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켜면 「아이콘」이라는 작은 기호가 화면에 뜬다. 프로그램파일이나 데이터파일 혹은 컴퓨터항목을 나타내는 기호다. 이 기호를 마우스의 화살표를 댄후 클릭하면 프로그램이 실행된다. 이렇게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을 GUI 즉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라고한다. 사용자가 그래픽으로 구성된 컴퓨터화면을 보고 직관적으로인식하도록 한 인터페이스다. 요즘 사용하는 윈도95의 화면이 바로GUI다.마우스로 아이콘을 가리켜 실행하는 「포인트와 클릭」 역시 GUI의핵심적인 구성요소다. 이런 이유로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GUI)를윔프인터페이스(WIMP Interface)라고 하는데 윔프는 윈도(Window)아이콘(Icon) 마우스(Mouse) 포인트와 클릭(Point and Click)의 영문 첫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다.GUI가 보급되기 전에는 CUI(문자사용자인터페이스)라는 컴퓨터인터페이스를 사용했다. 도스 기반의 컴퓨터를 켜면 하얀 점만 깜빡이는 시커먼 화면에 키보드로 「dir」 「copy」 「del」등의 명령어를 입력해 프로그램을 작동했다. 컴퓨터를 어렵게 느끼게 만드는한 요인이기도 했다. 아이콘에 마우스로 클릭만 하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GUI는 컴퓨터 사용의 혁명적인 발전이라 해도 과언이아니다.그러나 GUI인 윈도에 단점이 없는게 아니다. 윈도를 열면 그 안에는 여러 폴더가 있고 그중 한 폴더를 열면 그안에 또 다시 여러개의 폴더가 있다. 또 다시 폴더를 열어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를 통해 다뤄야 할 자료의 양이 많아지고 프로그램의 용량 증대로 파일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폴더를 최소한 서너개를 열어야 하는 경우가흔하다. 파일관리가 번잡한 것이다.◆ 차세대 핵심은 ‘자료중심’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면 화면 전면을 가득 채우면서 실행해 다른응용프로그램들을 덮어 가린다. 새로운 작업 윈도를 여는 순간 응용프로그램 사이의 상관관계는 모두 잊게 된다. 즉 어떤 일을 하고있었는지, 어떤 문서가 떠 있는 지 등을 잊게 된다.물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없는게 아니다. 대형모니터를 사용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못된다.다만 그럭저럭 버틸 수 있게 해줄 뿐이다. 아무리 커다란 모니터를사용해도 스크린이 무한정 확대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근본적인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이는 기존의 그래픽사용자인터페이스가 정보관리를 염두에 두기보다 작업완수를 중심에 두고 고안됐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물론 컴퓨터를 쓰는게 특정 작업을 완수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한다면작업 중심적인 인터페이스가 문제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작업중심의 인터페이스에서 비롯된 수많은 소프트웨어의 인터페이스디자인이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하는데 장애요인이 된다는데 있다.과거 데스크톱컴퓨터의 역할은 단순했다. 컴퓨터는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에 따라 타자기나 계산기 혹은 단순한 회계장부 등의 다양한업무도구로 활용됐다. 따라서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것도 이런업무를 수행하는데 맞춰졌다.그러나 요즘에는 컴퓨터를 단지 타자기나 계산기 등의 업무도구로만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보보관창고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컴퓨터가 인터넷과 같은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컴퓨터를통해 취급하는 자료의 양은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자료관리보다는 업무처리를 염두에 두고 고안된 기존 그래픽인터페이스의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컴퓨터에 축적해 놓고 사용하는 자료의 양이급격하게 늘면서 계층구조로 된 자료관리시스템과 풀다운식 메뉴로는 넘치는 자료를 관리하고 정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차세대 인터페이스디자인의 핵심이 업무중심 개념에서 벗어나 자료중심인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차세대인터페이스개발에 가장 앞선 곳은 제록스사의 팔로알로연구센터(PARC)다. 팔로알로연구센터는 70년대 GUI를 탄생시킨 곳이다.애플컴퓨터의 공동창립자인 스티브잡스가 79년 이곳에서 GUI를 보고 만들어 낸게 매킨토시의 맥오스(MacOS)다. 팔로알토연구센터는이밖에도 윈도와 풀다운메뉴,네트워크카드의 원조인 이더넷카드,레이저프린터 등을 만들어내 컴퓨터발전의 획기적인 공헌을 한 곳이다. 그러나 이런 획기적인 발명에도 불구하고 팔로알로연구센터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그러나 차세대인터페이스만큼은 이전과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다.우선 새로운 기업을 세웠다.비록 새 회사는 1백74억달러나 하는 제록스에 비하면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지만 제록스는 이 회사에서창출해낼 부에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지각·인지구조 연구끝에 나온 것제록스는 89년 제록스테크놀러지벤처라는 벤처투자전문회사를 세웠다. 96년초에는 자회사를 감독하고 물류나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제록스뉴엔터프라이즈(XNE)를 설립했다. XNE가 거느리고 있는 기업은 10개가 있는데 그중 잉크사이트(http:/www.inxight.com)가 차세대인터페이스를 개발한 곳이다.잉크사이트는 기존의 윈도를 기반으로한 풀다운방식의 메뉴를 개선해 「하이퍼볼릭 트리 인터페이스」를 고안해 냈다. 하이퍼볼릭 트리의 특징은 모든 아이콘 즉 모든 자료를 화면을 바꾸지 않고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는데 있다. 찾고자 하는 쪽으로 마우스의 화살표를 움직이면 화면중간으로 특정 위치가 이동하면서 확대된다. 반면 다른 쪽은 화면의 주변부도 움직이며 줄어든다. 그러나 스크린의 주변부는 마치 어안렌즈로 보는 것처럼 보여 사용자의 시야에는모든 아이콘이 포착된다. 특정파일을 찾기 위해 폴더를 열고 또 열필요없이 원하는 곳으로 마우스의 화살표를 움직이면 된다.『하이퍼볼릭 트리는 사람의 지각과 인지구조에 대한 깊은 연구끝에 나온 것입니다.』 팔로알로연구소의 존 실리 브라운 소장의 말이다.하이퍼볼릭 트리는 인터넷웹사이트에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웹페이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홈페이지에서 수차례의 링크를거쳐야 하는 불편함을 덜수 있기 때문이다. 잉크사이트사의 웹사이트에는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 미국의 의회도서관, 미국 자연사박물관 등의 자료를 하이퍼볼릭 트리방식으로 찾아볼수 있도록 했다.미 의회도서관에서 희귀도서서고의 운영시간을 알아보려 할 경우기존방식이라면 우선 국회도서관홈페이지-->연구와 참조메뉴-->서고(Reading Room)메뉴-->희귀도서페이지-->운영시간메뉴-->최종페이지 등 6단계는 거쳐야 한다. 그러나 하이퍼볼릭 트리에서는 모든항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한번에 최종페이지에 도달할수 있다.하이퍼볼릭 트리처럼 기존의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다양한 형태로 나오고 있다. 퍼스펙티브월은 3차원의 개념을 도입했다.기존의 윈도는 아이콘이 하나의 화면에서만 표시됐지만 퍼스펙티브월은 다면체의 기둥처럼 여러개의 화면을 이용한다.사용자는 다면체의 기둥을 회전시켜 여러개의 모니터를 이용하는 효과를 볼수 있다.이러한 차세대인터페이스는 이미 실용화단계에 와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웹사이트관리프로그램인 사이트애널리스에 하이퍼볼릭 트리의 개념을 활용했다.하이퍼볼릭 트리와 같은 인터페이스에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컴퓨터 자료의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수 있긴 하지만 아이콘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세하게 표시할 수는 없다. 아이콘 하나 하나에 대한 설명을 붙일만한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하이퍼볼릭 트리는 GUI가 CUI를 완전하게 대체한 것처럼 기존의 메뉴방식의윈도를 완전히 몰아내지는 못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