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흔한 착각 중의 하나가 애니메이션은 만화영화라는 생각이다.만화영화는 물론 애니메이션이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만화영화가아니다. 쉽게 말해 만화영화는 애니메이션에 속하는 한 부분일 뿐이다.세종대학교 영상만화학과의 한창완 강사는 『만화영화는 애니메이티드 카툰(Animated Cartoon)이라 해서 그림을 찍어서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한 영화다. 반면 애니메이션은 엄밀한 의미에서애니메이티드 필름(Animated Film)으로 더 넓은 의미』라고 말한다.애니메이션은 사람과 풍경, 건물 등을 직접 찍는 실사 영화와 다른기법으로 제작된 모든 필름을 의미한다는 설명이다. 실사 영화는카메라가 돌아가면서 사람들의 동작을 연속적으로 촬영한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비디오 무비를 생각하면 쉽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한장 한장을 따로 찍은 뒤 그 한장 한장을 연결해 연속적인 느낌이들도록 만든 것이다.예를 들어 진흙으로 인형을 만들고 풍경을 만들어 사진을 찍은 뒤진흙 인형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연결하는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애니메이션이지 만화영화는 아니다.진흙 인형 대신 종이 인형을 만들어 찍는 페이퍼 인형 애니메이션도 애니메이션이지만 만화영화는 아니다. 사람을 찍은 여러장의 사진을 컴퓨터에 넣어 색깔이나 동작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완성하는픽슬레이션도 애니메이션이긴 하지만 만화영화는 아니다. 한 장의그림도 그리지 않고 1백% 컴퓨터 그래픽으로 제작한<토이스토리 designtimesp=5090>도 만화영화라고는 할수 없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것 이상으로 애니메이션의 범위는 넓고 기법도 다양하다.최근에는 실사 영화에까지 다양하게 컴퓨터 그래픽이 사용되면서실사 영화 자체도 애니메이션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스타워즈 designtimesp=5093>나 <배트맨 designtimesp=5094> <쥬라기공원 designtimesp=5095> 얼마 전에 개봉한 <제5원소 designtimesp=5096> 등은 애니메이션화된 실사 영화들이다. 이 영화의 인물이나 공룡이 쉽게 캐릭터 상품으로 이용되는 것도 컴퓨터 그래픽을 많이사용해 애니메이션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기 때문이다.만화영화는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셀 애니메이션을 가리키는게 일반적이다. 셀 애니메이션이란 셀룰로이드 위에 인물을 그리고 종이에 배경을 그린 뒤 셀룰로이드의 인물과 종이 배경을 겹쳐 종이 배경 위에서 셀룰로이드 인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셀 애니메이션은 다른 애니메이션에 비해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데다 제작기간도 짧고 기법도 단순해지금까지 애니메이션의 대부분을 차지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접할수 있는 애니메이션도 데부분 셀 애니메이션이다.◆ 만화영화·출판만화와 달라애니메이션과 만화영화가 다르듯 애니메이션은 당연히 출판만화와도 다르다. 우선 속해 있는 분야가 다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애니메이션은 영화고 만화는 책이다. 한호흥업의 김석기 대표는 『그림을 그려야 하는 셀 애니메이션조차 만화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며『만화는 그림만 잘 그리면 되지만 만화영화에서는 그려진 캐릭터들을 어떻게 움직이게 할 것인가 하는 연출이 더욱 중요하다』고지적했다.그럼에도 우리 애니메이션 업계는 한가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만화산업의 수직계열화」라는 환상이다. 출판만화가 제작된뒤 이 출판만화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지고 이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캐릭터상품, 게임 소프트웨어, 음반, 테마파크 등이만들어진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출판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밖에 없다』는게 한창완 강사의 지적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만 봐도 출판만화에 기반을 둔 것은 하나도 없다. 동화나 신화, 전설 등을 애니메이션의 소재로 삼았을 뿐이다.애니메이션 산업은 수직계열화라기 보다 부메랑 효과 극대화라는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부메랑 효과란 출판만화든 애니메이션이든 캐릭터상품이든 하나가 인기가 있으면 붐을 일으켜 다른 상품으로도 만들어지는 것을 말한다.예를 들어 게임 소프트웨어가 인기가 있으면 이 게임 소프트웨어가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상품이 되기도 하고 완구를 팔기 위해 만든캐릭터가 인기가 있으면 이 캐릭터가 애니메이션이나 출판만화의소재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단지 다른 연관 산업에 가장 파급효과가 큰 산업이 애니메이션일 뿐이다. 애니메이션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애니메이션은 캐릭터상품이나 게임 소프트웨어, 음반, 테마파크의소재 등으로 다양하게 이용될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서도 풍부한장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실사 영화에 비해 수출이 쉽다는 점이다. 보통 실사 영화에는 특정 지역, 인종, 문화, 특정 사회의 문제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한 지역의 특수성이 두드러질수록 다른지역에서 흥행할 가능성은 떨어진다. 당연히 수출 가능성도 희박하다. 애니메이션은 기본적으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실사영화에 비해서는 훨씬 문화적 거부감이 덜하다.애니메이션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측면에서도 수출 가능성이 무궁하다. 애니메이션에는 실사 영화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들어간다. 대부분이 사람이 하는 수작업인데가 최근엔 컴퓨터 그래픽까지 가미돼 70분짜리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만드는데 최소한15억원이 들어간다.◆ 리바이벌 용이 상품수명 길어물론 디즈니의 경우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예산을 들인다. 25분짜리 TV시리즈 한편 제작에도 1억원이 든다. 미국의 경우 3억원 이상을 쓰기도 한다. 셀 애니메이션의 경우 완벽한 움직임을 나타내려면 1초에 24장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그러나 보통은 24장을 모두그리지 않고 디즈니의 경우 1초에 15장, 일본의 경우 7∼8장을 그린다. 1초에 8장을 그린다고 할 경우 25분짜리면 1만2천장의 그림이 필요하다. 제작비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엄청난 제작비 부담으로 인해 『세계에서 애니메이션을 자체 제작할 수 있는 국가는 15개국밖에 안 된다』(삼성영상사업단관계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제작할 수 있는 국가나 업체는 적은데 어린이는 세계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나 있다. 공급에 비해수요가 큰 시장이다.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장점은 리바이벌이 쉽다는 점이다. 디즈니의경우 <인어공주 designtimesp=5113> 등 기존의 애니메이션 비디오를 7년 주기로 다시제작, 판매한다.새로운 어린이들이 신수요를 창출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은하철도 999 designtimesp=5114>라는 TV 애니메이션은 우리나라에서 방영된지 10년이 지난 최근에 다시 TV에 방영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애니메이션의 상품 수명은 실사 영화에 비해 훨씬 길다고 할수 있다. 애니메이션은 또 반복 시청이 가능하다. 어린이들은 같은 애니메이션을보고 또 봐도 좀체 질리지 않는다. 자연히 애니메이션 비디오는 실사 영화에 비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셀스루) 비율이 높은 편이다.한 마디로 애니메이션은 오랫동안,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연관 산업을 통해 무한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하기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애니메이션산업 육성을 외치고 대기업이나 중소 애니메이션 업체들이 자체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다.시행착오가 계속되고 있긴 하지만 장기적인 투자와 창조력있는 인재만 확보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갖는 일이 우리에게도불가능한 꿈만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