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이락」. 아무 관계없이 한 일이 다른 일과 때가 같아 어떤관계가 있는 것처럼 의심을 받게 될 때 하는 말이다.고려대 출신의 오너 2, 3세들의 친목모임인 「크림슨포럼」(회장·조남호 한진건설사장)도 비슷한 경우이다. 모임이 생기자 마자 김현철씨 비리사건이 불거져 나왔다. 당연히 포럼 결성동기를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고대출신인 김씨가 고대동문 경영인맥과 폭넓은 관계를 형성해온게 알려졌기 때문이다.정경유착의 우리나라 경영풍토에서 그런 사시를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 모른다. 고려대 경영인맥이 저력을 과시하고 로비력을 강화하기 위해 모임을 만든게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한보그룹의 정보근회장과 김현철씨가 고려대 인맥인 점에 비춰볼 때 이런모임이 정치적인 커넥션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었다.크림슨포럼이 지난 2월 조선호텔에서 창립총회만 열고 단 한번도모임을 갖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위해 회동을 자제한 것이다. 모교발전을 위한 후원활동을 펼치기위해 만든 조직이 자칫 기업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크림슨포럼에 가입한 회원들은 모임이 결성된 이후 아직까지정기 모임조차 갖지 못했다고 말했다.이 모임이 결성되자 마자 돌출 악재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회원들은 이 모임이 순수한 취지에서만들어졌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성과정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는것이다.박정원 두산그룹 상무는 지난해말 고려대 대외협력과에서 연락이와서 몇몇 고대동문 경영인들과 홍일식 고려대 총장이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이 모임을 결성했다고 설명했다. 총장과 고대출신 경영인들이 잇단 모임을 갖게 되면서 학교발전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어느 재계모임보다 설립취지가 순수하다는 점을강조하고 있다. 대학이 원해서 재계동호인 모임을 만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기존 동문회에 차별화를 가져오기 위해 젊은 경영인 중심으로 활동하기로 했다. 실제로 크림슨포럼의 회원중 연장자는 47세인 조남호한진건설사장이다. 47세이상이 되면 명예회원이 된다. 형식적인 친목모임이 아니라 모교발전을 위해 실질적인 지원활동을 펼치기 위해 30대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젊은 경영인 중심으로 모임을 결성했다는 것이다.◆ 불황인데 ‘친목 신경쓸 틈 없다’ 지지부진39명의 전체회원중 28명은 경영학과 출신이다. 가장 젊은 회원은동원산업 김재철회장의 장남인 김남구(경영 80학번)동원증권 이사이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창업 2세들이고 한라그룹 등 대그룹부터중소기업사장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인사들이 포진해있다.크림슨포럼의 활동이 지지부진한 이유에 대해 일부 회원들은 또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전념해도 부족한 마당에 친목모임에 신경 쓸 틈이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실제로 그룹총수가 이 모임에 가입돼 있는 삼미그룹(김현배회장)진로그룹(장진호회장) 한신공영(김태형회장)은 차례로 부도를 내기도 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고려대출신의 경영인맥으로 통해온 사람들이다. 고려대 인맥의 경영자들이 올들어 수난을 겪고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삼미그룹의 좌초를 김현철씨와 연관시켜 생각하는경향도 없지 않았다. 물론 검찰의 김현철씨 조사과정에서 이런 사실은 전혀 밝혀진게 없다.그러나 대부분의 회원들은 순수한 의미에서 출발한 크림슨포럼이고대후원활동 등을 조만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려한 멤버로 일단 모임이 결성됐기 때문에 모임 자체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은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김현철씨사건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경기가 활성화될 경우 정기적으로 모임도 갖고 고려대가 일류대학이 될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갖고 있다. 회원들이 모두 젊은게 특징이어서어떤 재계 모임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일부 회원들이 개인적으로 만날 때마다 이런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다만 서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 모든 회원들의 한결같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