 내부적인 일련의 개혁작업이 보다 가속화되고 최일선 부서까지 변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뿌리내려야 과거 비효율의 허물을 벗어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통신업계는 이를 통해 한국통신이 98년 이후 국내에 진입할 해외의유명통신업체와 당당히 겨룰수 있는 한국의 대표통신주자로 거듭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