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하면서 스태프들의 조언에 너무 의존하면 안돼요.』대한상공회의소 김상하회장이 말문을 열었다.『바쁘다는 이유로 독서를 게을리하기 쉬운데 아무리 바빠도 스스로 공부해야 합니다. 정보통신기술로 특징지어지는 신문명의 시대를 맞아 경영인들은 새로운 조류에 빨리 익숙해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중요한 의사결정을 스태프들의 조언에 의존하게 됩니다.의사결정을 지나치게 많이 스태프에 의존하면 경영이 방만해지기쉽고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스스로 본인이경영판단을 할수 있을만큼 식견을 넓혀야 합니다. 특히 정보통신분야의 꾸준한 독서를 통해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지난 5월 신라호텔에서 열린 경영연구회 월례세미나의 모습이다.이날은 대한상공회의소의 김상하회장에게 삼양그룹을 이끌며 느낀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경영연구회는 외국에서 공부한 2세경영인들이 중심이 돼 만든 모임이다. 재계의 대표적인 2세들의 모임인 YPO와 달리 경영연구회는2~3세 경영인들과 자영업자 대학교수 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 1988년3월 30여명이 의기투합해 출범한 이래 재계모임중 가장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회원자격은 「기업의 최종 의사결정에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와 「경영학과 그에 관련된학문의 전문가」. 현재 1백19명이 회원이 활동중이다. 이중에는2세기업인과 자영업자가 1백5명, 대학교수가 14명이다.매달 둘째주 목요일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정기 월례회가 공식모임이다. 회비는 입회비 50만원에 연회비 50만원. 그러나 교수등 전문가들은 회비를 면제받는다. 전문가의 참여를 통해 모임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보통 40여명의 회원이 월례모임에 참가하고 소식지발간을 통해 회원동정을 알린다. 주로 저녁식사를 하면서 초청강사나 회원의 발표를 듣고 토론을 한다. 월례모임의 주요 강사로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김석원 의원(신한국당·쌍용그룹 전 회장)부터 서상목의원(신한국당), 오명 동아일보 사장, 김명호 한국은행 고문, 이석채 전 대통령경제수석, 송자 연세대학교 교수 등이다.◆ 재계모임중 가장 활기있어올 6월에는 노동원구원 박홍구원장이 올해 노사관계를 전망하는 내용의 강의가 있었고 4월에는 금융개혁위원회의 회원인 김일섭 삼일회계법인 부회장이 국내 금융개혁의 과제에 대해 발표했다. 3월엔윤병철 하나은행장이 강의했고 2월엔 월례회의 대신 태국으로 필드트립을 떠났다.『태국에 진출한 일본기업의 성공사례를 배우기 위해 한 하이테크기업을 방문했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는 저임금 때문에 태국에 진출한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태국은 고정환율제도를 택하고 있어환율변동에 따른 경영의 불안정성을 줄일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엔화의 변동이 심하지만 태국에서는 1달러에 25바트로 고정돼있습니다.』 태국을 함께 방문했던 한 회원의 말이다.경영연구회는 조직구성부터 연구지향적이다. 회장외에 부회장이6명이나 된다. 부회장이 많은 이유는 6개학습분과의 팀장이 부회장으로 있기 때문이다. 각 학습분과는 해외의 우수기업을 벤치마킹한다. 각 팀에는 교수등 경제전문가들이 골고루 포함돼 연구에 도움을 주도록 했다. 연구성과는 올 10월에 발표할 예정이다.회원 연령층은 30대초반에서 40대초반. 50대도 2명 포함돼 있다.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이 초대회장을 지냈고 김일섭 삼일회계법인 부회장, 주명건 세종대학교 이사장, 문대원 코리아 제록스 부회장, 김연호 삼화제지 대표이사가 회장직을 이었다. 현재 6대회장으로 정몽윤 현대할부금융 회장이 맡고 있다. 총무는 경방필백화점의김양전무와 이마화메드의 이경훈 사장. 학습프로그램을 작성하고강사를 섭외하는 일은 KAIST에서 경영정보공학을 연구하고 있는 김영걸교수가 맡았다.이외에도 구자홍 LG전자 사장, 김석동 쌍용투자증권 사장, 김승한(주)한창 부회장, 김중민 국민생명 부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양회문 대신증권 부회장, 이만득 삼천리그룹 회장, 이운형 세아제강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장진우 한불에너지관리 사장 등이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이들 면면을 보면 대부분 해외 유학파임을 쉽게 알수 있다. 경영연구회 현직 회장인 정몽윤 현대할부금융 회장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했고, 초대 회장인 장대환 매일경제신문사 사장은 미국 로체스터 대학과 조지워싱턴대학 대학원서 국제정치학을 공부했다. 구자홍 LG전자 사장은 프린스턴대 경영학과,김석동 쌍용투자증권 사장은 미국 조지타운대, 김연호 삼화제지 사장은 뉴욕대학교,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일본 히토쓰바시대학 경제학과, 문대원 코리아제록스 부회장은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 주명건 세종대학교 이사장은 샌프란시스코대학과 시라큐스대학원에서공부했다.그러나 경영연구회는 연구지향의 순수한 민간모임이란 취지에도 불구하고 올초 단단히 곤욕을 치렀다. 지난 2월25일 임채정의원(국민회의)이 대정부 질문에서 경영연구회의 성격을 문제삼았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씨가 2세들로 구성된 「황태자그룹」을 관리해 왔는데 이들은 경영연구회 내의 핵심그룹이라고주장한 것이다. 결국 김현철씨가 경영연구회를 통해 재계를 관리했다는 내용이다.이후 경영연구회는 『경영정보를 공유하는게 명목이지만 실상은 권력층과의 줄대기를 통해 만일에 대비, 「방패막이」로 활용하고 또사업상 도움을 얻기 위한 연줄로 활용하기 위한』 모임이라는 혹평에 시달려야 했다.경영연구회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은 문민정부 출범기인 1993년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연구회 회원 25명이 중국을 방문한것이 화근이 됐다. 경영연구회는 매년 1회 개발도상국 위주로 해외현지 답사를 떠난다.「산업현장 견학을 통한 현실감각 배양」이 목표. 중국방문도 연례행사인 필드트립의 하나였다.그러나 2세경영인들의 집단적인 중국방문은 당시 북경 주재 특파원들의 눈에 잡히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문민정부출범시기에 맞춘2세경영인들의 중국행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이를 두고 한 신문은「황태자당의 화려한 중국 나들이」라고 빈정댔다. 이후 「황태자당」이란 별칭을 얻은 경영연구회는 김현철씨가 거느린 비선조직이란 오해를 샀다. 경영연구회의 운영에 김현철씨나 그의 측근들이개입해 있을 것이란 추측때문이었다. 이런 오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경영연구회에는 김현철씨와 절친했던 인물이 10여명이나 포함돼있다. 한보사태의 중심에 부친과 함께 서 있는 정보근 한보그룹회장이 대표적이다.김현철씨의 재계인맥은 미국 유학시절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캘리포니아대학 재학 시절 인근 대학에 유학와 있던 2세경영인들과 인연을 맺었고 당시 알게된 사람들을 통해 또 다른 2세들을소개받기도 했다. 유학을 통해 형성된 인맥은 고려대 학맥과 함께김현철씨의 재계인맥의 양대뿌리를 이루게 된다.◆ 자영업자 교수에도 문호 개방바로 이부분이 경영연구회와 김현철씨와의 관계를 유추해 낼수 있는 정황이다. 김현철씨의 양대 재계인맥중 하나가 유학인맥인데 경영연구회는 주로 유학경험이 있는 2세경영인들로 이루어진 모임이다. 게다가 경영연구회 회원중 일부가 김현철씨의 재계 파이프라인이었다.물론 경영연구회측은 김현철씨와의 관계를 부정한다. 이때문인지경영연구회측은 A4용지 2장으로 된 간략한 소개자료를 건네면서 『경영연구회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켜 달라』고 단단히 부탁했다. 동시에 정몽윤회장의 사진은 게재하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곁들였다.정회장은 국내 유력 월간지 사진기자의 사진촬영도 거부한 것으로전해졌다. 연구회측은 경영연구회에 대한 기사는 많았지만 연구회측이 공식적으로 언론기관에 간략하나마 소개자료를 공개한 것은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왜 경영연구회는 이토록 언론에 노출되는 것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보이는 것일까. 단지 김현철씨와의 관계 때문에 입은 상처때문일까. 세상에 밝히기 어려운게 있기 때문인가. 연구회측이 밝힌 대로경영연구회의 성격은 회원간 친목을 도모하고 공동학습을 통해 경영노하우를 익히거나 정보를 교환하는 연구모임이다. 실제로 이는연구회의 주요 회동인 월례회의 성격을 통해서도 그대로 드러난다.그러나 경영연구회가 아무리 순수한 연구모임이고 김현철씨의 정치활동과 무관했다 하더라도 보통사람들의 눈에는 평범하게 보일수없다. 2세경영인들의 모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젯거리가 되기에충분하다. 그 모임의 성격이 어떠하든 2세경영인들의 모임이 폐쇄적이라면 그 모임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의혹을 살 여지는 충분하다.『그들끼리 모여 무엇을 하는 걸까…』당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2세경영인들은 공인이다. 공인은 공인다운면이 있어야 한다. 그중 하나가 행동의 투명성이다. 2세경영인들 개인적으로는 사생활보호란 측면에서 불만스런 점이 없을수 없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지켜야할 의무는 「하늘이 내린 축복」을타고난 이들이 지켜야 할 「하늘이 내린 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