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화와 업체난립 그리고 이에 따른 출혈경쟁으로 해외 이삿짐 업계가 고전중이다. 2백여억원으로 추산되는 해외이민자 상사주재원외교관 그리고 주한외국인 이사물량 시장을 놓고 7백여개 「복합운송주선업체」가 경쟁하고 있어서다. 시장 규모에 비해 참여 업체가많다 보니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일상화됐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80년대후반 면허제에서 신고제로 변경된 후 특별한 기술을요하지 않고 기존 거래선만 잘 활용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유때문에 너나 할 것없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대부분의 업체는 직원이 한두명에 불과한 영세규모로 해외이민자와계약을 체결한 후 대규모 이삿짐업체에 위탁하는 영업형태를 취한다. 즉 이사가격의 10%에서 15%의 수수료를 받고 포장 집하 통관선적 운송 등 해외이사 전과정을 담당하는 업체에 고객을 넘긴다.이들 영세 주선업체로부터 해외이사를 의뢰받거나 직접 영업을 통해 물량을 수주하는 메이저급업체는 1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륙해운항공 범양해운 조선해운 우진해운 코리아트랜스포트통인인터내셔날 등이 그나마 제대로 된 업체들이다. 이들 해외이삿짐업체들은 미국이나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의 대사관이나 하나외환 보람 등 시중은행의 해외이민지원센터를 통해서 해외이민자와상사주재원의 명단을 파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쿠버까지 250만~300만원선해외이민자들의 이사물량을 가장 많이 취급하는 업체는 해륙해운항공으로 매월 3천m3(2백여가구)의 이삿짐을 해외로 실어 나른다. 미국이민자의 이삿짐이 제일 많고 최근에는 캐나다로 나가는 이삿짐도 급증하고 있다. 반면 뉴질랜드와 호주는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이성영 해륙해운항공 영업이사는 해외이민자 전체 이사물량은 월8천m3(5백가구), 미국이나 뉴질랜드에서 국내로 되돌아오는 역이민자의 이삿짐은 월3천m3가 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추산하고 있다고설명한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백여억원에 불과한 영세한 시장이다.업체간 출혈경쟁으로 해외이삿짐 가격도 낮게 형성돼 있다. 캐나다벤쿠버로 이민갈 경우 4인가족 기준으로 이사비는 2백50만원에서3백만원 정도다. 이삿짐이 많아 컨테이너 한 개를 사용할 경우 최고 4백여만원까지 나간다. 물론 보험료는 제외다. 해외이삿짐업계는 운반도중 분실이나 파손에 대비해서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영세주선업체들의 경우 포장과 운반 통관 등을 관련 업체별로 위탁하기 때문에 배상책임소재가 불분명해서 보험가입은 필수라고 말한다. 4인가족 기준으로 화주들이 납부하는보험료는 20여만원.해외이삿짐업체는 최근 해외이민자의 감소로 가뜩이나 영세한 시장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고 울상이다. 해륙해운항공의 이 이사는 『해외 이민자가 점차 줄어드는 데다 업체간 과잉경쟁으로 제값을 받기 힘들다』면서 『해결책의 하나로 상사주재원 외교관 해외유학생주한외국인 등의 이사물량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의말대로 상사주재원 외교관 유학생과 주한외국인의 이사물량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이삿짐업체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상사주재원의 이삿짐은 통인인터내셔날, 삼영익스프레스 등이 전문적으로 취급하며주한 외국인 이삿짐은 코리아트랜스포트 트랜스팩 등에서 주로 다룬다.통인의 한 관계자는 LG건설 LG정보통신 삼성물산 등의 해외파견원이삿짐을 취급하며 최근 해외투자 활성화에 따라 물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한다. 연평균 1천세대 분량의 이사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1천3백여 세대분의 주한 외국인 물량도 해외이삿짐 업체에 는 무시 못할 존재다. 국내거주 외국인 이사시기는 자녀들의학교 개학일정과 주주총회 일정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미국과유럽지역은 보통 6월과 12월, 일본은 3월과 6월에 이사물량이 집중되는 편이다. 코리아트랜스포트는 월평균 15가구의 주한외국인 이사물량을 소화하고 있다.이같은 물량도 한계가 있어 해외 이삿짐 업체의 미래가 결코 밝지만은 않다. 상당기간 업체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하다는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