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환율이 극도로 불안정하고고금리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그럼에도 시기적으로 정권교체기가 겹쳐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밑그림이 그려지지 못하고 있다. 시시각각의 상황논리에 끌려다니고 있는인상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구조조정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슈들간의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작업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가장 긴박한 것은 외환수급의 불안정을 최소화시키는 일이다. 정부당국의 반복된주장에도 불구하고 외환의 조달능력 내지는 외채의 상환능력에 대해서는 안팎으로 극도의 회의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정부나 유관기관들의 주장에 따르면 특히현지법인의 단기차입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발표가 신뢰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일부 외국의 전문기관들은 우리 기업의 자회사들이 해외에서 차입한 단기차입의 상환이 유예되지 않을 경우 지불불능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문제해결의 묘방을 강구하기도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러나 무엇 보다도 중요한 것은 외채의 상환부담에 관한 정확한 진상을 밝히고 이에 기초한 신뢰감을 얻는 일이다. 객관적 진상이 알려지는 경우 예상되는 신용도의 하락보다는 이를 호도함으로써 증폭되는 신뢰감의 상실이 훨씬 더 충격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둘째는 구조조정과 실업의 관계를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일부에선 임금을 동결시키고 생산성 향상을 유도하면 고용감축 없이 경쟁력의 축적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생산성 향상이란 기본적으로 일인당 장치 비율의 증가나 기술혁신을 요구하는 것이며 단기처방으로는 기대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반면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구조조정에 따른 인수 합병 및 한계 부실기업의 정리는 당장에해치워야 할 발등의 불이다.어떤 경우건 단기적인 대량실업의 발생을 피할수는 없다. 실업을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주장은 구조조정의 포기를 의미할 뿐이다. 현상황에서는 오히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보장해 경쟁력을 배양하거나 기업의 시장퇴출에 대한 장애요인을 과감히 제거시켜야 한다.물론 실업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배가되어야 한다. 기업에 따라서는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해 해고를 줄이거나 추가 근로자의 고용이 가능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독일의 자동차 산업은 그러한 방법을 통해 경쟁력을 회복한 대표적 사례로 간주되고 있다.또한 실업자에 대한 실업보험이나 수당의 확충과 같은 사회정책적장치들이 보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실업은 비단 당사자에게 있어최소한의 인간적 가치를 박탈할 뿐만 아니라 예상하기 어려운 사회경제적 불안의 원천일 수 있기 때문이다.셋째는 구조조정에 따르는 고통분담의 형평성을 유지하는 작업이다. 성장률의 급격한 감소에다 물가상승, 조세부담의 가중 등이 동시적으로 작용하는 경우 특히 사회적 한계집단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성장기에 성장의 과실(소득)의 분배가 중요하듯이 불황이 심화될수록 고통분담의 형평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이러한 시각에서 보자면, 가령 정부가 전적으로 간접세를 올려 조세수입을 도모하려는 정책에는 문제가 있다. 조세징수의 행정적 편의를 위해 물가와 분배에 대한 정의를 희생해서는 안될 것이다.IMF에 의한 구조조정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무엇보다도 안팎의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조정정책의 청사진을 마련하고 그 틀속에서 개별정책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해야한다. 현상황은 외환의 수급이나 금융기관및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산발적 정책들이 상황논리에 따라 전개되고있는 양상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가령 그동안 거론되어 온 구조조정 특별법도 서둘러 마련하여 정책의 투명성을 제고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