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고 GNP 1만달러시대에진입하는 등 고도성장을 구가하게 된데는 민간경제계의 역할이 컸다. 물론 강력한 성장드라이브정책을 추진한 정부의 역할도 무시할수 없지만 이 정책에 동력을 제공한 곳은 다름아닌 민간경제계였다.민간경제계는 60년대 들어 정부가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고 나서자수출입국이라는 아이디어를 냈고 외자도입을 통한 경제부흥을 정부에 강력히 주문했다. 경제성장의 방향(수출입국)과 구체적인 실천방법(외자도입)을 민간경제계가 제시한 셈이다. 그래서 경제전문가들은 고도경제성장의 견인차로 민간경제계를 꼽는데 주저않는다.「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민간경제계는 이런저런 단체를 만들어 정부의 성장드라이브정책에 적극호응하는 한편 자신들의 입지를 넓혀 나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 대한무역협회,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등이 그런 단체들이다. 이들 민간경제 5개단체는 재계모임의 상원에 속한다.이들 민간경제 5개단체는 명칭에서 드러나듯 역할을 서로 분담, 자신들의 이익보호에 앞장서는가 하면 상황에 따라서는 정부의 경제정책수행의 첨병역할을 하기도 한다. 개별기업의 목소리와 정부정책을 원활하게 잇는 가교가 이들 경제 5단체이다.◆ 전경련, 재벌의 이익집단5개단체중 맏형은 전국경제인연합회. 「5.16군사쿠데타」가 일어난61년 자의반 타의반으로 창립됐다. 군사쿠데타가 일어나자 당시 기업인들은 부정축재자로 몰려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이 과정에서 군사정부는 민심수습을 위해 경제개발이 급선무라고판단, 고 이병철삼성그룹선대회장에게 『경제단체같은 것을 만들어국가재건에 기업인들이 앞장 서줄 것』을 요청했다.이 삼성그룹선대회장을 비롯한 이정림, 설경동, 정재호씨등 부정축재자로 몰렸던 13명의 기업인들은 군사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경제재건촉진회를 결성했고 이 단체는 한달여만에 다시 「한국경제인협회」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때가 61년8월16일로 현 전국경제인협회의 전신이다. 초대회장에는 고 이병철삼성그룹선대회장이 선임됐다.군사정부로부터 면죄부를 받은 한경협산하 기업인들은 수출드라이브정책의 첨병으로 나섰다.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기간산업부문.시멘트, 제철, 비료, 합성수지, 나일론공업 등에 대해 서로 역할을분담, 투자했다. 한때 공업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울산공업단지와수출전진기지였던 구로공단은 한경협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 만들어졌다. 소요되는 자금은 군사정부에 요청, 민자외자도입을 통해 충당했다.68년 한경협은 전국경제인연합회로 이름을 바꾸고 명실공히 재계의구심점으로 자리잡았다. 민간경제계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는가 하면 개별기업행보에 대해서도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출범당시 중견기업에 불과했던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과 경제성장덕택에 모두 재벌로 성장했다. 오늘의 재벌신화의 산실은 전경련이라고 보면 그리 틀리지 않는다. 현대, 삼성, LG, 대우, 선경그룹등 우리나라의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회원기업수는 3백60여개 기업에 달한다.◆ 대한상의, 법정경제단체로 긴역사 자랑전경련은 한국경제성장의 구심점이기도 했지만 정경유착의 창구이기도 했다. 63년 민정이양에 따른 총선 때부터 매년 정치헌금을 내왔으며 이런 전경련의 행보는 정권교체 때마다 계속됐다. 전경련차원에서 모금을 해 정치권에 전달하기도 했으며 개별기업차원에서건네지기도 했다.정경유착이 가장 절정을 이룬 때는 5공, 6공때이다. 전경련산하 기업들은 이권을 따내기 위해 정치권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제공했고이로인해 전경련은 문민정부들어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삼성 대우진로그룹 등 대부분의 그룹총수들이 재판정에 섰고 일부는 구속됐다. 이후 전경련은 기업윤리헌장을 제정, 기업경영풍토쇄신에 나서는등 이미지변신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수출입국과 공업화가 출범이후 80년까지 전경련의 화두였다면 90년대이후 화두는 국제경쟁력강화이다. WTO체제출범등 세계경제가 무한경쟁으로 치닫자 전경련은 국제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를 만들어우리 산업전반에 대한 경쟁력제고를 활발히 모색하고 있다.정치권과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관계를 모색하고 있는것도 요즘의 달라진 모습이다. 정치자금을 낸 회원기업에 대해서는제명을 검토하고 정치권에 돈안드는 선거를 촉구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사례에 속한다. 그러나 전경련산하 기업들이 기회있을 때마다 외치는 「정치권과의 불가근 불가원」원칙이 지켜질지는 아직미지수다.전경련이 재벌의 이익집단이라면 대한상공회의소는 대·중소기업을망라한 상공업자 모두를 회원으로 하는 종합경제단체라 할수 있다.1884년 고종황제의 칙령에 의해 설립된 한성상업회의소가 전신으로1백13년의 역사를 자랑한다.전세계 1백32개국 상공회의소 모임인 국제상업회의소 회원으로 국제간 민간경제협력 및 통상증진 등 기업활동을 측면지원하고 있다.현재 62개 지역에 지방상공회의소를 두고 있으며 전체회원수는 지난해말 현재 법인 5만6천2백30개, 개인 2만7천3백70명등 8만3천6백여사에 달한다.대한상공회의소가 다른 경제단체와 다른 점은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법정경제단체라는 점이다. 농·수산업등 1차산업을 제외한대,중소기업은 모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일정범위내에서 회비도 내야한다.이같은 성격으로 인해 대한상공회의소는 상공인들의 권익신장을 위한 고유사업 이외에도 국가위탁사업, 국제상공회의소와의 협력사업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정부위탁사업은 8개 직업훈련원운영(노동부) 국가기술자격법에 의한 사무기능검정사업시행(노동부) 경제자료실운영(재정경제원) 기업공시자료 및 특허자료열람실운영(재정경제원) 공업입지 및 기업애로신고센터(통상산업부)등이다.이와함께 원산지증명등 무역관련 공증사업등 국제협약사업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대한상공회의소는 반관반민 경제단체라할수 있다. 산하에 유럽 9개, 미주 8개등 모두 39개의 경제협력위원회를 두고 경협증진에도 열심이다. 삼양그룹 김상하회장이 88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한국무역협회는 명칭에서 알수 있듯 무역인들의 보금자리이다. 이단체가 설립된 때는 47년7월. 해방직후 정치 경제 사회적 혼란속에서 무역증진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고자하는 무역인들이 뜻을 모아 설립했다.협회창립에 주도적 역할을 한 사람은 미국컬럼비아대학을 나와 연회전문에서 교수로 재임하다 사업에 뛰어든 김도연박사와 영국런던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경제재건열의에 불타있던 이활전고려대재단이사장. 이 두사람은 우리나라가 살길은 수출입국밖에 없다고판단, 한국무역협회를 발족시켰다. 창립회원으로 명덕상사등 당시내로라하는 1백5개 무역상사가 가입했다.◆ 노사문제 전담 경총, 재계입장 반영『국내생산을 장려하여서 국외산품의 수입을 축소케 하며 국외수출을 확대하여서 외화획득에 진심갈력하는 것이 우리 경제인의 사명임을 확신하고…』(무역협회 창립취지문)창립취지문에서 밝히고 있듯 한국무역협회는 정부와 무역업자 중간에 서서 민간무역업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초창기 혼란한 무역질서를 바로잡는데 일조를 했다.한국무역협회가 중흥기를 맞은 것은 70년대후반부터 80년대초. 정부가 수출주도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나서자 무역협회는 해외사무소를 설치하고 사무국도 확대개편하는등 수출확대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단기간내에 우리나라가 1천억달러수출달성과 세계 12대무역대국이 되는데 한 축을 담당했다.한국무역의 본산이라 할수 있는 서울삼성동 무역센터를 운영하고있으며 무역전문 DB 및 PC통신망 KOTIS서비스, 일간무역을 통한 무역정보제공, 국제무역연수원운영을 통한 무역전문인력양성, 무역법개정등 대정부건의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현재 6만여 무역업체가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70년7월 설립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사문제를 전담하는 경제단체이다. 설립당시 노조세력이 급성장하는등 새로운 노사관계정착 필요성이 대두되자 전경련이 산파역을 맡아 창립했다. 현재 회원사는4천여개로 사용자측의 임금가이드라인 설정과 노사문제와 관련된재계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주임무이다.경총이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87년 6·29선언 직후이다. 노사분규가 한창일 때 경총은 총대를 메고 경제단체협의회와 국민경제사회협의회를 발족시켜 원만한 노사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경총은 이와함께 대외적인 민간노동외교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6월에는 조남홍상근부회장이 ILO(국제노동기구)이사로 선출된 것을계기로 ILO의 정책결정과정에 능동적으로 참여, 우리나라의 입장을적극 대변하고 있다. 대내 사용자단체에서 세계노사문제를 선도하는 국제단체로 변신을 활발히 꾀하고 있는 것이다.최근들어 경총은 사용자단체로서 단순한 임금가이드라인 제시등에서 벗어나 기업경쟁력강화를 위한 활동쪽으로 변신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인력문제와 고용문제에 대해 정책개발을 시도하고 있고그린라운드에 대비, ISO환경인증문제를 전담할 환경인증협회설립을주도한 것은 대표적인 변신사례이다.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대한상공회의소와 마찬가지로 특별법에의해 62년 설립됐다. 업종별로 조직화된 각급 협동조합을 중심으로2백40만 중소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기구다. 문민정부들어 중소기업청이 설립되면서 새로운 중흥기를 맞고 있다. 중소기업육성을 위한 정책개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증진사업 등을전개하고 있다.경제전문가들은 『경제 5단체는 그 설립동기가 무엇이든지 간에 경제성장의 중심축이었다』며 21세기를 앞두고 이제는 새로운 변신을해야한다고 주문한다. 자신들의 권익옹호라는 지엽적인 활동에서과감히 벗어나 한국경제를 선도하는 전문단체로 거듭나야 한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