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까지만 해도 미쓰비시의 가장 큰 고민중의 하나는 보수용부품이 판매점과 자동차 정비업소에 언제 도착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정비업소나 판매점은 부품 도착일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손님에게 언제쯤 자동차 수리가 끝나겠다는 말을 할수 없었다. 고객의 입장으로서는 여간 짜증나는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고객과마찰도 자주 일어났다.미쓰비시는 93년에 고객과 문제를 자주 일으키는 보수용 부품의 물류체계에 메스를 가하기로 했다. 미쓰비시가 부품의 물류체계 혁신에 나선 것은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와 관련이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신차용 부품과 보수용 부품 두가지를 생산하는데 보통 신차용 부품을 더 중시한다. 일이 밀릴 경우 보수용 부품 생산은 뒤로미뤄도 괜찮다는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완성차업체들도 이런 의식을 자연스레 받아들여 왔다. 그러나 버블경제 붕괴후 신차 판매대수가 급속히 하락하자 사정이 달라졌다.자동차업체들은 기존의 고객을 잘 관리하기 위한 애프터서비스에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애프터서비스란 결국 자동차 보수를 말한다. 소비자들이 자동차 수리를 맡길 때 가장 원하는 것은 되도록빨리, 약속한 시간내에 끝내달라는 것이다.미쓰비시는 이런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보수용 부품의 물류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미쓰비시는 우선 부품업체에 납품기일을 정확히 지켜줄 것과 부품 주문 시기부터 부품이미쓰비시 창고에 도착할 때까지 걸리는 기간을 단축시켜줄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두가지를 요구하자 부품업체들은 자신들의 사정을털어놓았다.◆ 보수용 부품발주 10일에 1번으로 횟수 늘려미쓰비시는 보수용 부품을 원칙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주문했다. 발주를 한달에 한번 몰아서 하다보니 부품업체들도 생산을 월말에 몰아서 하게 됐다. 자연히 발주부터 운송까지 걸리는시간(리드타임)이 길어졌다. 납기일을 어기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어떤 부품업체는 상대적으로 한가한 월초에 주문이 예상되는 부품을 미리 만들어 놓았다가 실제 주문과 차이가 있으면 급히 분해,주문이 들어온 종류로 재조립하기도 했다.미쓰비시는 부품업체들의 사정을 감안, 발주 횟수를 한달에 한번에서 10일에 한번씩으로 늘렸다. 발주 빈도수를 높임으로써 부품업체들의 업무량을 매달 10일 단위로 골고루 분산시켜준 것이다.미쓰비시는 발주 빈도수를 늘리면서 부품 수요 예측의 정밀도도 함께 높이기로 했다. 미쓰비시는 보수용 부품의 수요를 예측, 부품업체에 전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예측에 불과해서실제 이뤄지는 주문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보수용 부품의 연간 수요 예측이 중요한 이유는 연간 생산계획 수립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갑작스런 사태에 대비, 소비자의 요구를 한 발 앞서 준비하기 위해서도 수요 예측은 필수적이다. 부품의연간 수요 예측은 지난해를 비롯한 과거의 실적을 토대로 작성되는데 눈이 오는 날 사고 차량이 급증해서 주문이 늘어난 경우와 같은특수한 사례는 제외해야 한다. 그러나 미쓰비시는 주문 내용 분석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어서 제외시켜야할 사항을 못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예측은 빗나가기 일쑤였고 일관성도 없었다.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쓰비시는 컴퓨터를 이용, 주문내용을 「검토 필수」「시간이 있으면 점검」「무시해도 좋다」의3가지로 분류했다. 이 분류를 통해 예측에 반영해야 할 것과 빼야할 것을 정확히 나눴다. 이렇게 하자 수요 예측의 오차는 ±20% 이내로 줄어들었다. 발주 횟수를 늘리고 수요 예측의 정밀도를 높인결과 부품업체로부터 부품이 도달하는 시간이 대폭 단축됐다.94년 6월의 경우 부품이 발주한 날부터 미쓰비시의 창고에 들어오는 기간이 15일 이내인 비율은 3%에 지나지 않았다. 이 비율이 올3월에는 38%로 올라갔다. 부품이 약속한 날짜에 납품되는 비율도93년 3월 60%에서 올 3월에는 99%로 상승했다. 99%의 부품이 약속날짜에 도달할 정도로 물류체계가 안정된 것이다. 보수용 부품 문제로 고객과 다툼이 일어나는 사례도 대폭 줄어들었다. 발주 횟수를 늘려 부품 조달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함으로써 소비자 만족도를높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