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1천만대시대를 맞는 국민들의 감정은 한 마디로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자동차 대수가 증가해도 삶의 질이 높아질 것으로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교통여건이 악화돼 출퇴근길이더욱 빡빡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매일같이 악화되는교통난을 피부로 느끼고 있어서이다. 시민들은 자동차 1천만대시대를 급속한 경제성장의 한 징표로 보려 하지 않는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1천만대시대는교통난의 심화, 더많은 사고, 주차전쟁을 의미할 뿐이다.1가구 한 대 승용차시대(현재는 1.5가구당 한대)로 질주하고 있는한국인의 자화상은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중앙선을 넘어 곡예 추월만을 계속하는 그런 모습일지 모른다. 너도 나도 대형차를 선호하고 있고 남이야 어떻든 나부터 가자는 얄미운 「심보」가 보통사람의 의식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나라도 잘해보자는 선진시민의의식은 찾아볼수 없다.그래서 교통문제에 관한한 한국의 미래는 희부연 잿빛이다. 현재로선 그렇다. 교통전문가들은 자동차 1천만대에 걸맞는 도로등 하드웨어도 태부족이고 시민의식의 부재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교통개발연구원이 바람직한 교통문화 정착과 효과적인 교통정책수립를 위한 기초자료를 수집할 목적으로 실시한 「교통문화 및 대책에 대한 시민의식조사」 결과를 통해 서울시민의 교통관련 의식을 살펴본다. 이 조사는 유의할당추출법에 의해 서울에 거주하는19세 이상의 성인남녀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소형보다 중형차 구매 선호교통여건에 대한 평가를 위해 최근 3년간 가장 악화된 교통여건을묻는 설문항목에서 응답자의 35.9%가 도로혼잡을 꼽았다. 다음으로주차난(35.5%) 대중교통 혼잡불편(19.6%) 교통비부담증가(7.3%)등의 순으로 응답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승용차(자가용)이용자들은 주차난(42.8%), 승용차 비소유가구에서는 대중교통혼잡및 불편(29.2%)에 대한 지적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교통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과다한 자가용이용(45.7%)이라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 낮은 도로율등 도로여건(23.8%), 대중교통기반시설 미비(21.5%), 운전자와 보행자의 질서의식 부족(9.1%) 등도 또다른 교통난의 원인으로 꼽혔다. 교통여건에 대한 개선전망도대체적으로 어둡게 나타났다. 앞으로 교통상황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이 21.9%였던 반면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이38.3%로 훨씬 많았다.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강구해야 할 대책으로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 확충이 35.0%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도로 및 교통체계 개선(28.0%) 10부제 등 강제적인 차량운행제한(25.3%)등이 주로 지적됐다. 불법 주정차 운행에 대한 단속강화, 휘발유값 인상을통한 차량운행 억제, 차고지증명제등 주차난 해소시책 추진에 대한응답비율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을 묻는 설문항목에서는 운전자의 법규위반 때문이라는 응답이 52.3%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으며 다음으로교통안전 시설 미비(25.3%) 보행자의 교통질서의식 부족(18.3%) 교통단속 및 처벌의 미약(4.2%) 순으로 지적됐다.운전자가 교통법규와 안전수칙을 위반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도로 사정이나 불합리한 신호(41.8%)때문이라는 응답이 절대적으로많았다. 여기에 「교통법규를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워서」라는응답(18.7%)까지 포함하면 교통상황 및 제도에 관한 지적이 60%였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이 자신들의 교통질서에 대한 의식을 문제삼기보다 법규나 제도 등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또 교통경찰들의 지나친 단속위주의 규제 등에 대한 불만이 큰데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규칙을 지키다 보면 지키는 사람만 손해를 보기 때문」이라는 응답도 20.9%나 나왔다는 점이다.◆ 교통사고 운전자 법규위반 때문차량소유 및 구입의향에 대한 질문에서 응답자의 41.8%가 중형차를, 41.4%가 소형차를 보유하고 있어 중형차에 대한 선호도 높아지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교체구입하는 경우 중형차를 사겠다는 의사가 뚜렷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입하고 싶은 차량의 배기량은 중형차가 49.3%를 차지했으며 다음으로 소형차(34.6%) 대형차(13.3%) 경차(2.8%)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동차판매추이에서도이런 성향이 발견된다. 올 상반기중 불황속에서도 그랜저 엔터프라이즈 같은 대형차는 3만3천4백대가 팔렸다. 지난해 같은기간보다15.2%가 늘어난 수치이다. 반면 경차는 3만3천대로 41% 줄었다.이밖에 승용차의 한달 평균 유지비는 월 평균 27만1천원인 것으로응답했다. 경차 19만7천원, 소형차 22만 6천원, 중형차 28만 7천원, 대형차 37만 8천원순이었다. 승용차의 연간 평균운행거리는1만6천7백km, 하루 평균 운행시간은 2시간 16분 30초인 것으로 나타났다.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을 묻는 항목에서 응답자의47.8%가 「기다림」을 꼽았다. 「혼잡함」(29.8%) 「많이걸음」(18.1%)도 불편한 점으로 지적됐다. 출퇴근(통학)시 주로 이용하는 교통수단(중복응답)은 자가용이 49.4%로 가장 많았고 지하철(28.3%) 시내버스(27.0%) 걸어서(10.8%) 택시(7.3%) 마을버스(4.1%) 통근버스(1.5%) 자전거(1.0%)순으로 나타났다.교통난에 대한 불편을 지적하는 의견이 높게 나타나면서도 정부의교통수요관리에는 불만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실시되고 있는 기름값 40%인상, 공영주차비 인상, 혼잡통행료징수에 대해 응답자들은 대체로 불만을 표시했다. 불만 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기름값 인상이었으며 다음으로 공영주차비 인상, 혼잡통행료실시 순이었다. 주행세 신설에 대해 반대의견이 81.2%로 압도적이었으며 찬성 12.6%에 불과했다. 이는 주행세 신설이 교통난을 해소하는데 별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그러나 차고지 증명제, 거주자 우선 주차제확대실시에 대해서는 찬성이 58.3%로 반대 (30.3%)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승용차 10부제 운행에 대해서도 찬성의견(76.5%)이 높게 나타났다.이밖에 출퇴근 시차제실시, 행정서비스 통신화, 버스전용차선 확대에는 대체적으로 찬성의견이 많았다.자동차 등록, 폐차의 행정절차중 가장 불편한 점으로는 서류의 복잡함(62.8%)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다음으로 등록폐차비용(23.8%),공무원의 불친절(12.2%) 등의 순으로 지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