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실력 이상으로 세를 과시하는 마당에 「가급적 눈에 안 띄려고 노력하는」 집단이 있다면 바로 생명보험회사다. 예를 들어97년 3월말 현재 국내 3대 투신의 하나인 국민투신의 주식형 수익증권 설정액은 모두 2조 4천5백92억원이지만, 이는 삼성생명의 주식운용 부서에서 관리하는 주식투자액 3조7천7백37억원에 비하면2/3에 불과한 수치다. 그러나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없다. 뿐만 아니다. 교보생명의 대출금 규모는 8조3천3백65억원이나 된다. 이는 96년말 현재 하나은행의 대출 총액 3조9천억과 한미은행의 대출 총액 3조2천억을 합친 것보다 1조 이상 많은 액수다.한 회사의 융자 파트에서 다루는 대출자금 규모가 은행 두 개를 합친 대출금보다도 크지만 우리는 별로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생명은 금전신탁을 포함하여 현·예금성 자산을 1조6천7백33억원이나 보유하고 있다. 한 회사의 경리파트에서 관리하는 현·예금성자산 규모가 웬만큼 크다는 종합금융 회사의 총자산만큼이나 된다는 이야기다.97년 3월말 현재 생명보험회사의 총자산은 83조2천8백88억원이나된다. 87년 3월말에 총자산이 6조9천2백15억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10년동안 9백11%가 성장했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한자리수를 맴도는 와중에서도 최근 10년간 매년 평균 25%의 속도로덩치를 불려온 셈이다. 물론 덩치가 커진만큼 교섭력도 만만치 않다. 은행 수수료 자유화가 시작됐을 때 삼성생명은 혼자서 6개 시중은행을 상대로 동시에 협상을 벌여 수수료 면제 요구를 관철시켜서 화제가 된 적도 있다.우리나라의 생명보험회사는 모두 33개나 된다. 그러나 생명보험회사 하나 하나를 살펴보면 각각의 회사의 경쟁력은 천차만별이다.삼성생명은 97년 3월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28조6천5백31억원이나된다.(삼성생명은 97년 5월말 현재 총자산 30조원을 넘었음)하지만 33개 생명보험회사의 평균 총자산이 2조5천억원이라는 점을감안할 때 총자산이 업계 평균을 넘는 회사는 삼성생명, 교보생명,대한생명, 제일생명, 흥국생명 등 5군데 뿐이고 동아생명이 여기에근접해 있을 뿐이다. 33개 생명보험회사 중에서 총자산이 1조가 넘는 회사는 불과 13개뿐 이다. 총자산이 4백억 남짓한 회사와 총자산 30조의 회사가 공존하는 것이 생명보험회사의 모습이다.금융기관의 실력을 재는 잣대 중에서 공통분모가 있다면 역시 투자수익률이다. 생명보험회사의 96년도 총자산 투자수익률은 10.4%다.96년 한해 동안에 생명보험회사는 투자수익만으로 7조5천8백36억원이나 벌어 들였다. 생명보험회사의 투자수익의 위력을 설명해 주는이런 에피소드도 있다.◆ 삼성생명, 97년 5월말 총자산 30조원 넘어언젠가 총자산 2조원 규모의 대형 손보사의 임원이 「우리가 몇년이나 지나면 삼성생명을 따라 잡을 수 있겠느냐?」고 농담삼아 말을 건넨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을 들은 생명보험회사 사람은 아무말도 안하고 「삼성생명의 지난 1년간 투자수익이 2조7천억이 넘는데….」 하면서 그냥 웃기만 했다고 한다. 모름지기「1년 동안에 당신네 회사만한 덩치가 매년 한 개씩 불어나는데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는 뜻이리라.그러나 생명보험회사는 초조하다. 우선 93년 이후 투자수익률이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의 주식시장 침체와 금리 하향 안정 추세를 감안하면 투자수익률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것은 생명보험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계약자로부터 맡아 둔 돈에 대해서 일정 수준의 이자를 부담해야하는 금리 코스트를 감안할 때 생명보험회사는 별로 여유가 없어 보인다.회사별로 상품 포트폴리오가 다르기는 하지만 생명보험회사 전체의상품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면 11.0∼11.5%의 금리를 부담해야 하는연동형 상품이 전체의 43%, 8.5∼9.5%의 확정금리를 부담해야 하는확정금리 상품이 56% 정도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금리 코스트를 계산하면 생명보험회사가 부담해야할 금리 코스트는 대략 9.8∼10.0% 정도다.(예정이율에 따른 코스트 9.0%에 금리차 배당 등을포함한 추정치 임. 생명보험회사는 순보험료에 대하여 10.0%의 코스트를 적용하는 예가 많음)◆ 덩치 클수록 투자수익률 좋아진다결국 총자산 투자수익률 10.4%라는 것은 금리 코스트와의 예대 마진이 불과 0.5% 안팎이라는 뜻이다.특히 재미있는 현상은 덩치가 클수록 투자수익률도 좋아지는 경향이 나타나는 점이다. 96년도 투자수익률 상위 5개사의 경우 4개사가 총자산 1조원 이상의 회사인 반면에 투자수익률 하위 5개사는예외없이 소규모 신설 생보사 또는 외국계 생보사라는 점에서도 잘알수 있다. 그러나 내막을 알아보면 이런 현상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생명보험회사는 점포망 확충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한다. 따라서소형 생보사가 단기간에 영업점을 많이 임차하면 할 수록 총자산중에서 영업점 임차보증금 등 무수익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게 되고, 결국 그만큼 실제로 투자수익을 발생시킬 수 있는 밑천은줄어들게 된다. 그러나 이미 규모가 커진 생보사는 추가로 영업점을 늘릴 필요가 크지 않고, 또 이런 무수익 자산이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작기 때문에 쉽게 투자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투자수익률이 10.4%고 금리코스트가 10.0%라는 말은 은행으로 치면예대마진이 0.5% 남짓이라는 말인가? 은행은 예대마진이 3.0% 안팎이 되어도 적자가 나는 회사가 있다는데…. 앞으로 저금리 추세가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에는 투자 여건은 현재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적을텐데 이렇게 된다면 혹시 생명보험회사에서 역금리가문제되지는 않을까? 일본에서 닛산생명이라는 생보사는 역금리를못 이겨서 결국 파산했다고 하던데….그러나 이런 의문은 생명보험회사의 속사정을 알고 나면 싱겁게 풀린다. 은행 등은 예대마진에서 일반관리비 등 사업비를 충당해야하지만 생명보험회사는 고객으로부터 받는 보험료에 이미 사업비를포함시켜서 받고 있다. 물론 앞으로 쓸 사업비를 미리 예상해서 받는 셈이다. 따라서 예대마진에서 사업비까지 챙겨야 하는 은행 등다른 금융기관과 비교하면 생명보험회사는 코스트 관리 구조가 다르다.96년도 생명보험회사의 사업비 이익은 4백99억원이다. 이 말은96년동안 생명보험회사가 고객으로 38조1천6백34억원의 보험료를거두면서 예정사업비로 6조8천8백29억원의 예정사업비를 미리 받고서도 실제로는 6조8천3백30억원의 사업비만을 썼기 때문에 4백99억원, 즉 수입보험료의 0.13%만큼 사업비 이익을 냈다는 뜻이다. 물론 이렇게 아껴서 사업비 이익을 낸 회사는 그만큼 코스트 관리 능력이 좋다는 뜻이므로 경쟁력도 강화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예를 들어 푸르덴셜은 총자산 투자수익률은 6.8%에 불과하지만 코스트 관리 능력이 높아서 수입보험료에 대한 사업비 이익률을 8.3%기록했기 때문에 투자수익률의 문제를 코스트 관리 능력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고, 나름대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게다가사업비 이익에 대해서는 계약자에게 배당 형식으로 되돌려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생명보험회사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생명보험회사는 투자수익률과 함께 사업비 코스트 관리 능력이 경쟁력의 중요한 잣대가 된다.그러면 어떻게 해야 사업비 여유를 많이 가질 수 있을까? 사업비는수입보험료를 거두면서 따라오는 것이므로 사업비를 많이 벌어 들이려면 수입보험료를 많이 벌어 들이면 되지 않을까? 당연히 경제원리를 따지면 코스트 관리는 규모의 경제에 의해서 크게 영향받는다. 그동안 생명보험회사도 계약자로부터 거두어 들이는 수입보험료가 늘어남에 따라서 사업비도 많이 거두어 들였고, 당연히 초과사업비율이 개선되고 코스트 관리에도 숨통이 트이는 특성을 보였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앞으로 이런 표현을 할 때에는 반드시 과거형 시제를 써야만 할지도 모른다. 생명보험회사의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드디어 한 자리 시대를 예고하는 저성장 국면으로 치닫고있기 때문이다.◆ 수입보험료 증가율 한자리 시대 돌입올해 생명보험회사의 평균 수입보험료 성장률은 8.1%에 불과하다.최근 10년 동안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한 자리 수를 기록한 것은93년도의 6.2%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인플레이션된 부분을 감안하면 거의 제로 성장이나 다름없다. 지난 10년간 매년 21.3%씩 수입보험료 신장률을 기록한 점과는 분명히 대비된다. 생명보험회사의 수입보험료 증가율이 한 자리 수를 기록하는 일이 잦아지면서생명보험회사도 그동안의 고성장 시대를 이제 마감하고 저성장 국면에 돌입하는 느낌이 역력하다.33개 생명보험회사 가운데 13개 회사만이 업계 평균 8.1%를 상회하는 신장을 보였을 뿐이며 나머지 20개 회사는 평균 신장률을 밑돌고 있다. 특히 11개 회사가 전년대비 수입보험료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생명보험회사의 앞날이 그렇게 밝지만은 않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어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그러면 수입보험료 성장도 둔화되고 고객으로부터 미리 거두어 들인 예정 사업비보다 실제 사업비를 더 많이 써 버린 회사는 어떻게되는가? 특히 투자수익률까지 낮아서 역금리 위험까지 내포하고 있다면 이런 생명보험회사는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생명보험회사의 적자는 단순히 주주만의 문제는 아니다.생명보험회사는 계약자로부터 보험료를 받아서 관리하고 있다가 유사시 보험금의 형태로 지급하게 된다. 따라서 생명보험회사는 혹시있을지도 모르는 계약자의 보험금 청구 요청에 대비하여 책임질 수있도록 충분한 준비금을 적립하고, 여기에다 추가로 책임준비금의1% 이상을 여유 자본으로 확보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를지급여력(솔벤시 마진)이라고 한다. 생명보험회사가 적자가 커지면당연히 지급여력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유사시에 계약자에 대한생명보험회사의 보험금 등의 지급 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따라서 생명보험회사의 적자 문제는 오히려 계약자에게 더 큰 문제가 된다.물론 이렇게 지급여력에 마이너스가 발생해서 부족한 부분은 주주들이 증자를 통해서 메워야만 한다. 그러나 생명보험회사가 자발적으로 증자를 하지 않을 경우에는 정부는 증자 명령을 내리게 되고,증자 명령을 불이행한 규모가 5백억원이 넘으면 계약자 배당을 제한하고, 1천억원이 넘으면 보험사업의 규모나 내용을 제한할 수 있으며, 문제가 되는 생명보험회사의 합병이나 정리권고까지 할 수있다. 현재 정부는 동아 국민 한덕 대신 등 5개 생보사에 대해서는인원, 점포의 축소 또는 종퇴보험이나 금융형 상품의 판매 제한등사업규모 제한 명령을 내리는 것을 검토 중이며 8월에는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교보·흥국생명, 배당경쟁력 높아「우리 회사 상품이 보험료는 제일 싸고 보험 혜택은 제일좋아요.」 누군가 이런 말을 듣고 귀가 솔깃해서 정말 그렇냐고 따져본들 다 부질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똑같은보험혜택에 대해서는 보험료 가격을 결정하는 생존 확률, 이자율,예정 사업비율 등이 생명보험회사마다 모투 통일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 혜택이 똑 같다면 보험료도 똑같게 마련이다.혹시 보험료가 싸다면 그건 어딘가 보험 혜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그러면 생명보험 상품은 내용이 똑같다면 아무 회사에 가입하든지보험료 측면에서는 마찬가지라는 말인가? 그랬었다. 그런데 지금은안 그렇다. 97년부터 생명보험회사별로 자체 경험을 토대로 만든생존확률표를 사용할 수 있다. 아울러 계약자로부터 미리 받은 보험료에 대해서 적용하는 이자율도 생보사마다 일정 범위 내에서 각기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고, 이익이 나면 계약자에게 배당으로 되돌려 줄 수도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회사에 따라서 똑같은 보험혜택도 싼 보험료로 판매하는 경우가 이제는 가능해졌다.실제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자체 개발한 생명표를 적용해서 똑같은 보험혜택에 대해서도 약 5~8% 정도 보험료가 싼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게다가 회사마다 계약자 배당도 자유롭게 실시할 수있다. 이렇게 되면 계약자는 누가 나에게 계약자 배당을 많이 줄수 있는지가 생명보험회사를 선택하는 유력한 잣대가 될수 있지 않을까?33개 생명보험회사 가운데 계약자 배당 적립금을 적립하고 있는 회사는 12개밖에 안된다. 그러나 이중에서 배당이 가능한 계약 건수를 10만건 이상 보유한 생명보험회사는 5개사에 불과하다. 배당 재원은 삼성생명이 1천5백43억으로 최대로 많고 배당이 가능한 대상건수도 98만건으로 가장 많기 때문에 계약건수 한건당 돌아가는 몫은 15만원 정도가 된다. 물론 계약자 임의 배당은 생보사가 자율적으로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계약자 배당재원이 있다고 반드시 이만큼을 모두 계약자에게 돌려 준다는 뜻은 아니지만그래도 계약자 배당재원이 많은 회사가 그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책임보험금을 순보험료 식으로 가장 충실하게적립한 삼성과 교보, 흥국생명의 경우가 배당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된다.총자산규모라는 측면에서 생명보험회사는 어느 금융기관 못지않게경쟁력이 있다. 적어도 이제까지는 그랬다. 그러나 지금 전개되고있는 금융환경을 보면 규모 이익 등 외형적 요인보다는 효율 중심의 질적 요인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면생명보험회사는 규모에 걸맞는 실력을 갖추었는가?특히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맹신해왔던 대로 수입보험료를 많이 거두어 들이면 저절로 사업비를 많이 벌어들이고 투자수익의 밑천인 총자산이 불려지므로 수입보험료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식의 발상은 걸맞지않는 패러다임인지도 모른다. 저성장 국면에서는 투자수익과 사업비 코스트 관리능력에 맞추어 영업의 범위를 특화하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 확보에 필수적이기때문이다. 이제는 얼마나 큰 회사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좋은 회사인지가 생명보험회사의 경쟁력의 패러다임으로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