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분야의 발전 방향은 각종 매개체의 「통합」이다. 지금까지 각각 개별 기술로 진화해 온 TV, 컴퓨터, 유선전화, 무선통신등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엮어 그 안에서 작동하고 응용화할 수 있도록 하는게 최근의 기술 발전추세다. 컴퓨터와 컴퓨터, 컴퓨터와데이터의 시스템 통합이라든가, 컴퓨터와 TV의 결합, 또는 컴퓨터와 유무선 전화와의 통합 등이 그 중간 결과물들이라고 할수 있다.멀지않은 장래에 이들 단말기 사이의 「소통합」을 거쳐 통신과 컴퓨터, TV 등이 한데 묶이는 「대통합」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 10대 통신기술 보유업체 선정로커스사(대표 김형순·37)는 이러한 소통합 가운데 컴퓨터와 전화를 결합해 부가서비스를 창출하는 분야, 즉 CTI(Comp-uter Telephone Integration) 업계에서 탁월한 기술력을 자랑하는벤처기업이다. CTI는 종래에 교환원이 했던 단순 작업, 또는 너무많은 인력이 필요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힘들었던 업무를 전화와 연결된 컴퓨터가 가능케하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은행폰뱅킹 같은 경우 고객이 전화를 걸면 은행이 갖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연결, 입출금 업무를 처리하게 되는 식이다.이 CTI 기술은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 가까이에 와 있다. 폰 뱅킹을 비롯해 비교적 오래전부터 시행된 자동응답시스템(ARS),회사 구내번호 안내, 기업들이 고객 서비스를 위해 운영하고 있는 콜센터,유선 전화나 무선호출기, 이동전화기 등을 이용한 음성/팩스 정보시스템 등이 모두 CTI에 기반을 둔 서비스들이다.CTI 도입이 짧은만큼 로커스의 역사도 일천하다. 그러나 김사장 자신이 『CTI라는 용어를 국내에 들여온 장본인』이라고 밝히듯이 로커스는 이 분야에서 단연 선도적 기업이다. 재벌그룹들이 경쟁업체로 있기는 하지만 수년째 시장점유율 1위(약 30∼40%)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90년 창업한 이래 일취월장, 그야말로 초고속성장을 거듭해오고 있다. 회사 설립 그해에 1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95년 30억원, 96년 60억원 등 매년 1백∼2백% 가까이 늘어나더니 지난해에는 2백2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남들 다 어렵다고 아우성치는 올해에도 60% 이상 성장한 3백60억원을 겨냥한다.로커스의 이같은 급성장세는 시장 자체가 확대되는 데에도 기인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해당분야의 핵심 기술과 경쟁력을 갖추고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로커스는 창업 이듬해 당시상공부로부터 데이터베이스 부문 육성기업으로, 그 다음해에는 공업기반 기술 수행업체로 선정되는 등 일찍부터 기술의 싹을 틔워왔다. 개발 방향은 크게 데이터베이스 활용과 음성정보처리 기술 등크게 두가지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 양자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연관되기 때문이다.회사 설립 첫해에 로커스는 데이터베이스에서 고객이 필요로하는정보를 뽑아 전달해주는 팩스정보검색서비스 「FIRST!」를 상용화한 것을 시발로 음성정보시스템인 「로커스 V33」시리즈(92년), 음성처리보드(QVX·93년), 음성과 팩스 동시 기능을 갖춘 V33F(94년), 음성·화상·팩스가 통합된 멀티미디어 콜센터 솔루션(95년·이상 H/W 및 S/W), LAN상의 통합 메시징 소프트웨어(95년) 등을 잇달아 개발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콜센터라든가 중소형 VMS/FMS(Voice/Fax Messaging Service) 기기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다.로커스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조흥·한미·신한 등 14개은행과 4개 증권사에 콜센터를 구축했다. 더구나 최근 수년새 엄청나게 팽창하기 시작한 무선호출 및 이동통신 시장도 로커스에는 황금어장으로 작용했다. 업체들간 치열한 부가서비스 제공 경쟁이 벌어지면서 로커스의 CTI 기술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로커스는 SK텔레콤의 고속무선호출 시스템, 한솔 PCS의 전국 음성메시지망, 한국통신프리텔의 고객센터 개발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국내 CTI 분야에서 가장 앞서간다는 로커스지만 정작 김사장은 통신기술 전공자가 아니다. 대학(연세대 신방과) 재학중 미국에 유학해 뉴욕주립대에서 경제학을, MIT대에서 MBA를, 다시 뉴욕 콜럼비아대에서는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친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그렇다고 기술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경영이나 마케팅, 하이테크에 대해서는 누구못지 않게 저력을 지니고 있다고 김사장은 말한다. 전체 직원 95명중 55명을 R&D 부서에 두고있는 점에서도 김사장의 기술에 대한 인식 자세를 엿볼수 있을 것이다.◆ 서비스 증대·경비절감 ‘일석이조’김사장은 한국보다 먼저 89년 미국에서 CTI와 관련된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뉴욕을 중심으로 콜링카드(특정회사의 회선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쓰는 선불 전화카드)나 콜백 서비스 등의 사업을 했다가 앞으로는 VMS나 콜센터 등 부가서비스 시장이 커질 것으로 판단, 국내에 들어와 낯선 사업에 앞장선 것이다.로커스는 현재 미국의 루슨트테크놀러지나 다이얼로직 등 통신업계의 거물들로부터 아시아 권역의 10대 통신기술 보유업체로 인정받고 있다. 또 지난해 연말에는 제1회 벤처기업대상(국무총리상)을수상하고 한국통신과 과기처로부터는 유망정보통신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국내외적으로 인지도를 넓혀가는 추세다.앞으로의 사업 전망에 대해 김사장은 「기업들의 CTI설비 도입은피해갈 수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펴보인다. 『콜센터의 구축은 발로 뛰는 영업을 대체하는 것입니다. 조흥은행에서는불과 40명이 하루 3만여건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포기한다거나 인력으로 전면 대체한다고 상정해보십시오. 경쟁을 해나갈 수 없을 겁니다. CTI는 IMF 구조조정의 한 프로그램으로서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는 분야입니다.』하지만 다른 통신기술분야도 그렇듯 로커스의 CTI 기술도 개발의여지가 많다. 아직은 외국회사의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대형 VMS 설비라든가, 상용화까지는 진척을 못보고 있는 화상기능 구현 콜센터개발 등이 우선적으로 지적될 수 있다. 로커스는 이와 함께 지금보다 훨씬 더 고급의 기능을 지닌 지능망교환기(AIN/IP) 개발에도 큰힘을 쏟고 있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개인번호, 신용통화, 전자투표, 지능형 음성정보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손쉽게 제공할 수 있게 된다.『지금까지는 전화 사업이 주력이고 여기서 파생되는 서비스를 틈새시장, 또는 부가서비스로 취급했지만 앞으로는 전화는 기본이고부가서비스가 본류사업이 되는 때가 올겁니다.』CTI 시장에 남보다 먼저 뛰어들어 사업기반을 구축했듯이 향후 산업발전 방향에 대한 연구개발도 게을리 하지않음으로써 「선점자로서의 과실」을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게 로커스의 각오다.