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세상은 빠른 자와 느린 자로 나눠질 것이다.』(앨빈 토플러)『천천히 정확하게 하는 것보다 대충 어느 정도만 정확하게 하면서빨리하는 것이 낫다.』(퍼시 바네빅 ABB회장)『21세기 기업 경영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은 「좋은 물건을 싸게」의 시대에서 「새로운 것을 빨리」의 시대로 변한다는것이다.』(요시가와 히로유키 도쿄대 총장)『앞으로의 기업은 신속한 사이클 체계를 채택해 성공하거나 아니면 신속한 사이클을 가진 기업에 의해 무너질 수밖에 없다.』(프레드릭 스미스 페덱스 회장)세계적으로 영향력을 가진 경영계의 「대부」들이 「스피드」에 보내는 찬사들이다. 모두가 공통적으로 앞으로는 빠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스피드야 말로 21세기에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시금석이라는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한마디로 「스피드경영 시대」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미래학자들에 따르면 과거 1백년의 변화보다 앞으로 10년의 변화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세상이 변하는 속도는 점점더 빨라지고 있다. 기차가 처음으로 발명된 후 그 기계가 보편화되기까지는 수십년의 시간이 걸렸다.그러나 최근에는 새로운 기계가 나오는 족족 사람들은 곧 그 기계에 적응한다. 호출기가 첫선을 보인지 5년이 채 지나지 않아 필수품이 됐다. 휴대폰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이라는게 있다더라 하던때가 불과 2∼3년 전인데 이제는 인터넷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없다.변화만 빠른 것이 아니다. 시간에 대한 관념도 빨라지고 있다. 농경사회와 현재를 비교해보자.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하루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라 해서 12등분으로 나눠져 있었다. 산업사회에들어오면서 하루는 24등분돼 시간단위로 관리되기 시작했다. 농경사회에 비해 시간에 대한 관념이 2배 정도 빨라진 셈이다. 대량생산체제를 갖추고 생산성을 생각하게 되면서 기업은 한 시간을 분단위로 쪼갰다. 생산라인에서 일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일분에 몇개를 만들었느냐가 큰 격차를 만든다. 분단위 관리에서 더나아가 이제는 초단위 관리의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 실제 선물거래나 외환업무에서는 수초안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경우가다반사다.◆ 변화가 변화를 부른다정보량 급증도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1965년에서 95년까지 30년간 발생한 정보량은 기원전 3천년부터 1965년까지 5천년간 나온 정보보다 많다. 현재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기술의 80%이상이 1900년 이후에 개발된 것이다.빨라진 변화 속도와 짧아진 시간 개념, 정보량 급증 등의 환경 변화가 스피드경영을 요구한다. 변화 속도를 따라잡는데만도 엄청난스피드가 요구되는데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얼마만한 스피드가 필요한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게다가 시대의 패러다임도 바뀌었다. 산업화시대는 막을 내렸다.이제는 정보화시대다. 정보화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시간과 공간의장벽이 무너진다는데 있다. 이제 정보통신망을 통해 세계 어느 지역이라도 시간과 공간의 제약없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사무실을 떠나서도 휴대폰과 노트북 등을 이용해 업무를 계속할 수 있다.시대의 패러다임이 변하면 경쟁의 패러다임도 따라 변한다. 산업화시대에서는 양과 질만 확보되면 경쟁을 하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질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대량생산하면 그럭저럭 시장에서살아남을 수 있었다.그러나 시간과 공간의 한계가 점점 없어지는 정보화시대에서는 양과 질 외에 「+α(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 정보화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경쟁력의 새로운 플러스 알파가 바로 「스피드」다. 이제 양과 질은 기본이다. 이 두가지 요소를 완비하지 못하면 시장에「명함」조차 내놓을 수 없다. 정보화시대에서는 여기에다 스피드가 더해져야 한다. 스피드는 정보화시대에 앞서느냐 뒤지느냐를 결정하는 「캐스팅보트(Casting vote)」를 쥐고 있는 경쟁우위요소인것이다.그렇다면 정보화시대의 새 무기로 부상한 스피드란 과연 무엇일까.스피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속도 즉 빠르기다. 얼마나 빨리 신속하게 변화에 대응하느냐 하는게 스피드의 첫째 속성이다. 그러나 스피드가 단순히 빠르기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우리나라에서도 한 때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던 스티븐 코비의<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designtimesp=5054>을 보면 성공한 인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문제를 분석하고 분해해서 소중한 것과 덜 소중한 것을분류,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한다는 점이다.성공하는 사람들은 지금 당장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에 가장높은 우선 순위를 매긴다. 이것은 성공하는 사람들이 남들보다 먼저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요하면서 급한 일, 혹은 중요하지 않으면서 급한 일에 쫓겨 시간을 사용하는 것과 다르다. 현재 급한 일에 쫓기고 있다면 이는 미리 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시간·경쟁 패러다임도 급변화스피드는 바로 이것이다. 단순히 일을 빨리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 순위를 매길 수 있는 능력과 미래를 예측, 미리 대비하는 능력이다.성공하는 사람의 특징을 성공하는 기업의 특징으로 대체해보자. 스티븐 코비의 결론에 따르면 성공하는 기업이란 미래를 미리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하는 기업이다. 경쟁사가 이미 개척한 시장에서 남겨진 부스러기를 주워먹는데 급급한 기업은 21세기에는 더 이상 비전이 없다. 단기 성과와 평가체제 때문에 당장 급하고 지금 당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에만 매달려 있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지금 고부가가치를 누리는 기업은 이전 시대에 미리 현재를 준비한기업이다. 또 이런 기업만이 그 다음 시대를 준비할 수 있는 기틀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다.스피드경영의 개념을 제일 먼저 주창한 사람은 미국의 보스턴 컨설팅그룹의 조지 스톡 부사장이다. 조지 스톡은 88년 <시간은 경쟁력의 새로운 원천이다 designtimesp=5063>라는 논문을 통해 시간에 토대를 둔경영(TBM:Time-Based Management)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스톡이 이 논문을 통해 주장한 내용은 간단하다. 생산과 신제품 개발, 판매 및 유통 등에서 앞서가는 기업은 시간관리를 잘한다는 것이다. 시간의 소모를 줄임으로써 생산비를 낮추고 제품의 질을 높이며 고객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다.이때 스톡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로 든 기업이 소니 마쓰시타 샤프 도요타 히타치 혼다 등 일본 기업들이었다. 스톡은 일본기업이 세계적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시간중시경영에서찾아냈다.시간중시경영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부상한 이유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있다. 보통 제조업에서 생산비는 생산량(규모)에 의해 결정되는 부분과 제품의 종류에 따라 결정되는 부분이 있다. 생산량에 관련된 비용은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감소하는데 대개 생산량이 두배로 늘때마다 평균 15∼25%씩 떨어진다. 흔히 규모의 경제라고 말하는 것이다. 반면 제품 종류에 관련된 비용은 종류가 많으면많을수록 상승한다. 생산 준비와 재료 취급, 재고 등이 복잡해지기때문이다. 보통 제품 종류가 갑절로 늘 때마다 비용은 20∼35%씩상승한다.총 제조비용은 생산량에 관련된 비용과 다양성에 관련된 비용의 합이다. 기업은 총 제조비용을 최소화하는 생산량과 다양성의 조합을결정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시장 조건이 유리할 때는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다양성을 증가시키고 상황이 나빠지면 비용절감을 위해 제품 종류 수를 줄인다.일본 기업들은 신축적인 공장 시스템을 도입, 다양성에 관련된 비용을 처음부터 낮추고 제품 종류수가 많아지더라도 비용이 서서히증가하도록 했다.즉 생산량과 다양성의 상충관계를 최소화한 것이다. 신축적 생산방식은 집중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대량생산 방식에 비해규모가 작고 분산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규모가 작고 한 생산라인이 대량생산방식보다 짧다보니 시장 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제품 종류수와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스톡은 기업의 다양성을 증가시켜 다품종 소량생산시대에 앞서 나갈 수 있는 힘이 스피드라고 판단했다.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서는미리 다양한 신제품과 모델들을 구비하고 있어야 하고 그 신제품을개발, 생산하기 위해서는 재빨리 생산방식을 바꿀 수 있는 스피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오늘날 부상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신축적인 제조방식과 다양한제품, 재빠른 기술혁신, 시장변화에 대한 신속한 반응 등으로 경쟁에 임한다는 사실이다. 이 기업들은 저임금과 대량생산 또는 집중화된 생산방식 등을 통해 원가절감에 급급한 기존의 기업들보다 훨씬 강한 경쟁력을 보인다.기존의 기업들은 대량생산에서 오는 규모의 경제를 누리기 위해 새공장을 짓고 기존 공장들을 통합하고 임금이 낮은 국가로 공장을옮기고 가장 채산성이 높아보이는 몇개의 사업에 치중해왔다.그러나 이런 전략은 생산비를 줄이는데는 도움을 주지만 기업의 반응능력은 손상시킨다. 시간중시경영을 하는 기업들은 생산비 절감과 통제를 강화하는 대신 신속한 반응을 유도하는데 주력한다. 비용이 좀더 들더라도 변화에 대비, 미리 변신을 꾀하거나 최소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것이다.이런 맥락에서 볼 때 오늘날 스피드경영이란 현재는 물론 미래의고객이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미리」 준비, 「빠르게」 제공하는 경영활동을 말한다. 시간을 중시하는 현대 소비자의 특징을 고려, 스피드를 고객만족을 위한 중요한 경영요소로 활용하는 전략인것이다.스피드경영은 생산단계, 판매와 유통단계, 기술 개발 단계, 조직관리 단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이 모든 부분에서 스피드경영은 다섯가지 특징을 보인다.첫째는 기업의 시간보다는 고객의 시간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고객의 시간을 절약한다는 입장에서 상품을 개발하고 제공한다. 또 고객을 직접 만나는 부분에 대폭적인 권한을 부여해 줌으로써 고객의시간을 벌어준다.둘째는 경쟁사보다 신제품을 빨리 출시, 시장을 선점한다는 점이다. 신제품을 시장에 조기에 출시, 자사의 제품을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화해서 시장을 선점한다. 또 시장 선점을 통해 고이익을 얻고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개발하면 다시 차세대제품을 미리 출시한다.◆ 신축적 생산방식은 규모 작고 분산셋째는 의사결정 시간을 단축한다는 점이다. 조직 계층을 날씬하고수평적으로 만들어 의사결정 시간을 줄임으로써 변화에 빨리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2∼3년전부터는 국내 기업들도 조직개편을 통해 세로로 길게 늘어진 조직 체계를 짧게 만들고 병렬적인 팀제를도입하기 시작했는데 모두 의사결정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넷째는 자산이 얼마나 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관심을 쏟는다는 점이다. 경영자원의 양(Stock:저장된 양)이문제가 아니라 회전속도(Flow:흐름)가 문제다. 경쟁사보다 경영자원을 자주 공급하고 회전시킴으로써 운용 수익을 증대시키는 전략이다.다섯째는 경영정보시스템을 통해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정보를공유, 정보가 재빨리 유통되도록 한다. 회사 전체를 네트워크화해시간을 절약하는 것이다. 선진 기업들이 경쟁사보다 빠르게 첨단경영정보시스템을 구축, 앞서나간 사례는 수없이 많다. 정보화시대의 스피드는 잘 짜여진 정보통신망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근 국내에서도 스피드경영의 다섯 가지 속성을 이용하는 기업이늘고 있다. 경영에 나선 사람들이라면 감으로라도 스피드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보 수준이다. 선진 기업들을 따라잡으려면 더 빠른 스피드가 필요하다.우리 민족은 「빨리 빨리」라는 말을 거의 입에 달고 산다. 성질이급하다. 이런 민족성을 들어 우리는 스피드경영을 하기에 가장 좋은 여건을 갖췄다고 안심할 수도 있다.그러나 스피드는 무조건적인 빨리 빨리가 아니다. 급한게 아니라방향성을 짚고 미리 나아가서 대비하는 것이다. 모든 업무를 무조건 빨리 해서는 경영 자원만 남용하게 되고 조직 구성원은 탈진하게 된다. 전략적 방향성을 갖춘 스피드여야 한다. 때문에 진정한스피드는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요소다. 흔히 빨리하면 질이 떨어진다고 착각하기 쉽다.그러나 방향성만 제대로 가지고 있다면 빨리할수록 오히려 잘못도빨리 발견, 재빨리 단점을 고쳐나갈 수 있다.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시대에 『비즈니스의 기회를 얻으려면 목표에 빨리 도달하는 스피드를 갖춰야 한다.』(쓰지 하루오 샤프 회장) 경쟁은 이제 스피드에서 판가름난다. 「낙오하는 기업과 성공하는 기업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는 시간에 대한 패러다임」(도날드 페터슨 포드 회장)이기 때문이다.경영이란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이다. 어떤 변화가 있을 때 재빨리파악해서 대처하는게 경영이다. 경영의 속성 자체가 스피드이기 때문에 경영을 잘하고 못하고는 스피드라는 척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21세기의 환경에서 경영은 곧 스피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