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제록스 특수영업팀의 박종준 과장은 사내에서 영업의 달인으로 통한다. 지난 94년 전세계 제록스 영업맨 최고의 영예인 프레지던트 클럽에 가입한데다 지난해에는 코리아제록스로부터 세일즈마스터 1호로 선정됐다. 국내외로부터 탁월한 영업실적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특히 박과장은 경기가 극도로 나빴던지난해에도 1년치 목표액을 불과 9개월만에 달성하는 등 혼자서 총13억원의 매출을 기록,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가히 복사기영업에 관한한 국내 최고로 자부할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박과장의 뛰어난 실적은 그가 한차례 전직을 한 끝에 일궈냈다는점에서 더욱 돋보인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 제약회사에 취직해 약 2년간 일했다. 그러나 제약회사는 그가 평소 생각해온 이상적인 곳은 아니었다. 고민 끝에 전직을 결심하고 지난 88년 평생의일터로 복사기 전문업체인 지금의 직장을 골랐다. 물론 직장을 옮긴 다음 처음부터 영업을 한 것은 아니었다. 일반업무를 한 5년간봤다. 그러다가 지난 93년 영업업무를 자원했다. 좀더 활동적이고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큰물」에서 놀고 싶다는 바람에서였다.처음 발령받은 영업파트는 박과장의 잠자고 있던 영업맨적 자질을자극했다. 복사기영업이 무척 생소했지만 하나하나 개척해 나갔다.때론 구매담당자의 문 밖에서 대책없이 망설이기도 했고 혹시 거래처를 방문해 자신을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닌가 해서 속으로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이내 극복이 되었다.그보다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속으로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끝장이라는 오기가 불끈불끈 솟구치곤 했다. 아니 그렇게 마음을 먹기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오늘의 박과장을 만든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신뢰성이었다. 거래처담당자들에게 인간적인 신뢰를 심어준 것이 실적을 높이는 일등공신이었던 셈이다. 예를 들어 박과장은 담당자가 내용을 잘 몰라 무턱대고 크고 비싼 복사기를 사겠다고 하면 그럴 필요가 없다며 그보다 작고 싼 것을 구입하라고 조언하는 식이었다. 철저하게 고객의 수준에 맞는 것을 추천했다. 단 1원이라도 더 많은 실적을 올려야 하는 영업맨으로서는 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달랐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고객을 대해야 다음 거래를 할 때도 서로가 믿음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이런 전략은그대로 적중해 일단 거래가 트이면 고객들이 그의 말을 전폭적으로믿고 따라주었다.박과장은 자신의 경험에 비춰보면 일반 세일즈맨의 경우 매출실적에 쫓겨 일단 팔고보자는 식의 거래를 하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무덤을 파는 지름길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고객의근무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적당히 팔면 다음 거래에서는 최소한의오더만 딸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험에서 깨달았다. 이에 비해 복사기가 비싸건 싸건 업무환경에 맞는 것을 추천해주고 이를 사라고설득하면 오히려 고객들이 진의를 알아채고 나중에는 고마워하는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주문이 들어오는 것은물론이다.박과장은 분명 평범한 세일즈맨은 아니다. 이는 그가 항상 자기 색깔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데서도 엿볼 수 있다. 다른 사람과 똑같아서는 결코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좀더 부지런하고 성실하든지 아니면 관련 지식이 아주 풍부해 다른 사람을이길 수 있는 무기를 하나쯤은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런 점에서 그의 독특한 고객관리법도 눈길을 끈다.그는 구매담당자가 바뀌면 새로 옮겨온 사람 뿐만이 아니라 전임자도 각별히 챙긴다. 지방으로 발령이 나더라도 자주 안부를 전하고판촉용 상품을 수시로 보내준다. 어떤 자리에 있다고 그 때만 신경써주는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때론 다른 부서로 갔던 사람이 구매 관련 부서에 다시 돌아와주문을 내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더라도 구매의 특성상전임자에게 자문을 구하는 사례가 많아 이런 스타일의 인맥관리는실적에 여러 모로 도움을 준다. 박과장이 구매담당자들 사이에 인간성 하나는 최고라는 말을 듣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박과장은 후배 영업사원들에게 어떤 말을 가장 해주고 싶냐는 질문에 거침없이 그냥 앞만 보고 뛰라고 주문했다. 처음부터 물건을 팔려고 달려들기보다는 고객과 인간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맺어놓으면 판매는 부산물로 따라온다고 말했다. 또 한두번 하다가안되면 그만 포기해버리는 사례가 많은데 이는 세일즈맨의 기본자세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꾸 포기하다보면 나중에는 설 자리가없어지며 만약 진짜 프로세일즈맨이 되고 싶으면 기다릴줄 아는 끈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