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흥국생명은 영국 저지(JERSEY)에 진출해 있던 PAPERCOMPANY(무인현지법인, 일명 서류상의 회사)를 철수시켰다. 지난92년 경영진의 결단으로 해외에 눈을 돌린지 5년여만의 일이었다.얼핏보아 영업이 신통치 않아 영국시장을 포기한 것으로 해석될 수있는 상황이지만 사정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기대치 이상의 수익을올려 2보 전진을 위한 전략 차원에서 일단 발을 뺐다.5년전 흥국은 5백만달러(45억원)를 들고 영국시장을 두드렸다. 투자는 주로 동구권을 제외한 유럽 각국의 주식에 집중했다. 결과는경영진이 놀랄 정도로 좋았고 지난해 말에는 전체 수익이 투자액과같은 5백만달러를 돌파했다. 연복리식으로 계산할 경우 연간 17%의수익을 올린 셈이었다. 회사측은 오는 8월 해외사무소나 법인을 통하지 않는 직접투자 형태로 다시 한번 세계무대를 노크한다. 이를위해 이미 전담 직원에 대해 해외연수를 시키는 등 만반의 준비를갖춰놓고 있다. 투자액으로는 지난번의 2배인 1천만달러(90억원)를준비했다.해외진출을 추진하는 생보사는 비단 흥국생명뿐이 아니다. 최근 들어 수익률이 높아지는 등 투자여건이 크게 나아지면서 생보사들이앞을 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뉴욕과 런던을 중심으로 주재사무소나현지법인, 또는 PAPER COMPANY를 설립하는 업체가 늘고 있고 몇몇생보사는 직접투자에 힘을 쏟고있다. 또 일부에서는 부동산에도 눈을 돌리는 등 새로운 해외투자 형태도 시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대형 생보사들을 중심으로 중국 등 성장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지역에 시장개척 차원에서 적극 진출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해외차입 허용안돼 투자비 마련 애로해외진출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삼성생명이다.지난 86년 동경에 첫번째 주재사무소를 개설한 이후 업계에서 투자규모와 금액 면에서 단연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재사무소를 보면 뉴욕, 동경, 런던, 홍콩 등지에 6개를 두고 있다.뉴욕과 런던에 유가증권, 부동산, 보험 관련 4개의 현지법인도 개설해놓고 있다. 또 PAPER COMPANY도 영국의 저지와 케이만, 뉴저지등 3곳에 진출시킨 상태다.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도 눈길을 끈다. 이미 지난 4월 태국의 시암그룹과 함께 방콕에 합작투자사를만든데 이어 중부유럽에 있는 한 금융기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싱가포르 현지 투자법인도 준비를 모두 마친 가운데 설립인가를 신청해놓고 있다.대한생명도 해외투자에 아주 활발하다. 지난 5월말 현재 약 1억7천만달러(1천5백억원)라는 거금을 해외에 투자해 주식과 채권 등 주로 유가증권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뉴욕을 비롯한 세계 금융거점에 해외사무소와 현지법인을 만들어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재 주재사무소 4개, PAPER COMPANY3개, 현지법인 1개등 모두 8개의 해외기관을 두고 있다. 대한생명의 한 관계자는 『투자 수익률이 37%에 이르는 등 해외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교보생명과 제일생명, 동아생명 등 국내 생보 업계를 이끌어 가는다른 주력 회사들도 해외진출에 적극적이다. 그동안 뉴욕과 동경에있는 주재사무소를 통해 해외보험시장 동향을 분석해온 교보생명의경우 지난해 뉴욕투자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해외투자에 나섰다.특히 교보는 내년에 중국보험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현지사무소 준비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지사무소나 법인이 없는상태에서 1천6백만달러(1백43억원) 규모의 해외직접투자를 해온 제일생명도 최근 들어 해외거점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분위기다. 한관계자는 이미 국제금융중심지인 뉴욕과 런던에 활동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에 들어간 상태라고 전했다. 이밖에 동아생명도 전세계 20여개국을 무대로 주식, 펀드, 채권, 부동산 등에1천만달러(90억원) 규모의 자금을 굴리고 있다.생보사들의 해외진출은 당분간 아주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효과적인 자산운용 차원에서 해외무대를 선호, 적극 활용할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금리가 점점 떨어지는 상황이라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안호엽 흥국생명 투자증권팀장은 『장기적으로 국내 금리가 10% 이하로 떨어지면 국내 생보사들이 해외에 눈을 돌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한가지 생보사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해외에서의 차입이 허용되지 않아 투자비를 마련하는데애로가 많다는 점이다. 순전히 원화로만 투자를 해야 하는 까닭에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금융비용 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