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에서 일요일마다 방영하는 「숨은 양심을 찾아라」라는 코미디프로가 화제다. 인기 개그맨 이경규씨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자동차가 정지선에 정확히 정지할 때 운전자에게 상품을 주는 일종의 캠페인성 프로이다.먼저 실시 지역과 날짜를 시청자들에게 알린 뒤 촬영에 들어가 「숨은 양심」을 찾아나서게 되는데 대부분 운전자들이 정지선을 지나쳐 차를 세워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산다. 이같은 위반이 몇차례 반복된 뒤 결국 정확히 정지선에 차를 세우는 운전자가 나타나개그맨 이씨로부터 「양심 냉장고」를 선물로 받는 것으로 이프로는 끝을 맺는다. 물론 이 프로는 올바른 교통문화를 정립하기 위한 것이지만 어느측면에서는 우리의 잘못된 자동차운전문화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보여준다. 운전자가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 차를 세우는 것은 자신뿐만 아니라 보행자를 위해 당연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상을 받는역설이 우리나라 도로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자동차 1천만대 시대을 맞아 되돌아 보는 우리나라 교통문화는 「숨은 양심을 찾아라」라는 프로가 역설적으로 보여주듯 엉망진창이다. 단순한 접촉사고임에도 불구하고 도로상에서 멱살잡이를 불사하는 「핏대운전자」들이 많은가 하면 사고를 내고도 나몰라라 도망쳐버리는 뺑소니사고가 줄을 잇고 있다. 한마디로 「법대로」가아닌 「나대로」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 자동차 1천만대시대를 맞는 우리 교통문화의 현실이다.먼저 우리나라의 자동차 및 교통문화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낮다.◆ 나몰라라 의식부터 고쳐야삼성자동차문화연구소가 최근 서울등 7대도시 시민 2천5백여명을대상으로 조사한 교통문화실태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선진국에 비해우리나라 교통문화수준은 5점만점에 2.3점 정도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개선이 시급한 교통문제에 대해 45.9%가 보행자 및 운전자의질서의식이라고 답해 교통질서에 대한 의식개혁이 필요한 것으로나타났다.이같은 부끄러운 교통문화수준은 일본국제교통안전협회의 운전자좌우확인횟수 국제비교조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좌우확인횟수는안전운전태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수로 캐나다는 3.40회, 일본은 2.99회인 반면 우리나라는 1.59회에 불과했다. 선진국운전자들이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를 지날 경우 좌우를 3번정도 확인하고 지나치나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주마간산식으로 슬쩍 보고 지나치는셈이다.안전불감운전에 따른 인명피해도 엄청나다. 최근 10년간(87~96년)교통사고로 인해 10만명이 사망하고 3백만명이 중경상을 당했다.특히 지난해의 경우 교통사고로 인해 모두 1만2천6백53명이 사망했다. 하루평균 성수대교붕괴사고(사망자 32명) 사망자보다 많은 사람(35명)들이 교통사고로 숨지고 있는 것이다.◆ 안전불감운전도 엄청나자동차 1만대당 사망자수는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이 평균 1.3명정도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12.2명으로 국제도로교통안전협회 가입37개국중 하위권인 29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교통사고로 인해최근 10년간 2만여 가정이 어린 자녀를 잃었고 5만여 가정이 부모중 한명 또는 모두를 잃는 비극을 겪었다.부끄러운 교통문화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크다. 자동차 2백만대시대에 진입한 지난 88년이후 10년간 보험사가 지급한 금액은 약20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교통사고로 인한 교통혼잡비용, 교통경찰비용등 제반처리비용을 합할 경우 피해금액은 약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4조원의 교통사고 보험금이 지급됐는데 이는 영종도 신공항 건설비(4조2천억원)와 맞먹는 규모다.이같은 무질서와 사고가 판을 치는 것은 우리나라의 자동차문화가양적으로는 성장했으나 그것이 질적성장으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통전문가들은 자동차 1천만대 시대 진입에 걸맞는교통문화가 정립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개그맨 이경규씨가 진행하는 「숨은 양심을 찾아라」라는 코미디 프로그램이 더 이상 인기를끌지 못할 때 자동차 1천만대시대의 의미는 보다 극대화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자동차산업 발달사단순조립에서 세계 5대생산국으로우리나라에 최초로 자동차가 선을 보인 것은 구한말인 1903년이다.고종황제가 캐딜락 4기통 1대를 도입, 운행하면서 「저절로 가는괴물」은 우리 국민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로부터 94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자동차 1천만대시대(등록대수 기준)에 진입했다.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을 한 셈이다.자동차가 이 땅에 선을 보인 것은 20세기 초이지만 자동차산업이태동한 것은 이보다 훨씬 시간이 지난 62년 새나라자동차가 설립되면서부터이다. 물론 그 이전에 하동환자동차제작소, 경성정공(기아자동차의 전신)등이 있었지만 외제중고자동차의 수리 및 정비등이주였다.경기도 부평에 연6천대규모의 생산설비를 갖춘 새나라자동차공업은일본 닛산으로부터 반제품부품을 수입, 시판했다. 정부또한 이시기에 자동차공업육성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육성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이과정에서 새나라 자동차는 신진공업에 인수됐다. 당시 최대자동차업체였던 신진은 일본도요타자동차와 기술제휴를 통해 「코로나」를 생산, 시판했다. 코로나의 국산화율은 20%였다.60년대 초중반까지 외국차업체의 단순조립공장에 불과했던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70년대 들어 고유모델개발이라는 새로운 모험을감행하고 나선다. 현대자동차가 총대를 맨먼저 멨다. 67년에 설립된 현대자동차는 고유모델 개발에 혼신의 힘을 쏟은 끝에 75년 「포니」를 선보였다. 첫 고유모델인 포니는 시판과 동시에 신진의카미나, 기아산업의 브리사를 제치고 국내 소형자동차시장을 석권했다. 포니는 이와함께 완성차로서는 처음으로 수출돼 자동차산업의 수출시대를 열었다.잘나가던 자동차산업이 주춤거린 것은 70년대말. 79년 2차유류파동이 일어나면서 국내 자동차업계는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정부는 위기타개를 위해 자동차산업의 합리화조치를 단행하고 나섰다. 이 과정에서 승용차생산은 신진을 인수한 대우자동차와 현대자동차로, 중소형상용차생산은 기아산업이 맡는 것으로 교통정리가이뤄졌다.한차례 홍역을 치른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은 80년대들어 비약적인성장을 거듭했다. 내수시장에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을발판으로 자동차업계는 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87년 50만대 수출실적은 96년 1백40만여대로 늘어났다.이후 자동차산업은 황금기를 누렸다. 현대에 이어 기아자동차가 세피아, 스포티지등 고유모델을 내놓았고 대우자동차도 이 흐름에 가세했다.미국 GM과 결별후 고유모델 개발에 나선 대우는 지난해말 라노스를선보인데 이어 누비라, 레간자를 잇달아 선보였다. 단순조립생산에불과했던 우리자동차산업이 기간산업의 주축으로 자리잡은 것이다.세계 5대자동차 생산국으로 성장한 우리 자동차산업은 2005년 4백만대 생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그러나 지금 우리자동차산업은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내수가극도의 침체를 보이고 있으며 수출또한 선진국의 보호무역장벽과경쟁력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 삼성자동차가승용차시장에 새로 뛰어들어 전운이 감돌고 있다. 원하든 원치않든구조조정이라는 태풍을 또한차례 거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