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전체 MPU(마이크로 프로세서 PC의 두뇌에 해당하는 부품)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인텔 경쟁력은 속도에서 나온다. 인텔은MPU개발 속도에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빨리 신제품을 내놓아 시장을 선점한다. 인텔은 자사의 신제품이라도 이익이 나지 않는다 싶으면 과감하게 없애버리고 다른 신제품을내놓는다. 보통 MPU를 설계해서 기초모델까지 만드는데 걸리는 기간은 4∼5년. 그러나 인텔은 2∼3년에 한번씩 신모델을 선보인다.MPU개발속도가 경쟁사보다 배 정도 빠른 셈이다. 이런 스피드는 인텔의 연구소 운영에서 나온다.인텔은 미국 산호세와 오리건에 거의 똑같은 규모의 MPU 개발부대를 가지고 있다. 이 2개 팀은 서로 독립해서 별도의 MPU를 개발한다. 78년부터 개발한 MPU「8086」부터 계산하면 홀수번째 칩은 산호세가, 짝수번째는 오리건이 개발하는 식이다. 산호세가 차세대모델을 절반쯤 개발하고 있을 때 오리건은 차차세대 모델 개발에들어간다. 산호세의 차세대 신모델이 시중에 나올 때쯤이면 오리건의 차차세대 모델은 절반쯤 완성돼 있다. 개발 속도가 빠를 수밖에없다.기초모델이 나왔다고 그것으로 다는 아니다. 속도가 더 빠르고 전력이 절약되는 개량형 파생모델이 연이어 나와줘야 한다. 이 개량형 파생모델을 만드는데 2∼3년이 걸린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개량형 파생모델도 MPU의 기초모델을 개발한 팀에서 만든다. 그러나 인텔의 경우 개발속도를 빠르게 유지하기 위해 산호세든 오리건이든 신모델 개발을 완성한 바로 다음날부터 차세대 모델 개발에착수하도록 한다. 개량형 파생모델은 다른 연구소에서 담당한다.◆ 빠른 경영 위해 막대한 개발비 부담 고수인텔은 이스라엘과 미국 캘리포니아주 폴섬에 개량형 파생모델만을개발하는 연구소를 따로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산호세에서 개발된 칩의 파생모델을, 폴섬은 오리건의 것을 담당한다. 이스라엘과 폴섬에 있는 연구소는 산호세나 오리건에 있는 연구소와 비슷한규모의 인원 및 시설을 갖추고 있다.인텔은 신모델을 빨리 생산하기 위해 생산체제에서도 「카피 이그잭틀리(Copy Exactly)」라는 독특한 방법을 고수한다. 대부분의 반도체 공장들은 개발비를 줄이기 위해 시제품의 경우 1∼2세대 전의오래된 기계에서 생산하고 대량생산체제가 돼야 비로소 고가의 최첨단 장치를 도입한다. 그러나 인텔은 시제품도 대량생산체제 때사용할 고액 설비에서 생산한다. 생산 수율(투입된 일정량의 원료대비 완성된 반도체칩의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반도체의 경우새로운 장치를 도입한 초기에는 기계에 익숙하지 못하고 기술이 손에 익지 않은 등 미숙한 점이 많아 생산 수율이 50%에 불과하다.인텔은 생산 초기의 생산 수율을 높이기 위해 시제품도 최신 기계에서 생산한다. 실제로 오리건이나 산호세에 있는 시제품 공장 라인은 대량생산을 위해 지은 공장의 생산라인과 똑같다.거대한 연구소 4개를 운영하고 시제품 생산을 위해 고가의 최신 라인을 도입하다 보니 개발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인텔의 개발비는 86년의 1억5천만달러에서 95년에는35억달러로 10년 사이에 23배가 증가했다. 그래도 인텔은 「개발비절약」보다는 「속도」를 선택한다.인텔은 막대한 개발비를 감당하기 위해 시장이 있더라도 이익이 떨어지는 구 모델은 과감히 사장시킨다. 이익이 얼마 안되는 오래된칩을 계속 만들기 보다는 이익폭이 큰 제품으로 재빨리 옮겨가 이익을 늘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대형투자로 누구보다도 빨리차세대 MPU를 개발, 선두주자의 이점을 살려 자금을 회수한 뒤 이돈을 밑천삼아 다시 다음 세대의 MPU를 개발하는 셈이다.현재 인텔은 디지털이퀴프먼트사(DEC)로부터 특허권을 침해했다는제소를 당해 법정싸움 중이다. 위기인 셈이다. 그러나 강력한 스피드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온 인텔이 호락호락 무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기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스피드」를 무기삼아 위기를 뛰어넘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